(2007.7.19. 독서일기에서 발췌..)

*읽기 전엔..
굳이 공포추리소설을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왠지 인터넷 서점에서 끌리긴 했다. 
공포단편소설 10편을 모아두었다는데, '일곱개의 방', 등 왠지 제목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인 듯 싶었다.

* 읽고 나니..
예전에 세계미스터리 걸작선을 읽고난 후 
오랫만에 느껴보는 공포추리미스테리 단편소설의 재미였다.

납량 특집용 책들도 알고보면 많은 부류가 있다.
고전적인 추리물- 이를테면 살인 후 범인 추적 식의..
액션물 - 범인과 주인공 사이의 쫒고 쫒기는, 때로는 폭력이 살짝 가미된 액션 스릴러물
괴기물 - 괴상한 외계물체나 괴생물체와의 사투. 
심령물 - 심령, 영혼, 귀신을 소재로 한 공포물.
이것들의 적절한 짬뽕물..

이 책의 부류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어떤 대상이나, 범죄가 주는 공포스러움이 아니라
상황자체가 주는 공포스러움..
그리고 정신병질적인 상황하에 놓인 정신병질자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 섬뜩한 상황들..
뭐 그런 이야기들이 한 편 한 편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예전에 이건 납량물 중에서도 딱 내 취향이라고 느꼈던, 
'세계미스터리걸작선'을 볼 때의 그 섬뜩하고도 깔끔한 재미를 
이 책에서 다시 느낀 것이다.

예전에 비슷한 재미를 기대하고 읽은 '도쿄기담집'에서는 
부류는 내가 좋아하는 부류이나 
얘기가 좀 재미가 있을 듯하면 싱겁게 끝나고, 하여, 
영 미지근하고 재미없이 읽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공포스러운 상황을 설정하고, 
정신병질자의 내면의 생각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 매우 뛰어나서, 
한 편 한 편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설정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곱개의 방'
살인한 후 반복되는 이상행동에 대해 살인자의 시점에서 서술한 'zoo'
반전이 정말 멋졌던 'so far'
역시 상황설정자체가 재밌고 매우 짜임새있었던 '신의 말', '카자리와 요코', '혈액을 찾아라',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왠만한 추리소설에 준한 'closet'

그렇게 '재미'라는 면에 있어서 점수를 후하게 받을 이 작품집에
특이하게도 나름의 의미를 담은 단편도 있었다. 
'양지의 시'
이야기 세팅은 전염병 후 마지막 남은 인간이 자신의 마지막 죽음을 지켜줄 로봇을 제작한다.
그 로봇은 인간의 창조성을 가질 순 없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정서는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로봇은, 그 마지막 인간의 고독때문에 자기가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 끝부분에 가서야, 
그 마지막 인간역시, 진짜 마지막 인간의 고독때문에 창조된 자기와 같은 '로봇'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로봇은, 자기를 창조한 로봇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죽음이 왜 슬픈지..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감' 때문이라는 걸 가슴깊이 느끼게 되고, 자기역시 혼자 남은 고독감을 느낀다.
그리고는, 자신을 창조한 그 로봇을 원망하는 마음도 생긴다.

나를 이렇게 창조했기 때문에, 
나는 '상실의 아픔'도, '혼자남은 고독'도 느끼며 삶이 주는 슬픔과 괴로움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그리고 본인도 자기를 창조한 로봇처럼 
자신의 고독을 다독여줄 로봇친구를 만들게 될 거라는 걸 직감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가 나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느끼도록 했지만, 
그가 자신을 창조한 덕분에 
아침햇살속의 반짝이는 풀잎의 아름다움, 등 인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받았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독백한다.

"...하지만 지금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언덕에 펼쳐진 초원을 볼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새둥지를 보면서 즐거워 하는 일도, 커피의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 세상의 빛 하나하나와 닿는다는 것은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 마음은 비록 슬픔에 못이겨 피를 흘리고 있지만 그것마저 
살아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증거로 여겨집니다. .......
훨씬 전에 사라진 인간 아이들도 부모에 대해 비슷한 모순을 안고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사랑과 죽음을 배우면서 자라고, 세상의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아이들은 성장해서 이번에는 자신이 새로운 생명을 이 세상에 창조한다는 업을 등에 졌던 것이 아닐까요?...."

로봇이라니.. 좀 진부한 소재이긴 했지만, 
로봇의 독백속에서의 마지막 부분은 나에게 꽤 여운있게 울렸다.
인생의 양지와 음지를 오가면서
"어머니, 아버지, 왜 제가 이렇게 아프고 슬프며 살도록 절 낳으셨나요?"라고 원망하기도 하지만, 
인생과 세상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낄 때마다
 "그래도 이 세상에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심정.. 
그 심정이 마음에 와닿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망과 감사가 교차하면서도, 
또다시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도 슬프기도 즐겁기도 한 이 세상에서의 삶을 선물하고..
그런 우리 삶의 반복이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한, 의미있는 단편이었다.

* 곰토의 평점 : 8점

(2009.2.10 재혁이 그림책 일기에서 발췌..)

엄마도 어릴 적 아기 때가 있었다는 말에 어린 딸은
그럼 엄마가 아기 하고 자기가 엄마라면 어떨지 ’역할 바꾸기 놀이’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그런 여러가지 상상 중에 
아이가 노란색 털옷을 이상하게 뒤집어 입고 
아기역할을 하는 엄마에게 다가가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있다.
그 때 아기 역할을 하는 엄마는 깜짝 놀라며 " 엄마야~"하고 외치고
아이는 " 무섭해 할려고 그런게 아니고, 그냥 재미있으라구요.."
라고 말한다.

재혁이는 어제 그 장면을 처음 읽어주었을때도, 헤헤헤 하고 웃음을 활짝 흘리더니, 
오늘 읽어주니 더 좋아하면서 
"깜짝!" 하고 나에게 깜짝 놀래키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난  " 엄마야~" 하고 외치며 놀란 표정연기를 해야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재혁이는 깜짝! 하고 놀래키는 것도 재밌어 했고
내가 " 엄마야~"하고 외치는 것도 넘 재밌어 했다.
그래서, 열번도 넘게
"깜짝!" " 엄마야!" 하고서야 그 페이지를 넘어갈 수 있었다.

그냥, 그정도야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에 지나지 않겠지.. 아마 재혁이 기억속에서 묻힐 만큼 사소한...
그러나, 책 읽어주기의 수백가지 장점 중에 
진짜 중요한 장점 하나는 분명,
오늘 처럼,
책을 읽어주다가, 재혁이와 나 사이에 그런 사소한 추억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데 있을 것이다.

곰토의 평점 : 6점

(2007.6.27. 독서일기에서 발췌..)
* 읽기 전엔..
나의 일반적인 도서선택 행태에 비추어 보았을 때(좀 씨룬다), 
이 책은 매우 충동적으로 구매된 책이다. 
책은 어디까지나 '필요'의 문제라기보다는 '기호'의 문제이기 때문에, 
책을 충동구입했다는 것이 소비성향의 죄책감을 느꼈다는 말은 아니고,
이 책에 대한 내 첫인상이 매우 impressive했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 선택을 조신하게 기다리며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던 나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막 내게 쳐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이 나를 "끌어 당겼다고나'할까...

어쨌든, 이 책의 첫인상을 이룬 내용은 이렇다.
세상이 돌아가는 숨겨진 비밀, 
그 비밀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이 세상은 구분되며, 
그 비밀을 알게되는 순간, 세상을 움직일 힘을 가지게 된다....
거의 마법에 가까운 이런 구절에 꼬여서 
'도대체 뭐길래??'하는  호기심이 그 강렬한 첫인상의 반이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성적인 생각은 했다. 
'자기 계발서의 일종이로군. 결국 인생을 잘 살아가는 처세에 대해 적어놓은 책이로군.'하고 애써 멀찌감치 물러섰지만, 
'속는셈치고,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나 자신만만해하는지 읽어나보자'하는 마케팅의 심리전술에, 
알면서도 넘어갔다.

*읽고 나니..
숨겨진 비밀을 알게되면 세상을 움직일 힘을 가지게 된다는 
이 책의 소개가, 확실히 좀 오버스러운 점은 있어도 
화끈하게 속았다는 배신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배신감이 점점 짙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책은 몇줄의 새로운 정보와 그 정보에 대한 강력한 설득의 반복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책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너무 간단해서 적어본다.

세상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이치 : "끌어당김" 원리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계속 원하고, 꿈꾸고, 벌써 이루어진 것 처럼 믿고, 이미 이루어진것처럼 즐거워하고, 감사하라..
단 부정적인 것을 피하려고 계속 생각하면,
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피하려는 대상만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오히려 피하려는 대상을 더욱 경험하는 악순환이 될수 있다.
우리가 좋은 것만 생각하고 원하는 주파수를 방출하고 있는지는
우리의 '감정'상태를 보면 알수 있다.
우리가 보내는 주파수에 대한 우주의 반사음이 '감정'이다.
즉 뭔가 감정상태가 좋지 않다면,우리는 뭔가 나쁜 것을 끌어당기는 주파수를 발산하고 있는 상태이며, 
그것은 곧 그 나쁜 것을 오히려 더 끌어당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게 이 책의 '비밀'이다.
너무 억지스러운 듯, 홀리는 말처럼 느껴지는 이런 내용들은
의외로 많은 유명한 성공인사들이 삶의 잠언들처럼 흘리고 다닌 말이라 한다. 
왜 있쟎나. 인생은 결국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된다 어쩌구저쩌구..

이 책을 읽고 내 이성은,
무슨 종교처럼 사람을 홀리는 이런 마법같은 주문에 
냉정한 거리감을 유지했지만,
그래도 의외로 이 책의 줄기찬 설득에 나조차도 좀 설득당했는지
이러한 '비밀'이 진짜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부터 매일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감정만 느끼도록 노력하고,
내 주변의 현실에 감사하고, 이미 내가 원한 것을 이룬 것처럼 느끼고 행복해한다... 그러면.. 이루어진다...라는 기대감..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고..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마술적이지 않다고..
예쁜 아기를 기다렸던 엄마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기로 하고,
늘 부자인 것 같은 마음으로 살지만, 그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바램과 다른 현실에 대해 너무 많은 예들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
과연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한다고 해서 
과연 그게 현실로 이루어질까..라는 끊없는 물음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과연 이루어질까 말까..라는게 중요할까..
이 책에서는 원하는 걸 꿈꾸었으면, 
벌써 이룬것처럼 기뻐하고 느끼고 행동하라고 지시한다. 
그것도 그림을 그리듯, 그 그림에다가 동작까지 세세하게 묘사해서 
그 상황을 마음속에서 구현시키라고 한다.
거기에 이 책이 진실이 되게 할 수 있는 '마술'이자
적어도 진실처럼 속게끔 할 수 있는 '교묘한 전략'이 숨어있다.
어쩜, 내가 그렇게 원하는 것을 이루어진 것처럼 기쁘게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현실적으로 정말 이루어지던 말던, 그건 별개로..
이미 내 인생은 그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지 않을까.. 정말로!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좀 심하게 마술적이긴 하지만, 꽤 일리가 있는 이야기야......

내용은 간단한데, 계속적으로 나를 설득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나도 '비밀'교의 신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장, 내가 원하는 것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아주 자세하게 현실처럼 그 상황을 마음속에 그려보아야지..
이 책을 덮을 때 그런 다짐만으로도 
이미 피곤하고 나른하던 내 정신과 마음이 불끈 에너지 업 되었으니,
어쩜 벌써 이루어 졌는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내 인생에 '끌어당김'의 마법이 시작될 것이다....

(이 책이 내 인생을 개선시키는데 획기적인 획을 긋게 될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비교적 단조로와서, 
구입해서 소장할 책이라기보다는 
한번쯤 읽고(이런책은 빌려서 읽어도 된다) 핵심메세지만 가슴에 저장한 채 돌려주어도 될 말한 책이다)

* 곰토의 평점: 3점 (주제는 멋지지만, 너무 단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