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8.1 독서일기에서 발췌..)
* 읽기 전에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건,
이제 책읽기가 완전히 내 취미로 자리잡았다는 의미일게다.
학창시절 늘 책과 가까이 지내 왔었지만,
대학에 올라가서 전공서적과 너무 빡시게 연애를 하다보니,
어쩌다 서점에 들려도 아무리 아무리 골라도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전공공부에 너무 매달리다보니, 느긋하게 책을 느낄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
그러다가 다시금, 책의 세계로 귀향하여
간만에 한 권 두 권,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것이
어느 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을 넘어서서,
본격적으로 책 맛을 들였다는 증거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이다.
늘 인터넷에서, 새로 발간되는 책이나, 새로운 베스트셀러, 그 외 출판사가 인터넷 서점에 로비해서 미는 책..들을 접하면서,
때로 내 진동수에 맞는 책들을 보면 구입하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세계문학은 용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아직 내 독서편력이 얕아서가 제일 큰 원인일테고,
그 외에 구차한 변명을 붙이자면,
옛날 고전문학들은 그 시대상황을 잘 살려놓은 글들이기에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보편타당한 삶의 진실을 주제로 담고 있긴 하지만,
그 소재며 역사적 배경이며 환경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21세기를 사는 나에게는 타임머신을 타고 적응해야하는 별도의 노력이 더 필요했다.
좀 우스웠던 경험 하나..
내가 이 ’명작에게 길을 묻다’ 란 책과 ’천개의 공감’이라는 책을 같은 시점에 두 책을 읽게 되었는데,
’천개의 공감’이란 심리학 치유서적을 읽고나서, 인간관계에 대해 가지게 된 안목으로
이 ’명작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의 옛날 고전 스토리를 읽으니,
옛날 고전문학 소설 속의 ’첫눈에 반하는 사랑’, ’집착하는 사랑’ 등은 어쩜 신경병적인 경향이 너무 많았다.
그런 느낌이 우스웠던 건,
세계문학 속에 인간군상의 모습 들에서 삶의 진실을 구성하는
인간의 나약함, 약함, 의지, 갈등 같은 많은 문학적 요소들이
정신심리학적으로는 ’에고’의 건강도가 떨어지는 상태라는 것.
즉,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면
어쩜 드라마틱한 문학적인 비극과 희극의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았을거라는 깨달음... 이 의미심장하면서도, 우스웠다.
인간이 약하기에 문학이 숭고할 수 있다라니...
어쨌든, 난 예전의 세계문학이 실어놓은 그런 인간의 약함과 비극과 갈등이 좀 싫었다.
너무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너무 감정적인 반응을 많이 요구하는 듯해서..
두번째로, 흔히들 ’위대하다고 ’말하는 그런 세계적인 작가들의 문장력이 내게는 너무 장황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나조차도 이렇게 만연체로 글을 쓰고 있지만,
뭔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풍부하게 상황을 느끼게 해주는 문필력을 원하는 내 독서호흡에는
세계문학의 문체는 너무 길었다.
(난, 너무 글 읽기가 얕은 가봐..하고 스스로 자조하게 할 만큼)
그리고 세번째로,
어쩌다 읽은 세계문학작품 몇 개가 영 심드렁했다.
예전에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그저그래서, 읽고 나서, 에게, 이게 뭐야?.. 그런 심정이었다.
차라리, 스토리가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좀 나은 편이었다.
그래서, 별로 친해지지 않았던 세계문학과
정을 좀 불여볼라고 이 책을 산 것이다.
작년 나를 달구었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너무 깊이 감화된 나머지,
어쩜, 세계고전문학 속에서도, 나랑 코드가 맞는 작품이 있을지 모른다.. 라고 생각하고,
그걸 찾아나서기로 작정한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줄거리 설명을 듣는 것은,
막상 책을 읽을 때 책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전에 스포일러를 보는 것 처럼....
하지만 한 편으론(워낙에 세계고전문학에 안끌리던 탓인지), 주인공의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를 보면,
읽고 싶어지는 작품을 발견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나 더, 이 책이 땡겼던 건,
이 책이 FM 라디오 프로에서 하루에 한편씩 소개되어 라디오 독자들의 사랑을 꽤 받았다는 것이다.
즉, 간단간단할 망정, 나름대로 작품의 내용에 대해
뭔가 여운이 남는 예고편이었지 않을까 싶어서 구입을 결정했다.
그리고 사실, 책 표지의 멋진 명화(누구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좋아했던 그림이다)가
마음에 쏙든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나니..
꽤 흡족한 정도는 아니다.
우선, 이 책은 연필로 줄 그어가며 집중해서 읽을 책은 아니었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다.
이 책의 그림 삽화를 그린 사람이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유재형이란 학생이고,
이 글을 쓴 사람은 송정림이란 사람으로 유재형군의 엄마다.
즉, 송정림이란 작가가 글을 쓰는데 아들이 그림을 그려준 거다.
쩜 이상해서 자세히 작가 편력을 읽어보니,
맞다. 예전에 내가 읽은 육아서적 ’성장비타민’ 을 쓴 바로 그 작가였다.
그 ’성장비타민’에서, 육아전문가도 아닌 이 분이 자기 아들을 멋지게 키운 법을 양념삼아 써두었던데,
그 책의 내용은 마음에 들었었지만,
여기서 이렇게 발견하니,
마치 아마추어 프리랜서 작가의 글과 아마추어 화가지망생의 그림으로 책이 이루어진 듯 하여,
무슨 가내수공업 물건을 산 듯 썩 반갑진 않다. 나의 편견인가?
그런 나의 느낌때문에,
’아, 이 책은 그다지 깊고 의미심장한 책은 아니겠군’, 하는 약간의 선입견이 생겼을 수도..
그런데, 실제로도 그랬다.
뭐 아마추어 작가가 썼던, 꽤 이름있는 문학평론가가 썼던 간에,
책 속의 문학작품에 대한 통찰이 그다지 깊이 있진 않았다.
명작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판에 어떻게 깊이가 있을 수 있냐고?
난, 더 깊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읽은 ’영화’속의 ’철학’을 논하는 ’철학, 영화를 논하다’라는 책도 그러했고,
아주 쉬운, 즉 전문용어를 다루지 않고서도,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이 책은 줄거리 소개 및 약간의 부연설명, 그 정도 였던 것 같다. 쩝..
그래서, 그래 이 책을 읽고,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세계고전문학을 소개받았느냐고?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어?
어짜피 세계문학에 대한 ’마담뚜’로 이 책을 구입했으니까..
글쎄... 머리에 딱 하고 떠오르는 작품이 없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위주로 명작을 접하다보니, 명작도 참 별 거 아니었다.
명작의 가치는 이게 아닌데..
역시 스토리만 달랑 아는 거랑,
작품을 토시하나 안 빠뜨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후 가지게 되는 감동은 비교할 수 없는 거로구나..하는 깨달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명작 역시 그 가치는 ’디테일한 것’
즉 단순한 줄거리가 아닌,
한문장 한문장의 깊이와 아름다움에 있을 거라는 평소의 막연한 내 추측만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접근에 완전히 X표를 치고 싶진 않다.
장차 읽고 싶은 책 목록안에 다른 종류의 책 소개서적들이 몇권 물망에 올라있다.
이 ’명작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도 나름 인기가 있었는지(내가 그랬듯, 이 책 표지에 많은 사람들이 홀렸을 것이다)
2권도 나왔던데 2권은 글쎄다..
대신, 다음에는 좀 더 깊이있는 통찰을 담은 책소개 ’마담뚜책’을 한번 골라볼 작정이다.
*곰토의 평점: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