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3.12. 재혁이 그림책 일기에서 발췌..)

바닷가에서 놀고 있던 아기 생쥐 형제 구리와 구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바닷가에서 유리병이 떠내려오는 걸 줍게 되고
둘은 이 유리병이 뭘까 고민하다가
끝이 날카로운 조개를 이용해서 코르크 마개를 빼는데 성공한다.

거기엔 튜브 두개, 지도, 그리고 편지가 들어있다.
편지엔, 바다아이가 두 생쥐에게 자기가 사는 진주등대로 놀러오라는 초대장이다.
지도를 보고 위치를 확인한 후 튜브를 타고 생쥐는 바다를 헤엄쳐가던 중 바다아이를 만난다.

진주등대에 도착하니 바다아이가
바위틈사이로 빠져버린 진주를 꺼내달라고 부탁을하고
두 생쥐는 바위틈 동굴길을 걸어가 진주를 꺼내온다.
아이는 진주를 바위탑 위에 꽂아 진주등대를 수리한다.

바다아이는 생쥐에게 어떻게 답례할까 물어보는데
생쥐는 바다아이가 헤엄치는 걸 보여달라고 한다.
바다아이는 개헤엄, 해파리 헤엄, 넙치 헤엄 등등 마지막엔 돌고래 점프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감탄하는 생쥐에게도 그 헤엄을 모두 다 가르쳐준다.
생쥐는 바닷가로 돌아오고
그 날 밤, 진주등대에서는 불빛이 바다를 환히 비춰주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일단, 어른인 내가 읽기엔, 내용 하나하나가 다 재밌었다.
다만, 이야기가 이래저래 길다보니,
재혁이 수준에 오래 집중해서 이 긴 이야기를 즐기기에 지루해할지도 모르겠다고 여겼었는데, 
내 걱정은 기우였다.
재혁이는 한 번 끝까지 읽자 마자
" 이 책 한 번 더 읽어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렇게 한 번을 더 읽고 또 한번을 더 읽어달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낄만한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군데군데 이어진다.

유리병이 뭘까. 뭐가 들었을까?
그 유리병의 코르크 마개를 끝이 뾰족한 조개껍데기를 이용해서 여는 것도 재밌고
그 속에서 편지가 나오는 것도 재밌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진주 등대의 위치를 추측해보는 것도 재밌고,
진주등대섬에 도착해서
진주를 찾아서 바위틈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재밌다.
아이는 몸이 커서 들어갈 수 없는데 생쥐형제는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게 진주구슬로 등대를 밝힌다는 설정도 멋지고,

제일 이 책에서 재밌는 부분은,(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바다아이와 생쥐가 보여주는 갖가지 다양한 헤엄 방법들이
이 책의 핵심적인 매력포인트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해파리 헤엄을 쳐봐야지. 넙치헤엄은 이렇게 하면 될까?"
하고 얼른 물놀이 가서 동물 헤엄 흉내를 내고 싶은 의욕을 느낄 것이고,
부모된 마음에선,
아이들이 물을 겁내하는, 수영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 책은 너무나 재밌게 극복시켜줄 것 같은 기대감을 느낀다.

재혁이가 그림책을 즐기는 수준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오늘은 8시 40분 쯤 책 읽기를 시작해서 한 30분 정도 책을 읽었다.

평소보다 시간적으로는 한 10분, 20분 정도 책 읽는 시간이 줄었을 뿐인데 책은 두 권밖에 못 읽었다.
오늘 처음 읽게된 ’구리와 구라의 헤엄치기’ 가 재혁이는 재미가 있던지, 
한번 읽어주는 데 한 10분여가 소요되는 그 책을 또 읽어달라 하고, 또 읽어 달라 해서, 세 번이나 읽어주었기 때문에
다른 책들을 읽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의 권 수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
책을 한 권을 읽었던 열권을 읽었던
재혁이가 얼마나 재밌게 즐겁게 읽었느냐가 중요한데
오늘은 구리와 구라의 헤엄치기 책을 실컷 즐겼기 때문이다.


곰토의 평점 : 8점

(2007.8.29 독서일기에서 발췌..)

* 읽기 전엔..
얼마 전에 읽었던 책소개 마담뚜 책인 '명작속에 길을 묻다'라는 책을 읽고, 그닥,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되지 않아 다시, 이런 '책'에 대한 '책'을 산 걸보니,
내가 요새 읽고 싶은 책들도 많고, 실제로 흠뻑 책에 빠져 살면서도,
감동을 주는 한권의 책이라도 더 만나려고
책에 대한 허기와 갈망이 많았구나...하고 스스로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의 멋진 제목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그 한 권의 책이
내 인생도 멋지게 바꾸어 줄 거라는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특정한 책이,
다른 이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겨지는 지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예를 들어, 내가 그저 그렇게 시큰둥하게 읽은 명작책을
다른 사람은 엉뚱하게도, 
내가 결코 발견하지 못한 그 책의 숨겨진 의미를 느끼고 배우고..그런 걸 알게 된다면,
그 책에 대해서도, 
숨어있는 가치로움을 재발견하는 멋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

* 읽고 나니..
이 책은, 현대 미국을 사는 사람이면 '알만한' 내놓으라는 48명의 명사들이 
자기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 한 권과, 그 책이 자기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된 사연들을 하나하나 적어 둔 글이다.
나는 '미국'에 살고 있지 않은 관계로,
안타깝게도 그 48명 중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고, 그 명사에 대해 알고있는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고작,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가 이 글을 쓴 48명 중의 하나라는 사실 정도?)
그래서, '어머.. 이 사람이, 이 책 한 권으로 삶을 이렇게 살게 되었구나..'라는 그런 의미에서의 감탄은 좀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저, 낯선 이가 읽은 한 권의 책과 그의 인생 얘기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 마음에 들었던 이 책의 특색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이 책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글'에
딱 내가 느낀 바로 그 특색을 너무나 잘 적어둔 구절을 발견해서
옮겨 적어 본다.

...읽어야 할 필독서를 찍어서 지시해주고 다이제스트도 해주는 류의 책은 시중에 얼마든지 나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책은 유명인사들 이름값을 빌려 대충 전하는 명작 다이제스트가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독서에 대한 고담준론을 늘어놓는 그런 책도 아니었다..

옮긴이가 적은 바로 그 점!!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이 책의 특색, 바로 그 장점이었다.

그럼 어떤 책이었냐고?
옮긴이의 말...
.....지은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인생 행로에 한 권의 책이 끼어들어 
삶의 방향타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인생 에세이들이었다....

그래서, 
멋진 책 소개하나 받으려고 읽은 이 책은
'책과 인생의 교감이 이루어진 멋진 순간'에 대한 인생 에세이로서의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 것이다.
특히나, 책과의 인연 중 아주 역발상적인 인연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동물은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지닌다는 생태학자 로렌츠의 <공격성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은 후, 
모든 동물은 분명 '공격성'에 필적할만한 '협동본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어느 생태학자의 얘기라던지...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이란 책으로 인해 시작된 유대인 학살사건의 희생양이 된 저자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히틀러가 그 책 속에서 왜곡한 사악한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일에 평생을 바쳐 일하게 되었다는 얘기라던지..

이 책 속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책은, 빈민가의 희망이 없는 불우한 환경을 살아가는 어린이에게
본인 스스로 노력한다면 환경의 노예로 살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고.
어떤 책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어떤 가치로운 일을 <실행에 옮길 동기와 용기를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친 삶의 위로>가 되어 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바로 그런 장면장면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감동이 있었다.

사실, 내 독후감들도 따지고 보면,
책자체에 대한 내용분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그 책이 나에게 준 것들,
내가 생각하는 것, 살아가는 것에 끼친 영향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는,
비전형적인 독후감? 즉 수필에 가깝지 않나?  마치 이 책들 속의 독후감들처럼...

그들이 책이라는 '강도가 센 지진'을 당해 인생의 지축이 흔들릴 정도였다면,
나는 수시로 읽는 책 한 권 한 권의
'미세한 진동'들을 내 삶 속으로 흡수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 곰토의 평점 : 8점

(2009.3.10 재혁이 그림책 일기에서 발췌..)

이 책은 대여책인데 재혁이에게 인기가 있었던 책은 아니고 그저 그럭저럭 본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오늘의 책'으로 정한 것은
이 책이 대여책이라서, 이 책에 대한 기록을 좀 남겨두기 위해서다.

한 어린이에게
친구 알도(토끼인형모양이다.) 가 있어서
항상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있어준다는 얘기이다.

지난 번 대여책으로 온 고미 타로의 '코끼리가 있어' 책 같은
마치 아이들의 '수호천사' 같은 분위기다.

이런 늘 곁을 지켜주는 이런 존재에 대한 그림책을 벌써
'알도'와 '코끼리가 있어 ' 두 권씩이나 내 눈에 띈 걸 보면,
아이들의 '수호천사같은 존재' 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책의 꽤 의미있는 소재인가 보다.
이런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기를 지켜주고 늘 곁에 보살펴주는 친구이자 마술적인 존재를
꿈꾸고, 그런 존재가 있기를 바랄 것이다.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이런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위로를 제공해주는 의미가 있을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어른인 나의 마음을 홱 잡아채는 듯한 의외의 장면이 있었다.
 '수호천사 알도'가 늘 아이의 곁에 있어주는 장면을 보여주는 과정 중에,
못된 아이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
엄마, 아빠가 서로 싸우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내용은, 이런 힘든 장면에도 '알도'가 있어서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 이다.
고미 타로의 '코끼리가 있어' 에는 이런 장면들이 없어 그냥 단조롭게 읽었지.. 하고 비교가 되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코끼리가 있어'  책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 대신
다른 아이와 서로 몸으로 다투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다.

괴롭힘을 당하건, 다른 아이와 다투던,
아이가 괴로운 순간에도 '수호천사'는 항상 곁을 지켜준다는 의미로,
그저 아이들이 이래저래 겪는 에피소드의 예라고 느끼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뒤 페이지의  엄마, 아빠가 서로 다투는 상황을 묘사한 장면에선,
아.. 이 책이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가 있구나..
그저 행복한 마음만으로 읽으라고 만든 그림책은 아니구나..
하고 이 책의 의도를 다시금 숙고하기 시작했다.

즉, 이 책은,
'알도'라는 가상의 수호천사를 통해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이, 
밝고 행복한 세상만을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그림책 속에서,
그런 두렵고, 무섭고, 무자비한 현실을 담아내는 건
그것 자체가 어린 아이에게 심리적인 두려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림책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이다.
그렇지만, 분명, 현실에는,
이런 두렵고, 무섭고, 무자비한 현실을 피할 수 없이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다른 그림책들은 항상 화사하고 밝은 천국같은 이야기만 담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두려운 상황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그렇지만, '알도' 든, 아니든, 
늘 내 곁에서 내 편이 되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만약 없다면,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라도,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어주었으면 한다고..

다행히, 재혁이는 아직 그런 두려운 상황속에 놓여보지 않았기에
이 책도 그저 시들시들 했고,
오히려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장면이 
재혁이 눈에 납득이 가지않고 오히려 새로운 두려움을 느끼게 될까 싶어
그 장면은 책장을 대충 넘어갔다.
이 책의 미덕은, 
그 자극적일수도 있는 장면을 노란색으로 뒤덮어버려, 
그런 장면 묘사자체의 충격(?)을 의도적으로 많이 완충해놓은 배려가 있었다.

언젠가, 재혁이도, 어린 나이에,
이런 저런 피하고 싶은 두려운 상황들이나
크던 작든, 심리적으로 힘겨워 할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부모마음에야 그런 일이 절대 없길 바라지만,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심리적인 도움 외에도,
이런 책이 작으나마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오늘 기록에 남겨본다.

곰토의 평점 :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