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명화의 재탄생이라는 책을 읽다가 도중에 소개되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란 그림이 09년에 발표한 박민규의 죽은왕녀를 위한 파반느 표지그림과 동일하다는 내용과 공주가 아닌 난쟁이 어릿 광대 여인에 초점을 맞춘 표지가 이색적이다는 잠깐의 소개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다른 책들과 달리 '못생긴 여자'와 평범한 남자(아니 내용상 매우 훈남으로 추정됨)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책이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긴 모습이다. 그 외적인 아름다움에서 독자나 시청자들은 만족하고 본인의 자아를 투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가는 오히려 그런 예쁜 공주나 멋진 왕자님의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현실에서 외모로 고민해봤을 법한 평범한 우리들을 그려내고 있다(책에서는 주인공 여자가 정말 사람들이 놀랄정도의 못생긴 외모라고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누구든지 거울을 보면 본인의 못난 부분을 발견하고 고민하는 일이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반전만큼 이 작가의 언어적 표현은 참 재밌고 쫄깃쫄깃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표현과 문체에 놀라면서도 공감이 가더라.
마음에 와닿는 여러 문구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몇가지를 정리해보고 곱씹어 본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쨋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살의 나는 생각했다.
- 그런데 현, 저는 한가지는 알아요 그 어떤 인간도 실은 나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거...이러쿵저러쿵 말들은 해도 실은 누구도 자기 자신만을 생각할뿐이라는거, 그건 정답이야, 하고 요한은 얘기했다.하지만 명심해, 앞으로의 길에는 정답이 없어, 뭐, 이러쿵 저러쿵 말은 하지만 나 역시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 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 아니 여자든 남자든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고 아름답고 눈부신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사랑은 분명 바보들만의 전유물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의 나는 분명 바보가 될 기회를 박탈당한 인간이다.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변기에 앉아서 보낸 시간보다는, 사랑한 시간이 더 많은 인생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듯한 학교를 나옥, 그럴듯한 직장을 얻고, 그럴듯한 차를 굴리고, 그럴듯한 여자를 얻고, 그럴듯한 집에서 사는... 그럴 듯한 인간이 되고싶은 시절이었다. 그럴듯한 인간은 많아도 그런, 인간이 드문 이유도... 그럴 듯한 여자는 많지만 그런 그녀가 드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럴 듯한 것은 결코 그런, 것이 될수 없지만 열아홉살의 나는 미처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랑은 분명 이 맥주캔과 같은 거라고 나는 생각해. 뭔가 터져나올거란 걸 알면서도 자신을, 또 서로를 흔들게 되는 거지. 뭐 어떤면에선 좋아진거야 그런 말을 했다는 건 그 친구에게 <흔들림>이 있었다는 얘기니까. 그래서 묻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던거야. 비로소...그리고 바라는 거야. 끝까지 마셔주기를..입만대고 내려놓거나, 그런게 두려운거고...속에 담겨있는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캔을 말끔히 비움으로써 우리가 맥주의 가치를 인정하듯이 말이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 거라고...저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