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서 입양한 사람은 없다.
아니면 있을지도 모르는데 밝히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입양이란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있어서
드라마나 소설속에 등장하는 단골메뉴로만 여겨진다.
어쩌면 우리가 입양을 바라보는데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또한
드라나마나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입양을 했다는 말을 들으면 와~ 대단하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자기 자식을 키우는 어떤 엄마한테도 와~ 대단하세요 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양은 자식을 낳은 것과 똑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정애 작가에게 입양은 인연이다.
인연은 떼어낼래야 그럴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연이다.
그렇게 인연처럼 아기를 만났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아기가 아닌
아기의 엄마에게 미안함과 이런 저런 감정들을 말하게 되었다.
그건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 육아일기 같기도 하고 또 친구에게 쓰는 편지같기도 하고
또 입양한 딸에게 하는 대화같기도 한 글이다.

입양을 떠나 엄마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너무나 이기적인 남편을 바라보면서 이게 과연 가족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또 훌쩍 커버린 아이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을때
나는 또 힘들고 지치고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
엄마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았다고 엄마가 될 수 없다.
입양을 했다고 해서 엄마가 아닌 것은 절대 아니다.
엄마란 입양을 했건 안했건 배아파 낳건 안낳건 그게 아니라
얼마나 사랑으로 아이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기르는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한다.
친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시기 전에 돌아가신 것 같고
외할아버지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존재조차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랑을 울 아들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프다.
시아버님은 울 아들 백일때 돌아가셨다.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락이 끊겼다가
요즘에야 일년에 두어번 쯤 얼굴을 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게 우리 아들은 외할아버지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수가 적으신 울 아버지도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신다.
사람의 끈이라는게 무엇인가를 절절히 느끼게 한다.



나의 과거 그리고 또 울 아들의 이야기를 적은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이 책을 쓴 할아버지와 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두 손주들이 부러워서 일 것이다. 아마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부러움....
은행을 정년퇴임하신 분이니 아마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으실 테고
그래서 더 마음이 풍요로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아이를 한시간 마음놓고 맡길 데가 없는 나로서는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외할아버지가 지극 정성으로 길러주셨다고 해서
손주들이 그 마음을 다 알아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책으로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울 아들이 여덟살이니까 어떻게 키웠는지 참 가물가물하다.
언제 걸었는지 언제 무얼 먹였는지 언제 말을 했는지
나는 도통 기억나는것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일기도 육아에 지쳐서 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조금씩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아~ 맞아 그랬었지...
아이들은 제 각각이지만 커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아기들은 엄마에게 마약과 같은 존재이다.
너무 너무 키우기가 힘들지만 그 미소 한번에 모든 힘듦이 없어지니까 말이다.
할아버지도 손주들과 이별을 만나셨다.
하지만 그 이별이란 것이 몸은 떨어지게 되지만
그 사랑을 나눠주신 할아버지도 받은 아이들도 평생 간직하게 될 보물일 것이다.

나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얼마나 좋아하냐고 얼마나 자주 산에 오르냐고 누군가 따진다면 할말이 없다.
굳이 아이 핑계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 동네 야산에 갈까말까 한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는 산이 좋다구...
구리키가 무턱대고 미국의 매킨리산을 오를 때의 심정이
내가 예전에 아무 장비, 아무 계획도 없이 지리산에 올랐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때는 오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빨간 면반바지 하나 덜렁 입고 랜턴하나 없이 지리산을 올라갔으니.
그래도 지리산은 나를 품어주었다.
몇번을 올라도 조상의 인덕이 없으면 보기 힘들다는 일출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다.
그럼 나는 빠지지 않고 본다.
꼭 내가 그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책으로 읽으니 그 느낌이 더 생생하다.
마치 구리키와 내가 옆에 있는 느낌이다.
산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더이상 들지 않는다.
우리중 그 어느 누구도 프로야구선수에게 왜 야구를 하냐고 묻지 않는다.
그 이유가 등반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구리키는 어쩌면 우리와 똑같다.
아니 평범 그 이하의 청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산에 올랐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져준다.
나는 젊은이는 아니다.
올해 마흔이 되었다. 허걱 사십대
그런 나에게도 용기를 준다.
삶이란 것이 지극히 지루하고 대충 살아서는 안된다는 충고를 한다.
꼭 산을 오르고 안오르고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희망을 찾고..
희망을 어디에서 찾는건 개인의 몫이고 바로 그 희망이 산인 것이다.
산은 늘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오를때는 건강과 행복을 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희망과 동경을 준다.
그래서 나는 산이 좋다.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생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