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 무얼 하고 싶은가요? " 이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 이 책은 10명의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자신만의 3일 프로젝트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제목이 삼곱하기십 3X10. 3일 그리고 10명의 작가.

그들중의 어떤이는 여행을 떠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3일동안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무위도식한 사람도 있다. 똑같은 질문에 10명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3일을 보내고 기록해 놓았다. 각자의 3일 속에 담겨진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들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각기 다른 10가지의 이야기를 훔쳐(?) 보는 듯한 짜릿함, 한권의 소설집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책의 핵심단어는 "여유"인거 같다. 바쁜 일상속에서의 선물같은 여유, 소풍같은 잠깐의 여유.

여유란 단어는 무척 쉬운듯하지만 일상속에서 그 여유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거 같다.  난 당분간 여유란 말을 잠시 잊어야 하기에 그런 여유를 찾아 떠난 책속 그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하지만 그들을 통해 잠시나마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대리만족, 지금 내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토닥토닥.

만약 이 질문이 내게 온다면 난 어떻게 대답할까? 처음엔 내 인생의 마지막 3일이라 생각하고 주변정리를 한다는 둥,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둥 마구 슬픈 정리만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책을 끝낸 지금은 다르게 대답할수 있을거 같다. 바삐 살아가는 일상속에서 오와시스같은 3일이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언제나 여행은 내게 다시 힘차게 뛸수있는 에너지를 제공했기에 난 여행이라고 말하겠다. 내게도 아무런 조건없는, 제약없는 3일간의 자유, 그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제목부터 정말 속 시원하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100% 공감할 이 말. 아주 짧은 사회생활의 경험을 가진 나역시 100% 아니 1000000% 대공감.

제목의 강력한 임팩트부터 이책은 내맘에 쏙 들었다. 이 책은 스포츠신문 연예부 신입기자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는데 한때 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했던지라 책을 읽기 전부터 무척 기대되었다.

"수습기자"로 입사한 줄 알았는데 실상은 월급50만원의 "인턴기자"였고, 정식 기자가 되려면 인턴동기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그녀. 지금 현실의 우리세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되고, "정식"이 아닌 "인턴"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디고, 윗선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묵묵히 일을 해야 하는 그녀 모습이 지금 우리의 사회초년생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스피디한 전개에다 뒷이야기의 궁금함으로 손을 떼기 어려울 만큼 몰입도는 최근 읽은 그 어떤 책보다 최고였다. 상사에게 치이고, 여기저기에서 상처를 받지만 그녀는 그 전쟁같은 직장에서 그녀만의 방법으로 그곳에 적응한다. '잔소리 한 귀로 흘려듣기' , ' 개새끼 ' 대처요령 등의 수법을 사용하면서. 

가볍게 시작했다가 책을 덮고는 많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내가 생각했던 통쾌한 결말이 아니여서였을까? 결국 이 방법밖에 없을까? 아니꼽지만 이런 사회에 무릎 꿇어야 하는 것있까? 군소리 없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사회생활을 해본 내겐 또하나의 의문과 걱정이 생겼다.

 

 

현실에서 우리가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일들을 소설속 그녀는 과감하게 실행한다. 그녀의 행동에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을 느끼며 아주 신나게 읽었다. 그녀의 과감했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님이 직접 겪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서 연예가와 신문사의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 보고 있는듯 해서 좋았다. 사회생활의 공감대와 그녀를 통해 조금은 통쾌했던 소설.

 

5년만에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손에 잡았다.

내가 처음 만난 그의 작품은 「공중그네」- 여기저기서 좋은 평과 괜찮은 별점 받은 터라 무척 큰 기대로 그를 처음 만나었다. 하지만 빵빵 터진다는 그의 웃음 코드는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고, 속편격인 「인더풀」은 몇년째 아직도 여전히 책장에 조용히 꽂혀있다. 책을 읽을때 작가를 따져 고르는 편은 아니지만 한동안 그의 작품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후 다시 그의 작품에(?) 도전한 것은 「Girl」- 남자인 그가 쓴 여자이야기라서 살짝 호기심이 생겼고, " 영원히 Girl이고 싶은 Cool한 여자들의 상쾌한 이야기! " 라는 문구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그 당시 난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혼란, 때늦은 사춘기로 심적으로 힘들었다. 더이상 나이를 먹지 않고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만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그 문구는 적절한 타이밍이었고, 책속의 그녀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멋있었다. 남자인 작가가 풀어낸 여자들의 심리묘사가 여자인 내가 봐도 공감 100% 아니 10000000%. 그녀들처럼 멋지게 살아보자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오쿠다 히데오 하면 Girl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것도 당연히 Girl이다.

 

이후 많은 작품이 출간 되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드디어, 참으로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났다.

「 꿈의 도시 」유메노... 정말 우리가 바라는, 꿈꾸는 그런 도시일까? 아니면 역설적 표현?

책을 잡는 순간 600여 페이지의 거대한 스케일(?)이 나를 압도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두꺼운 책은 또 오랜만이다. 남들보다 조금 느린 책읽는 속도.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이 책을 붙잡고 있어야할지 덜컥 겁이났다. Girl을 만났을때 그 느낌이라면 폭풍 몰입도를 발휘할 거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꿈의 도시, 유메노에는 저마다 꿈을 가지고 사는 다섯명이 있다.

현청복귀를 꿈꾸는 유메노 시 출장소에 배속된 공무원 도모노리,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무코다고등학교 학생 후미에, 사기 세일즈를 하지만 성공을 꿈꾸는 전직 폭주족 유야, 사슈카이라는 종교집단에서 지도원을 꿈꾸는 마트 식품매장의 보안요원 다에코, 출세의 야망을 가진 현 시의원 준이치.

이 다섯명의 이야기가 그들 각자의 꿈을 향해 교차로 이어진다. 하지만 꿈을 향해 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핑크빛이 아니라 왠지 모를 회색빛이다. 꿈의 도시 유메노는 그들이 꿈꾸는 도시가 아니라 그저 꿈을 쫓아가기에 급급한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와 전혀 다르지 않은것 같았다. 그들의 미래는 정말 핑크빛이 아니라 회색빛일까?

 

전혀 불편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장 한장 넘기기 힘든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왜 그렇게 오랫동안 이 책을 부여잡고 끙끙댔을까... 잠깐 생각해봤다.

그러고 보니 전에 이와 비슷한 구성의 작품을 읽어었다. 이사카코타로의 「 러시라이프 」... 각각의 이야기가 마지막에서 모두 모이는... 인생은 돌고도는 것이라던...

비슷한 플롯이라 그런지 마지막장에 닿기도 전에 결말을 예측해버렸다. " 충격적인 라스트신 " 이라던 카피가 조금은 민망해지는...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겐 그랬다. 조금도 충격적이 않았고 그저 담담했고, 왠지 한페이지가 더 있을거 같은... 출판사의 실수로 마지막장이 빠진듯한... 조금은 아쉬운 결말이었던거 같다.

하지만 웃음기 빠진 이번 작품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현실을 조금은 비틀어 놓은 듯한, 정곡을 찌른 비판적인 이야기. 웃음기 잃은 오쿠다 히데오도 매력적이다. 그 옛날 Girl을 만났던 그때처럼 참으로 신선하다. 때로는 배꼽잡는 유머로, 때로는 진지한 목소리로.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일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것이 진정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