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표지가 이뻤고, 평소 청소년 소설을 좋아했고, 등장인물 이름이 어려운 외국소설보다는 국내작가의 소설이 좋았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독특한 이 소설의 작가님은 「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를 쓰신 분이셨다. 평소 국내작가의 책에 관심이 많았기에 전작인 그 책의 제목은 들어보아었다.
하지만 책은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꽤 괜찮은, 유쾌한 작가님을 발견한거 같다.
왠지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질거 같다는 생각을 했으나, 책 소개글에 어느 '문제적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을거 같았다.
하지만 이 '문제적 가족'에게 일어나는 마술같은 이야기 라는 문구에서 이 소설의 끝은 해피엔딩임을 예측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기대하며 첫장을 넘겼다.
타일, 마루, 수도파이프.......... 이것은 이 책의 차례.
차례 또한 범상치 않다.
차례인 타일, 마루, 수도파이프, 보일러, 담장, 변기는 주인공 몽주네 30년된 구라파식 이층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순서이기도 하다.
회사 퇴직후 운영하는 피시방에서 야동을 즐겨보는 아빠,
에스프레소 마니아 엄마,
구라파 이층집을 누구보다 사랑하나 독립을 선언한 할머니,
얼마전 분가한 오빠와 새언니,
가난한 흑인 이슬람교도와 사랑에 빠진 언니,
그리고 도미노처럼 무너져 가는 집을 위해 마술을 배우는(?) 막내 몽주. 이들이 구라파 이층집의 개성만점 가족들이다.
30년된 구라파식 이층집이 여기저기 깨지고 균열이 생기며 말썽을 부리듯이 가족들도 크고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면서 그들 사이의 사랑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이 낡아지듯이 가족의 사랑도 그렇게 조금씩 식어가는데...
구라파식 이층집도 몽주네 가족들도 이대로 무너지고 말것인가?
' 추억은 과거일 뿐이야. 반짝이던 코발트블루빛 타일이 이렇게 자기 색을 잃고 깨진 것처럼 사람도 변하는거고. 그럴 땐 꿈을 꾸면 돼. 현실보다 꿈이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 p.86
엄마는 2층 테라스의 코발트블루빛 타일을 좋아했었다. 타일이 색을 잃어가듯이 삶의 의미가 희미해져가는 엄마는 테라스 너머의 어딘가를 향해 꿈을 꾼다.
비단 엄마뿐이 아니라 다른 가족 모두 집을 떠날 꿈을 꾼다. 할머니는 독립을 꿈꾸고 오빠네는 분가를 하고, 언니는 사랑에 빠진 흑인 이슬람교도를 따라 캐나다로 떠난다.
몽주네 가족을 통해 지금 우리네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예전보다 가족의 의미가 조금 퇴색된 듯한 지금, 우리집은 어떠한가.
" 저도 다음부턴 인스턴트로 마실까 봐요. 원두는 마실 때도 그렇고 다 마시고 나서도 그렇고, 왠지 달착지근하게 남는 맛이 없어서...... "
" 뒤끝이 매정할 만큼 깔끔해서 그럴 거예요. 사람도 원래 그렇잖아요. 너무 깨끗한 척하면 가까이하기도 어렵고 터놓기도 쉽지 않고. "
새언니가 내 옆에 앉더니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의 차이점을 나름의 비유를 들어 분석했다.
" 네 말이 딱 맞구나. 깔끔하고 정나미 없는 것보단 이것저것 대충 섞여도 푸짐한 맛이 나는게 좋지. 맥심 노랑이, 얼마나 맛있냐. " p. 134
가족또한 그런게 아닐까? 각각의 사람들이 사랑으로 어울어지는.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사건 중에 오빠네 부부의 입양결정이 있다.
가족의 의미엔 단순한 혈연의 의미보다는 그들이 얼마나 사랑으로 이해하며 어울어져 살아가느냐의 의미가 더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변에 남보다 못한 혈연의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족이란 단순한 피의 문제가 아니라 어우어짐의 문제다.
책속 주인공 몽주는 마술을 배운다. 처음엔 할머니 생신때 깜짝 선물로 보여드릴려고 시작을 하지만 이 마술이 마지막에는 정말 깜짝 놀라만한 일을 만들어 낸다.
몽주의 에메이징한 마술은 몽주네 가족뿐만 아니라 조금은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도 가슴 따뜻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지금쯤 몽주네 가족은 다시 그옛날 처음 구라파식 이층집에 입주했을때의 설레임으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