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에서 나온 이 책은 2009년에 나온 책으로,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 읽어보아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흥미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 책을 좋아하고 출판사라는 곳이 궁금하고 인문분야의 독서를 즐겨하는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 독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후에는 수많은 책들 앞에서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얼마 지나게 되면 자신에게 맞는 분야와 출판사들에 대해 눈이 뜨이게 됩니다. '아, 이 작가라면 혹은 이 출판사의 책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죠. 특히 인문분야 출판사는 독자들의 그런 애정이 잘 느껴지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돌베개, 보리, 사계절, 산처럼, 서해문집, 이학사, 효형출판, (사)행복한아침독서 등이 소개되는데요. 출판사가 만들어지게 된 이력과 대표의 철학, 그간 펴낸 책들, 앞으로의 목표 등을 볼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출판사의 내부를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사실 책들 가운데에서도 많은 판매부수를 올릴 수 없는 그런 분야가 있기 마련입니다. 대중인문서나 교양인문서가 아닌 소위 어렵고 재미없다고 여겨지는 분야는 판매부수에 있어서는 높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옳다고 여기는 생각을 책으로 펴내는 이런 출판인들이 있어 참 감사합니다. "화려한 건물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내놓는 책이 높은 판매고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학사 식구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소소한 기쁨을 간직하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학술적인 책을 내는 데 방점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것과 더불어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조명하는 책을 내보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또 기회가 되면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못했던 예술 분야의 책도 내볼 계획이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출판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학사의 가장 큰 꿈이다. 이학사의 꿈들이 하나하나 실현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 ('이학사' 중에서)

 게다가 책의 부록식으로 출판사 창업과 입사에 대한 은혜로운(?) 글이 실려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1993) 이후 20년만에 서경식 교수가 낸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읽게 되었다. 사실 서경식 교수는 '디아스포라'라는 용어로 이전에 접했었는데, 쉬워보이지 않아 책들을 읽어보지 못했다. 이번 신간은 사실 '미술'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서 였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우선 '조선미술'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그러나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 '조선미술'의 함의는 그런 닫힌 뜻이 아니다. 나는 '조선'이라는 말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본 총칭으로 사용했다." (8쪽에서) 라고 이야기 한다. 재일한국인으로서 대부분 일본에서 살며 다른 근대를 접했던 그의 시선은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더 나아가 이 책의 제목을 지을 당시 '우리 미술 순례'라는 제목을 떠올렸으나, '우리'를 의문의 여지가 없는 전제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 맞지 않아 사이에 '빗금(/)'을 넣은 '우리/미술'로 표기하려고도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통파 미술평론이나 미술사와는 꽤 거리가 있다. 다른 저서에서 나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영향 아래, 주류의 이야기에 대항적인 이야기를 대치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 책 또한 동일한 입장을 취한다."(12쪽에서)

 처음 가진 생각과는 달랐으나 이 책은 내게 무척 인상적인 책이 되었다. '디아스포라' 서경식 교수의 삶과 어떤 의지는 책에 잘 담겨 있었다. 1980년 광주를 미술로 표현해온 신경호 작가를 시작으로 40대에 전업주부로서의 일상을 벗어던지고 미술을 시작한 1세대 여성주의 미술가 윤석남, 벨기에에 입양돼 현재 전 세계를 떠돌며 작품황동을 하는 예술가 미희 등 개인적으로 낯선 작가들이 등장하며 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주변부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 이 책에서는 그렇게 서경식 교수가 보는 '나의' 순례이다. 무척 새로웠고, 기존의 단일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시대, 이 사회에 대해서는 다른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아픔과 상처, 환부를 드러내더라도 그것이 지금의 문제를 넘는 방법이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