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톨스토이의 부활이 출간 되었습니다. 러시아어 번역 1세대, 최고의 번역가로 유명하신 故김학수 선생님의 번역판입니다.

몇년 전에 흥신문화사에서 나온 책을 헌책방에서 구입해서 감명깊게 읽었었는데,

올해 새롭게 나온 책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몇십만의 인간이 좁다란 곳에 모여 서로 밀치락달치락하며 그 땅을 보기 흉하게 만들려고 아무리 기를 쓰고 파헤쳐도,

아무것도 돋아나지 못하게 땅바닥에다 아무리 돌을 깔아도, 그 틈바구니로 싹터 오르는 풀들을 아무리 뽑아버려도,

석탄이나 석유로 아무리 그을려도, 봄은 정년 봄이었다.」

부활의 유명한 첫 구절로, 책을 다 읽고 나면 후에도 가끔 생각나는 첫장면입니다.

 

 부활은 도스또예프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평론가, 사상가인 톨스토이의 작품입니다.

작품의 내용은 법률가이자 그의 친구인 코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최초에는 <코니의 수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공작 네흘류도프는 하녀인 카튜샤를 유혹하여 임신시키게 된다. 그 때문에 카튜샤는 집에서 쫓겨나 타락해 끝내는 범죄의 누명까지 쓰게 된다.

 배심원으로 법정에 출두한 네흘류도프는 법정에 선 여죄수 마슬로바가 바로 자기 자신이 유혹했던 카튜샤라는 것을 알고 놀라움과 함께 심한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그리고 그는 카튜샤를 구원하고 갱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사실 톨스토이의 생애를 살펴보면 젊은 나이에 지주로서 영지 내의 농민생활에 전력하였으나 그의 이상주의가 실패하게 되고 방탕생활에 빠지게 되었고, 후에 형의 권유로 입대하였다고 하는데요, 부활의 주인공인 네흘류도프도 이와 비슷한 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때문에 타락한 여자를 위해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주인공의 내용은 감동적이지만 단순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구조위에 다양한 인물들과 배경, 19세기 러시아 사회, 정치, 경제, 종교 문제들이 펼쳐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톨스토이가 대문호이자, 부활이 위대한 고전이라고 불린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톨스토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내적인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는데요, 초반에는 자신의 만족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데 점점 비인간적인 상류층과 지배층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끼면서, 하층민과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깨닫게 되고 계속되는 내적 갈등을 일으키지만 점점 자신의 행동에서 참된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 당시의 재판제도와 감옥의 비인간성, 부패한 종교등도 계속해서 네흘류도프에 의해 비판을 받습니다. 

 

 이런 방대한 내용의 끝에서 나오는 기독교적 사랑은 알고 보면, 실제로 톨스토이는 그 당시의 타락한 그리스도교를 배제하고 박애주의와 투철한 본래의 그리스도교로 복귀할 것을 이야기 했다고 하는데요, 부활이란 작품 탈고에도 러시아의 국교가 아닌 두호보르 교도를 외국으로 이주시키는데 자금이 필요해서 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정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후에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했다고 합니다.  

 

 무슨 권리가 있기에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벌주고, 비인간적으로 행동하면서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한 주인공의 끝 없는 고민은 결국 성경의 복음서 속에서 해법을 찾게 되고, 결국 종교적 사랑에 의해서 부활되는 이 책에서 톨스토이는 주인공 네흘류도프 또한 성경을 보면서 "고작 이런 것뿐인가?"라고 했던 가장 단순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리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100여년이나 지난 지금에 어떻게 보면 방대하고 지루하다고도 볼 수 있는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찌보면 단순한 해답에 대해서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가 무슨 필요가 있나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빠른 깨달음을 제공해주는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짧지 않는 시간을 들여 이런 두꺼운 책에서 복잡한 내용을 읽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삶이란 것이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생애와 더불어 그의 다른 걸작들과 그 당시 러시아 사회와 그의 사상등을 보면 이 책은 솔직하게 보면 단순하게 읽어질 수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100여년 전의 사회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톨스토이의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네흘류도프에게는 자기가 목격한 이러한 공포가 어디에서 나오며, 또 그것을 근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백해졌다. 지금까지 그가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해답은 바로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준 말에 있었다. 곧 누구든 죄가 없는 사람은 없으며, 따라서 사람을 처벌하거나 교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항상 모든 사람을 몇번이고 한없이 용서해야 한다는, 이 한가지에 있었다. … 그렇지만 이 문제가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리는 없다… 이제야 네흘류도프는 사회의 질서가 존속하고 있는 것은 남을 재판하고 처벌하는 이들 합법화된 범죄인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부패와 타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서로 돌보며 서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뚜렷이 깨달았다. ((2권 358p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