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달'은 2월의 우리말 표현으로,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이란 뜻입니다.

벌써 1월이 지나고 2월입니다.

샘터 2월호에서 인상적인 글들입니다.

「이달에 만난 사람, 설립 70주년 맞은 국립중앙도서관 임원선 관장」

국립중앙도서관 : http://www.nl.go.kr/nl/index.jsp

" … 회충은 사람의 작은창자에 기생하며 위치상 사람이 먹는 영양분을 원하는 만큼 가져갈 기회를 갖는다. 서른두 마리의 회충이 각각 밥 한 숟갈씩을 먹으면 사람이 굶어죽을 것이고, 반 숟갈씩 먹는다면 숙주가 죽지는 않는다 해도 늘 배가 고프고 하늘이 노란 상태가 지속되리라. 하지만 회충들은 그렇게 하는 대신 매 끼니당 밥풀 한톨씩 먹기로 합의를 봤고, 덕분에 그 여성은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없이 북한을 탈출할 수 있었다. 

 …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종 전체가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자아실현에 관심이 없으니 발전 같은 건 불가능하다. 헐벗고 굶주리던 인류가 빛나는 문명을 건설하는 동안, 회중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심지어 40년 전에 만들어진 구충제가 지금도 잘 듣는다. 뭔가 다른 삶을 모색할 법도 한데 회충들은 그저 지금이 좋다면서 늘 웃고 있다. 이게 답답해 보이긴 하지만 가끔 회충의 삶이 부러울 때가 있다. 삶이 너무 각박해 보일 때, 다들 왜 이렇게 앞으로만 나가는지 짜증이 날 때, 난 내시경으로 끌려나오면서도 웃음을 짓던 그 회충들을 생각한다. 밥 한 톨과 제 몸 하나 누일 곳만으로도 행복해 하던 회충의 얼굴을.

 새해에는 뭔가를 더 얻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지금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도 아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기생충에게 배우다 - 행복한 회충」,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로 <컬투의 베란다쇼>에 출연했고, 『서민의 기생충 열전』의 책을 낸 '서민'선생님의 글입니다. 

 탈북자의 몸에서 나온 서른두 마리의 '날씬한'회충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보는 글입니다. 아직 책은 못봤는데, 방송에서도 참 유쾌하신 분이더군요. 글에서도 묻어납니다.

 

(샘터 서평단 서평도서입니다.)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네팔 사람들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더군요. 마치 인생의 사계절 같았습니다. 배우고, 적응하고, 참회하고, 자유로워지는 이 네 단계 (중략)

 누구보다 자신의 계절은 자신이 잘 알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나 혼자 이런 계절을 보내고 있지 않구나 하고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각자 살아간다 해도, 우리 모두는 대부분 같은 사회 안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마련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각 단계마다 연령마다 보편적으로 느끼는 갈등과 행복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이자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동료로서 당신처럼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정성들여 편지를 써봤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띄우는 나의 편지입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오랫동안 정신과의사로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도왔던 경험도 담고자 했습니다.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머리말 -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

 저자인 이근후 교수의 책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2014년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라는 개인적으로는 진부한 제목의 책이 나오던데, 베스트셀러라고 하길래 그러려니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책도 읽기전에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신과전문의로 50여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하여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76세의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졸업하였고 30년 넘게 매해 네팔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등등의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이력을 갖고 계서서 기사들도 더 찾아보았는데 예전 기사에서 보니「신경전신과 전문의 이근후 "13명 대가족과 살아가는 법, 간섭하지 말고 가깝게 대화」라든지 예전에 접한 '풀꽃평화연구소'라는 곳의 전시회를 네팔에서도 열도록 주선했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전문적인 공부는 아니지만 나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에 심리학 관련 도서에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처음에는 나를 알고자 시작했던 것이 점점 나와 가족, 주변, 타인, 사회 등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교양 심리학 서적들과 더불어 전문 심리학 서적들도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또한 감정에 대해, 가족문제, 인간관계 등 심리에 대한 문제도 더욱 새롭게 논의되고, 사회적으로는 세대마다 새로운 문제들을 접하고 있다. 

 정신과전문의로 오랜 세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신 분이다 보니, 이 책은 "내가 살아보니 인생이란게..." 꼰대같은 지겨운 말이라기 보다, 혹은 대단한 통찰력으로 정신을 번쩍들게 하는 글은 아니지만 팔순을 맞이하신 인생 선배 또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말로 다가온다. 

 세월은 변해도 인생의 보편적인 면을 보면,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른들의 말은 깊이가 있다. 이 책은 모든 세대에게 들려주는 편지이기에 집에서도 가족이 다같이 볼 수 있는 책이다. 아무래도 대가족과 함께 사신다고 하셔서 그런지...

 사실 좋은 이야기인데 이 책과는 별개로 이런 말들이 공허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주변과 사회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날입니다.", 그런 생각도 중요하지만, 평균연령이 늘고 있는 시대에 평생교육 같은 제도들에서 부터 모든 세대가 새롭게 맞이하는 문제를 바라보고 사회적인 제도등에서도 유연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