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미야니시 타츠야라는 작가의 비슷한 제목의 공룡동화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거든요. 아주 얇은 책으로 기억하는데 그 책이 장장 80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되었다니 너무 궁금하더군요.

극장에 도착하고 표를 손에 받는 순간부터 행복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녀석 맛나겠다" 주인공이 담긴 스티커는 물론 색칠공부와 지도놀이, 메모장을 겸하는 노트도 2권이나 받았고, 공룡탈을 쓴 분이 아이들과 함께 사진촬영도 해주었거든요.

그리고 영화관에 입장. 왕십리 CGV 정말 좋더라구요. 베이비시트가 필요없는 층층 좌석배치와 넓은 간격. 아이들과 다니다보면 7세나 되었어도 앞에 두상이 다소 크신 아저씨가 앉거나 하면 베이비시트를 찾게 되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이 보는 영화다보니 시간이 흐르거나 하면 앞 좌석을 발로 차대는 통에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이상의 상황을 모두 감안한 듯한 좌석배치와 극장시설에 저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답니다.

 영화의 시작.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영화상영동안 우리 모녀는 아마도 각기 다른 이유로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히며 관람하였답니다. 딸아이는 이별이라는 테마에 민감하더군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주인공 하트는 여러번의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를 키워준 엄마 공룡과의 이별,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라 여겼기에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아기공룡과도 이별하려고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부'라고 하면 좀 뭐하지만 하트의 진짜 아버지와도 이별합니다.

동화책을 큰 줄거리로 하되 그 앞과, 뒤, 그리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무리없이 끼워넣은 구성은 그 이별을 한층 감동적이고 또한 아름답게 묘사한답니다.

얼마전 친한 친구가 2명이나 멀리 이사를 가면서 아픈 이별을 경험한 딸아이는 그 때문인지 이별 장면에서 흐느껴 울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모든 이별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 아니 나보다 상대방을 더 배려하는 그대를 위한 이별이었다는 걸 딸아이가 알까요? 그리고 그 이별을 극복하면서 다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이지만 서로에게 행복이 되어 주는 그 관계의 아름다움을 아이가 느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또 다른 테마 중의 하나는 아마도 서로 다름에 대한 포용심이 아닐까 합니다. 육식과 초식이라는 본능적으로 함께 할 수 없어보이는 관계도 그들은 극복해 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간은 얼마나 많은 다름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서로를 평가하고 아프게 하고 있을까요? 아이에게 물었죠. "하트하고 맛나가 과연 함께 살 수 있을까?" "물론이지. 먹이만 다른걸." 아이들은 역시 열려있습니다. 그 넓은 열린 마음에 내 손으로 자물쇠를 채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코믹한 에피소드들 사이사이로 자연의 변화와 여러 종류의 공룡을 접하고, 화산 폭발과 공룡들의 대피를 보면서 얻는 교육적 효과도 물론 있습니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은 스토리와 눈을 피곤하지 않게 하는 색채들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들입니다.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법한 그림체는 아이들이 너도나도 공룡그림에 도전하게 하겠지요.  

그리고 함께 하는 어른으로서 저의 감상을 덧붙이자면, 저는 이 영화에서 찐~한 부정을 느꼈습니다. '바쿠'와 '하트'는 여러가지 면에서 부자지간이라는 암시가 많이 나온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임을 진작에 알았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넘어서 보라는 듯 한층 혹독하게 다룹니다. 약육강식의 공룡사회에서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강한 공룡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모든 것을 껴안는 '모정'에 절대 못하지 않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기에 더 감동적인 '부정'에 저는 눈물을 흘렸답니다. 이 시대에 아버지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그 외로움을 기꺼이 껴안으면서도 모정과는 또 다른 부정으로 자식의 뒤에 서있는 아버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끝으로 영화가 끝난 듯 자막이 올라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안됩니다!!! 뒷 이야기가 몇 장면 남았거든요. 놓치시면 후회합니다. 음악이 끝날때까지 꼭 장면에서 눈을 떼지 마시기 바래요! 

어느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라이트와 하트가 함께 노는 어린시절을 꼽는 아이는, 아마도 공룡의 성장영화로 이 영화를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대로 됐습니다. 월요일 저녁은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아직 다행해도 건강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만 보아 온 아이에게 이 책은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반드시 닥쳐올 상황들이기에 저는 공들여 한줄, 한줄 읽으주고 아이와 함께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이 책에서는 다행히 할아버지께서 건강을 되찾으시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열에 아홉이겠지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다시 건강을 찾는 내용으로 그려주신 데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좋든 싫든 접하게 될 슬픈 현실을 책으로 미리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한페이지에 많은 글을 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한구절 한구절이 참 감동적이랍니다. 덤덤하게 그린 그림들도 제게는 눈물겹게 다가왔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준 이 책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5년여를 일하던 직장을 떠났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기쁨에 취해 앞뒤 상황 파악도 못하고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된 저에게 남은 것은 그냥 엄마, 며느리, 딸, 아내였습니다. 너는 엄마니까, 너는 며느리니까, 너는 딸이니까, 너는 아내니까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명제만 있을 뿐 아무도 제 생각을 묻지도, 제가 행복한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지친 저에게 또 사람들은 말하더군요. 다들 그렇게 산다고,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유별나게 그러지 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상황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제가 왜 행복하지 않은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에서 실시하는 여성일자리 찾기 교육에도 참가했고, 놓았던 책을 다시 잡고, 어학시험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1년여 아이를 키우면서도 업무가 가능한 파트타임 잡을 구해서 2년째 근무 중입니다.

어찌보면 저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대로 가방을 한번 제대로 다시 꾸린 셈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첫 장의 제목을 접한 순간 저는 세상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잃어버린 날은 웃지 않았던 날이다."
육아와 온갖 가사와 집안 경조사에 치여 나는 없고 뒤치닥거리에 허덕이다가 첫 출근을 하던 날 저는 행복에 몇날 며칠 잠을 설친 충혈된 눈으로 거울을 보며 너무 행복해 하던 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저는.. 더이상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바람직한 삶의 공식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삶의 목적을 위해
자기 일을 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제가 왜 웃고 있지 못한지, 그토록 꿈꾸던 일, 제가 원하던 업무를 시작했고, 저를 이해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과 대화가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생활에서 제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습지만 제게는 삶의 목적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습니다.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의 주인이 제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저자가 권하는 대로 제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행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아직 저를 이끌 삶이 목적이 명확하게 잡힌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제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가 제 삶의 주인이 된 기분이 듭니다. 아니 확실히 그렇습니다. 
"당신은 어떤 환경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가?"
"당신이 가진 재능은 무엇인가?"
"당신은 무엇에 열정을 품고 있는가?"
저자가 던져준 이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지면서 시간을 갖고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 책이 저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제 나이가, 제 상황이 정말 정확히 이 책의 메세지를 필요로 한 때문도 있지만, 너무 현학적인 말로 저를 더 미궁에 빠트리지도 않았고 실질적인 필요사항을 콕콕 집어 제시한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바로 떠나라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과 꼭 다른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자기 나름의 타임아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내는 것 만으로도 다시 돌아온 나의 하루를 '참 잘 보낸 하루'처름 느끼게 해 준다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여러번 가방 싸기를 다시 해야 합니다. 때문에 오늘의 선택이 내 인생이 마지막 선택도 아니며, 그 모든 과정이 곧 내 인생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이 말을 제 좌우명으로 하려고 합니다. 
"내일의 목적을 갖고 열정을 다해 오늘을 살라!"
백만번을 들어도 좋은 말입니다. 이제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열정을 다해 오늘을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