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7세가 되면서 부쩍 독서량이 늘었다. 작년까지는 아이가 읽는 책은 나도 꼭 같이 읽고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함께 느껴봤었는데, 이제는 글밥도 늘고 독서량도 하루에 10권이 넘을 정도로 부쩍 늘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되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책은 같이 읽자고 들고왔길래 오랜만에 아이를 앞에 앉혀놓고 함께 읽기 시작했다.

 

표지만 봐서는 책 내용을 알 수 없다. 저 아이들이 어딘가로 같이 놀러가는 것인지, 누구한테 선물하러 가는 것인지 갖가지 추측을 하면서 책장을 펼쳤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 마음은 너무 따뜻해져서 눈물이 날 뻔했다.

저 아이들은 피터아저씨가 만들어주신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인상적인 대목은 누구나 다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가 더 좋은 선물을 받은 듯이 보여도 아무도 샘내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을 비교하고 샘내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자신은 너무 낡은 집에 살면서도 아이들에게 온갖 선물을 손수 만들어주던 솜씨 좋은 피터아저씨에게 어느날 관리인이 찾아와 당신 집은 너무 낡았으니 수리를 하지 못하면 이 동네에서 쫓겨나게 될 거라고 말한다. 수리비가 없는 아저씨는 걱정에 잠기고 그 모습을 보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을 가져와서 아저씨의 집 수리를 돕는다.

그리고 책 끝 부분에서 또 한번 감동적인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피터아저씨는 돌아가셨지만, 그 옛날 페인트가게 자식이었던 루시가 매년 페인트칠을 해드릐기 때문에 피터아저씨의 집은 새것이다.... 라고

 

아이들은 피터아저씨에게 선물만 받은 것이 아니고 서로 나누는 마음, 남을 돕는 마음을 배웠다. 이 마음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질 듯하다.

 

잔잔한 그림에 튀지 않는 색상, 적절한 글 배치가 보는 내내 편안했다. 이런 책을 왜 이제야 만난걸까. 이것이 단행본의 묘미구나!

보석같은 책을 만난 오후, 우리 모녀는 참 행복했다.

 

 

 

배려, 도움, 더불어살기

우리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에 시화전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본인이 시를 짓고 그 시에 맞게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참 유치하게도 끼워 맞춰가며, 시에 바다가 있으나 우선 바다 그림을 그리고 시에 배가 있으나 배도 그리고 시에 조개가 있으니 조개도 그리고.. 이런 식으로 그려가면서도 본인이 시인이 된양, 화가가 된양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 내 손에 쥔 '윤동주시인과 함께 하는 송알송알 동시논술'이라는 책은 그 시화전에서 뽑힌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책이다. 윤동주시인이 쓴 동시를 모아놓고, 투박하면서도 정겹고 낯익은 그림으로 은은하게 시를 표현한 것이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

 

윤동주 시인이라면 그 유명한 '서시'를 떠올리며 그 어려운 시를 아이들이 어찌 알아먹을꼬 살짝 걱정도 되었는데, 딱 아이들 눈높이에서 적어내려간 동심 가득한 동시들을 대하니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그의 일대기를 떠올리메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어 간다.

 

이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파트 끝부분마다 초등학생들이 쓴 동시를 소개하고, 다른 시인의 시들도 한편씩 보여준다. 그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내맘대로 동시라는 부분이 있어서 방금 읽은 시들을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그 느낌을 압축된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 낸 압축된 단어들로 또 어렵지 않게 시를 만들어 보도록 유도한다.

동시논술이라는 제목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책 맨 뒷표지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아이들에게 던지거나, 글을 잘쓰기 위한 논술책이 아니다. 아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혹은 주변에서 볼 수 있고 늘 경험하는 대상을 소재로 하여 아주 편하게 시라는 장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윤동주라는 유명한 시인도 이렇게 시를 썼단다, 느낌이 어떠니? 넌 어떤 생각이 드니? 한번 표현해보렴. 이런 식이다.

 

이 책을 보면 거창하게 훌쩍 어디론가 떠나야 시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머리 쥐어뜯으며 철학적인 사색에 잠겨야 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한 초등학생이 적은 시를 잠깐 보면 학교에서의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해놓았다.

"쉬는 시간은 10분/놀지도 못하네/쉬는 시간이 짧아/앉아 있을 수 밖에 없네"

쳇바퀴돌듯 단조롭게 흘러가는 요즘 아이들의 생활이, 학교에서의 쉬는 시간이란 아이들에게 얼마나 짧고 아쉬운지가 너무 잘 표현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턱을 괴고 책상에 앉아 창밖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아이의 표정을 그린 그림이 너무 와닿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이 입밖에 내는 모든 말들은 다 시같은데, 자꾸 그 입을 막고 귀를 가리면서 어려운 공부만 강요한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되었다. 아직은 "구름이 하늘에 줄 서 있어." "비가 땅에 탁탁 붙어." 라는 말을 하는 우리 딸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가져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논술공부를 위한 책이 아닌 이 책을 통해서 논술공부법을 크게 배웠음을 고백한다.

 

끝으로, 어딘가 낯익은 그림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똥떡과 축구황제 펠레, 열두띠 동물 동화를 그리신 작가분이셨다. 동화작가라는 평범하지 않은 꿈을 품고 오늘도 열심히 작은 책 만들기에 골몰하는 7세 딸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동시, 논술, 표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했다. 아니 지금도 복잡하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 대한 나의 생각은..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이말 저말 들으면서 점점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어디 멀리 떠나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차라리 아무 것도 듣지 않았더라면,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복잡한 심정에서 손에 든 '대한민국 사립초등백서'는 비록 나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들만의 학교라는 거부감으로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사립초등학교에 대한 짧지만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는 면에서 유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서론에서 밝혔듯이 사립초등학교에 대한 맹신을 갖게 하는 책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었다는 의도에 충실한 책이었다. 

나는 내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인생이라는 큰 그림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가장 자유로웠다고, 가장 꿈꾸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는 6년을 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6년을 보냈기에 공립초등학교에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시절이 바뀌었단다. 더이상 학교에서 꿈 꾸지 못한다는 엄마들의 말을 듣고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립초등학교는 다른가라는 생각에서 뒤늦게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다 내 레이더망에 포착된 이 책. 
서울 및 전국의 사립초등학교에 대한 객관적이며 누구나 납득할만한 정보를 모아놓은 이 책은 엄마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책이다. 간간이 들어가 있는 경험맘들의 짤막한 인터뷰는 "~라더라"는 소문보다는 신뢰감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결국 결정은 온전히 부모와 아이의 몫이다. 초등학교 6년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로서 밤잠 설치며 고민하게 되는 시간에 함께 해준 이 책이 고맙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투자한 반나절이 절대 아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