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나는 정말스러웠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선진 교육이라고 믿는 독일, 그네들의 교육 현실을 적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실망스럽다.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뛰어난 교육철학의 나라라는 이름 뒤에 더 치밀하게 슈퍼차일드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래야 한다는 명제 하에 아이들을 길들이고, 찍어내듯이 일률적인 아이들을 원하는 것이 너무 우리나라와 똑같다.
항상 생각했었다. 이 나라만 벗어나면, 이 땅만 벗어나면, 뭔가 다른 철학이 있을 거야. 내 아이도, 나도 편안하게 숨쉬고, 자연스럽게 생긴대로 살 수 있는 그런 땅이 있을 거야.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땅은 없다. 그런 하늘 아래는 없다. 내 아이를 자유롭게 숨쉬게 할 수 있는 존재는 나 밖에 없다. 내가 편안하게 숨쉬고 살려면 내 스스로 투쟁해서 얻어내야 한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
'아무것도 놓쳐서는 안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이미 발달의 창은 닫히고 아이는 평생 언어, 과학, 운동 면에서 무능한 채 살게 된다.'
정말 엄마들의 마음을 꿰뚫는 말이 아닌가.
'부모들은 아이의 능력이 충분한지, 용기가 있는지, 강한지, 추진력이 있는지 두려움에 떨며 관찰한다. 꼼꼼하게 아이를 분석한다. 아직 덜 발달되었거나 더 개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20, 30년 전에는 아이가 지금 편하도록, 지금 만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었던 반면, 오늘날에는 미래의 목적을 위해 그렇게 한다. 아이가 지금 원하는 것을 모두 얻으면 나중에 능력있고 강한 사람, 즉 미래에 적합한 사람이 되며, 부모가 지금 모든걸 올바르게 잘 후원하면 아이가 미래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공적으로 잘 산다고 믿는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을 살지 못하고 미래를 살고 있다. 지금 행복하고, 만족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아이들의 어린시절은 미래를 위해 몰수되었다.
'오늘날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태도 방식에 맞춰 규칙을 정하지 않고 관찰하고 진단하기를 좋아한다. 미성숙한 아이의 정신을 꾸준한 반복으로 성숙시키고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정신적 기능이 형성되도록 하는 데에는 전자가 결정적이고 중요한데도 말이다. 교육자들은 아이들을 위해 신뢰할 만한 연습대상이 되기보다 진단하는 사람, 그리고 이상한 점을 기록하여 부모나 치료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이 되었다.'
수학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엄마에게 수학문제집 이름을 적은 쪽지를 주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그렇게 소문으로 유명해진 그 선생님은.. 더이상 그 선생님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간의 아주 작은 상호작용까지 모두 후원의 한 형태로 의미가 바뀌었다. 아이에게 하는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어떻게든 유용해야 한다. 자연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은 편안함을 느끼거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을 후원하기 위해서다.'
아주 많은 위험성과 위기와 문제점을 책 한권 가득 써놓은 이 책에서는 마지막에 이런 제안을 한다.
1. 경제가 아닌 아이를 위한 교육을 하라.
교사는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기능을 가르치고 아이의 효용성을 높이는 사람이 아니다.
2. 교육학적 조언을 재검토하라.
3. 아이들과 충분히 교감하라.
4. 학교는 지식공장이 아니라 배움의 오아시스다.
5. 개인에게 맞는 학습을 준비하라.
6. 느긋한 부모가 여유로운 아이를 키운다.
부모들은 쿨해야 한다.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은 본래 호기심이 풍부하고 지식 갈증을 느끼기 때문에 다그칠 필요가 없다. "통제는 은이요, 신뢰는 금이다"
7. 항상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
8. 관찰과 진단 말고 관심을 가져라.
9. 적극 수용하고 예방하라
10. 기업의 유연한 사고가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처음 이 책의 책장을 닫은 후에는, 문제점 나열에만 급급하다. 그래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딸랑 5페이지 정도에 그치는 너무 성급하게 끝낸 저자의 제안 부분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이것이다.
우리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 아이의 교육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을 그들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고 이 사회의 미래의 인적자원으로서만 본다는 것. 그리고 지금 현재의 경제를 지지할, 그 부모가 지갑을 열어서 소비하도록 만드는 소비의 재원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자의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는 나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굳이 이렇게 하세요라고 하지 않아도 말이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달라져야 한다. 이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좀더 효율적이고 좀 더 강한 미래의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곳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진정한 교육을 원할 수는 없다. 다 같이 바뀌려고 노력해야 하고, 가장 달라져야 할 곳은 가정이다. 휘둘리지 말고, 내 아이의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복은 효율로, 돈으로, 물건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불안하고 두려웠다. 아직도 두렵지만 적어도 내가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는 알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