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정말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아픔은 그 사람들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 사람들을 덮치고, 삶의 터전을 빼앗고, 가족을 앗아가고,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이 그들에게는 명예살인을 당해야하는 일이랍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과 미군 사이의 오랜 전쟁으로 삶이 피폐해진 지역이지만, 그 이전에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인간취급도 받지 못하고, 남자의 소유물로 살아가는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요?
그 외에도 음악을 한다는 이유 만으로 참수당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혼식장에서 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들이닥쳐 쑥대밭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신 외에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랍니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서문에서 밝혔듯이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을 많이 본 작가가 자신이 그 아픔을 그대로는 차마 전할 수 없어서 많이 담담하게 적어간 작가의 문체에서도, 나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하루하루 불평불만이 가득한 나입니다. 왜 여자로 태어나서, 왜 이렇게 태어나서, 왜 여기에 살아서..
남의 아픔이 내게 위안이 된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고, 너무 시야가 좁은 자신이, 너무 속이 좁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입니다. 저렇게 말도 안되게 아픈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데, 내가 이러면 안되지. 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도 안되지.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이라크에서 작가는 아픈 국민들을 만납니다. 너무나 아름답던 이라크가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폭격을 맞고 국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분단국가로 틈만 나면 불안감이 조성되고 전쟁이 이슈화되는 나라에 사는 나도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명분으로든 저들을 저렇게 사지로 내몰 명분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간은 모두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통치자가 독재자라고 해서 그 국민들이 저런 취급을 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도 피해자일 뿐이니까요. 가족을 눈앞에서 폭격에 잃은 충격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엄마의 이야기는, 아주 담담한 문체였지만 눈물나게 했습니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감성적인 글이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을 보고하듯이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적으려 노력한 글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느낀 감동, 아픔, 슬픔, 온갖 희노애락은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여자의 몸으로 아들을 한국에 두고 방송작업을 해 온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사히 방송일을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