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의 충동’을 읽고

저자는 이렇게 글을 열고 있다.

‘완벽’은 빈틈없는 밀봉이며 마침표입니다. 하지만 ‘완벽에의 충동’은 쉼 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는 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움직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 그 자체가 아니라 삶의 고투하는 본능으로서의 ‘완벽에의 충동’입니다. 저는 ‘완벽에의 충동’을 동력 삼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삶의 위기를 뚫고 새 지평을 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한번 뿐인 삶을 후회 없이 살았던 또는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인전 다이제스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한번쯤은 신문 기사 등에서 접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모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갖 좋은 말과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집대성되어 있다. 하지만 너무 이야기가 다양해 초점을 잃고 책의 깊이를 떨어뜨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 자신이 완벽에의 충동에 너무 사로잡혔던 것일까. 의문은 책 출간 배경을 알고 난 후 풀렸다. 저자가 한 연구소 사이트에 ‘정진홍의 감성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칼럼을 올리고 있었는데, 200편에 달하는 내용 중, 87편만을 모아 완성한 것이 이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87명은, 지구 최고 명품 악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든 1600년대의 인물,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부터 동사회 동시대 인물인 석봉 토스트의 김석봉씨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삶의 방식 역시 다양하지만, 고난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며 정상의 자리에서도 쉼 없이 노력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글을 닫는다.

끝으로 누군가 제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면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굳이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다”고 말입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자칫 지금 이 순간의 삶에서 끝까지 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중략)

저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싫어합니다. 거기엔 왠지 핑계의 그늘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죠. 오직 제가 추구하는 것은 끝까지 해보는 것입니다. 후회 없이 남김없이 그렇게 말입니다.

내가 마음이 비뚤어진 걸까. 처음 이 책을 잡았을 때는 나도 ‘죽을 만큼 치열한’ 삶을 살고 싶고 자극받고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꼭 ‘끝까지 가는 삶’을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가 들었다. 나도 도전을 좋아하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자신을 한계 끝까지 너무 몰아쳐서 하나를 이룬들 과연 행복할까. 나는 신문에 날 만큼, 후대에 위인전에 실릴 만큼 완벽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지만,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고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도 싶어졌다. 아마 너무 유명하고 굉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계속 읽다보니 자신이 너무 작아보여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완벽을 향한 노력과 저자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기에, 나는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 것이다.

책도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요즘에는 너무 어려운 얘기를 머리 아프게 담아놓은 책보다는, 누구나 알고 있는 메시지라도 마치 소설처럼 전개하면서 약간의 감동까지 가미해 놓은 책에 더 손이 간다. ‘청소부 밥’도 이런 책이었다.

로저는 젊은 나이에 CEO가 되었는데 현재의 상황이란, 회사는 경영 위기에 처해 있고 아내와는 아주 소원해져 있다. 은퇴한 사업가 밥(사업가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려지는 사실이지만)은 2년 전 사랑하는 아내 앨리스를 떠나보내고 로저의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다. 어느 월요일 저녁 두 사람은 직원 휴게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게 되고,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모두에 지쳐 있는 로저의 모습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 밥은 그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밥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을 로저에게 들려주기로 하고, 매주 월요일 직원 휴게실에서 만나 녹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로저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자신의 고민스런 현 상황과 너무나 비슷한 밥의 경험담을 들으며 마음을 열게 된다.

밥이 들려주는 지침과 이야기들은 로저의 삶을 점차 변화시킨다. 로저는 가족의 소중함, 즐겁게 일하는 법 등 놓치고 있던 인생의 가치들을 되찾아가며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모두를 조화롭게 이끌게 된다.

책의 포인트인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을 소개하면,(이 지침들은 스토리와 떼어 높으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지만)

1.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2.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3.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4. 배운 것을 전달하라

5.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6.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누구의 제자, 누구의 동료, 누구의 상사... 이런 식으로 나이가 들면서 타이틀이 하나씩 늘어간다. 동시에 역할도 하나씩 늘어나고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각 역할들의 부족함이 쌓이고 쌓이면, 이 책에 나오는 로저처럼 모든 상황이 엉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느냐는 문제이고, 조화를 이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마음가짐, 역할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6가지 지침 중에서 가장 와 닿은 것이 3번째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였다. 내 앞의 상황에 언제나 긍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투덜대지 않고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최소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수 있고 해결책에도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밥아저씨 같은 멘토가 있으면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내 주변에도 매순간 나를 일깨우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밥아저씨처럼 꼭 짚어 말해주지는 않지만 나는 항상 배우고 있다.

 

아침마다 받아보는 고도원의 편지에 소개된 적이 있는 책. 제목만 봐도 내용을 다 알 것 같은 이 책을, 나는 행운과 관련된 명언의 종합선물세트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의 메시지는 굉장히 명시적이고 간결하다. 그러나 어려운 말을 애매모호하게 돌려 잔뜩 늘어놓지는 않지만,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도 읽은 이의 머리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무언가를 지닌 책이었다.

“행운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영원히 곁을 떠나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는 것, 내지는 백마 탄 백만장자 왕자님을 만나 결혼하는 것쯤을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행운은 ‘준비하는 것’이고, 따라서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글의 저술과정도 같은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저자는 이 글을 8시간 만에 탈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이 얇은 책, 1시간 만에 앞표지부터 마지막 표지까지 샅샅이 읽어내지는 이 책은,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줄줄 읊어준 것을 잠에서 깨어 되짚어 받아 적은 것이 아니고 3년간 아이디어를 짜내는 노력 뒤에 완성한 것이었다.

이 책에는 2종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행운의 클로버를 찾아 나서는 흑기사 노트와 백기사 시드는 각각, 행운을 찾는 데에 열심히 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노력의 전부인 사람과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면서 움직이고 종국에는 그 노력을 행복으로 여기며 진정한 행운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흑기사 노트는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비노력형은 아니다. 대신 떨어진 감을 찾아 발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돌아다닌다. 하지만 직접 감나무를 심을 만큼 적극적인 노력형은 아닌 것이다. 반면 백기사 시드는 한정 없이 찾으러 다니기 보다는, 감이 없으면 감나무를 심고자 한다. 나무 심을 땅이 없으면 땅을 일구고, 물이 없으면 물길을 트고, 볕이 좋지 않으면 햇빛이 잘 들도록 숲을 쳐낸다.

이 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애초에는 행운의 클로버를 찾을 목적으로 이런 저런 방법을 취한 것이지만, 그런 과정을 하나씩 거치면서 행운의 클로버 자체보다는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고 다른 가능성들을 발견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어느 유형에 속하는 사람일까? 새해를 맞아 여러 계획을 세웠다. 오늘은 그 새해 계획이 행운의 클로버만 찾아 헤매는 것인지, 진정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인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