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맡긴 지 어언 1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적응하는 듯이 보였지만 3개월이 고비인지, 기어이 일이 터지고야 말았지요.
그 날도 7시가 넘어서 유치원 문을 들어서는 저를 본체 만체 짐을 챙겨 나오더니
걸어오는 내내 침묵 속에 하원을 하였고, 급기야 현관문을 들어서자 마자 "엄마는 매일 나만 두고 다녀! 나만 혼자야!"라더군요.

이 책을 처음 손에 잡는 순간 전 눈물이 앞을 가려 읽어줄 수가 없었습니다. 책 속의 엄마는 바로 저의 모습이었고, 아마 모든 일하는 엄마들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몸은 회사에 있으되, 마음은 안절부절 손은 전화기로 자꾸 가려 하지요. 퇴근시간은 다가오는데 회의는 끝날 기미가 안보이면 또 안절부절 속이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오늘 일찍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아이와의 약속은 언제나 어겨지고 맙니다. 아이 마음에도 멍이 들겠지요. 퇴근을 하자마자 육상선수라도 되듯 평소 30분 도보거리를 15분도 안걸려서 주파하여 숨이 턱에 찬 채로 유치원 문을 박차고 아이 이름을 불렀습니다. 

저를 만나면 아이는 재잘재잘 그 날의 일을 얘기하곤 하지요. 아직 너무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달려나와서 멍한 상태인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들떠서 방방 뛰는 아이의 입을 막곤 했습니다. 

당당한 워킹맘이 되고 싶어서 "엄마는 딸과 같이 있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엄마의 일도 소중하다. 일도 열심히 하고 딸도 열심히 사랑할거다. 그리고 딸도 크면 엄마처럼 일하는 엄마가 될 거다"라고 말해주었었지만.. 그 때 아이는 자신은 일하지 않을 거라고 딱 잘라 말했었습니다. 항상 바빠서 동동거리는 제가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어쩜 이리도 워킹맘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코를 훌쩍이면서 읽어주는 내내 맘이 아립니다. "딸! 이 책이 엄마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서, 그리고 민규가 꼭 우리 딸 같아서 엄마는 눈물이 나네~" 아이는 묵묵부답입니다. 하지만 자꾸 말 없이 책을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 난 맛있었어. 모양이 못나도 난 좋았어."라고 말해줍니다. 

많지 않은 상황과 대사 안에 결코 간단하지 않은 메세지를 담아 낸 이 책이, 아이나 엄마나 쉽게 가슴에 와닿도록 잘 표현해준 이 책이 참 고마웠습니다. 제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제 딸에게 전해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이렇다.
아이가 수업을 듣는 모 영어교육센터 선생님께서 강력하게 추천하셨다. 물론 그 선생님은 이 책의 판매와 아무 연관이 없는 선생님이시다. 평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가르치시겠다는 사명감이 투철하신 선생님을 알기에 추천받은 이 책을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북카트에 넣었다.
cd도 제공되지 않는데 할인율도 높지 않은, 생각보다 비싼 책이었지만 다른 사이트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들어보니 해외배송이라고 되어있었다. 아마 인터파크 보유분이 소진된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의 구성은 t-rex들이 a부터 z까지 등장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그것을 아주 짧은 1문장으로 설명해놓은 식이다. 그런데 그 설명에 사용되는 문형이 아주 간결하면서도 평소 대화에서 유용하게 쓰일만한 표현들이었다. 단어의 수준은 녹녹하지 않다. 해서 처음 도착한 날 읽어주면서 몰래몰래 사전을 들춰볼 정도였다.

아이는 좋아하는 공룡그림에 혹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인형을 앉혀놓고 나름 설명해주는 등 놀이에도 이용하니, 즐거운 학습이 절로 되는 분위기에 참 흐뭇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cd가 같이 있다면 유용한 문형을 원어민의 발음으로 직접 들으면서 익힐 수 있을텐데 하는 것이다. 엄마의 된장발음으로 들려줘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6세 정도로 알파벳을 조금 접해본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니면 더 어리더라도 알파벳을 이 책으로 익힐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