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사람이 파피용을 선물로 줬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한 것이다.
그 사람은 이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며 적극 추천했다.
서점에서 잔뜩 고조된 목소리로 그 사람은 자신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팬임을 자처했다.
이 책은 인간에 의해 자멸의 길을 걷고있는 지구를 벗어나고자 초대형우주선을 만들어 1000년간 또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프로젝트의 구상, 준비, 제작, 진행, 결과가 이 책한권에 모두 다있다.
또 그속에 인간의 본능, 집단의 본성, 사랑이 담겨져있다.
처음에는 책의 시원스런 가독성과 탄탄한 이야기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갑작스럽게 마무리를 지은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비판하면서도 그가 만들어낸 파피용호의 새로운 인류들 또한 그 길을 걷게되는 아이러니 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 나온다.
1000년 후 단 2명만이 최후에 정착하게 된 새로운 행성에서 파피용호의 후예들은 성경에 나오는 인간창조의 신화를 되풀이 하며 낯선 땅에서 인류의 역사를 시작하게된다.
갈비뼈, 아담과 이브.
사실 한국문학을 읽을 때 만큼의 문학적 감동은 없었다.
지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나여서 그런지
우주여행에 환상이 없어서 그런지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망의 길로 뱃머리를 돌린 현 인류에 대한 반성.
'탈출'이라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고싶은 마음.
그것을 환상적으로 풀어낸 이 소설.
선물한 사람의 애정을 느끼면서 편안하게 읽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