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신문 토요일자 책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독서목록에 적어놨다가

이번에 노벨 문학상도 받았다길래

서점에서 구입해 읽어보았다.

읽어보니 구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다.

앞으로 가까이 두고 여러번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정말 인상적이다.

먼저 이야기 내용 측면에서는,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범인을 찾아가는 얘기,

세큐레와 카라, 세큐레의 전남편과 그의 동생 하산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과 증오에 관한 얘기,

세밀화의 전통계승과 서양의 화풍 수용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둘러싼 갈등과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특이하다.

각 장마다 “나는 누구누구..”라는 형식을 빌려

다양한 목소리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본본적으로 모두 1인칭 주인공시점이긴 하지만

각 장마다 주인공의 실체가 모두 다르다.

각 장의 주인공들은

세큐레, 카라 등 등장인물이기도 하고,

죽음, 빨강, 그림속의 개 등 추상적인 것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사건들을 이야기하지만

사건과 이야기들은 하나의 목소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살인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살인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긴장감과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밖에 기억에 남는 것들.

사실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아랍문화권은 언제나 비주류로 느껴졌고,

기독교 중심의 시각을 알게 모르게 갖게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나는 무신론자이긴 하지만...)

우상을 숭배하는 이교도라고 하면 아랍권이 자연스레 떠오르지

기독교가 이교도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런 유럽 또는 기독교 중심적이었던 나의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처음엔 유럽인들을 우상을 숭배하는 이교도라고 표현한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상적인 첫 페이지.

나는 죽은 사람이다.. 라는 투의 문장.

자신이 죽어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죽음이후의 체험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포스였다.

그리고 인상적인 마지막 장.

세큐레의 작은 아들 이름을 작가와 같은 오르한이라고 지은 것이

일부러 그런 것인가 잠깐 의문을 품기도 했었는데,

결국 세큐레의 부탁으로 작은 아들 오르한이

엘레강스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집필한다는 의미에서

작은아들의 이름을 자신과 같은 오르한이라고 지은 것이라는걸

발견하게 되는 순간 작가의 위트와 여유가 느껴져

아하~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유럽의 화풍을 받아들일 것인지,

세밀화의 전통을 고수해야 하는지를 두고서

세밀화가들 간의 고민과 갈등을 보면서

이것이 비단 화풍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랍권, 작게는 터키에서 늘상 품고 있는

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는

인식과 성찰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재미있고, 독특하고, 신선하고, 인상적이고.

그래서 여러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요즘 광우병과 관련해서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진중권님이

5~6년 전에 쓴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2002년 대선과 2003년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었던 이슈들에 대해서

그 특유의 독설과 냉소로 자신의 생각들을 밝힌다.

이슈들이라는 건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정치, 사회, 교육, 종교, 영화 등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사회 주류(?)적인 시각과는 약간 다른 위치에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의 그런 생각들은 일반적인 시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자청하는

언론 및 일부 인사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집중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불온하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진중권님이 책에서 밝히고 있듯

그저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일관성 있게 할 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들은,

이라크 파병 가는 ‘홍사덕 일병’에 대한 얘기는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진중권님의 특유의 독설과 풍자와 냉소가 넘쳐나는 글.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얘기들.

그 영화가 그런 깊은 뜻이 있었나 새삼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읽으며

논객으로서의 진중권님을 처음 만났지만, 그후

[미학오딧세이] 1,2,3권을 읽으면서

다소 어렵고 생소한 미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쓴 그의 책들에 반해서

미학자로서 진중권님이 쓴 책들을

탐독해야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의 미학책들을 나의 독서리스트에도 올려 놓았던 차에

요즘 논객으로 이름을 날리시는 걸 보고

일부러 이 책을 찾아 읽어봤는데,

역시 논객으로서 쓴 책들도 재미있다.

최근에 그가 논객으로서 쓴 책들도 좀 찾아 읽어봐야 겠다.

 

[공중그네]를 재미있게 읽은 뒤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눈에 띄는대로 읽고 있다.

이번에 읽은 [한밤중에 행진]은

[공중그네], [걸], [인더풀], [남쪽으로 튀어], [면장선거], [마돈나]에 이어

일곱 번째로 만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

서점에 책 구경 갔다가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 보고 바로 구입했을 정도이다.

[공중그네]와 [인더풀], [면장선거]는 3부작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신과 의사이자 의학박사인,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가진

이라부를 중심으로 한 유쾌 통쾌한 이야기들이라면,

[걸]과 [마돈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리얼한 심리묘사와 상황설명이 탁월한 리얼리티 소설들이었고,

[남쪽으로 튀어]는 위의 작품들과는

다소 다른 지평 위에 서 있는 이야기로,

각종 사회문제들과 현상들을 예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린

다소 풍자적이고 냉소적인  느낌이 강\한 이야기였다. 

이번에 읽은 [한밤중에 행진]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기존의 이야기들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느낌의 소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계속 꼬이는 상황들,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는 사건들...

처음엔 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런지

너무나도 궁금해 못 견딜 지경이었다.

대체 해결은 되는 건지, 대체 어떤 결말로 마무리 되려고 이러는 건지 싶은 느낌...

마치 김영하님의 [퀴즈쇼]를 볼 때 느꼈던 그 기분... 

소설의 마지막 부분부터 먼저 읽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몇 번씩이나 억눌러야 할 정도로...

마치 재미있는 한편의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과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사람들,

요코야마 겐지, 미타 소이치로, 구로가와 치에, 후루야 데쓰나가, 구로가와 시라토리 등등

생동감과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를 지닌 등장인물들.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히고,

한번 책을 잡으면 내려놓기가 힘들 정도로 뒷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진다.

전체 이야기를 총 세장으로 구성하여

첫째 장은 요코야마 겐지의 시각으로,

둘째 장은 미타 소이치로의 시각으로,

셋째 장은 구로가와 치에의 시각으로 쓴 방식도

독특하면서도 너무나 천재적이다.

만약 이 이야기가 어느 한 사람의 시점으로 씌여졌다면,

혹은 등장인물 시각의 순서가 달랐더라면

독자가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정도로

이토록 생생하게 이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이 소설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각색하여

영화나 드라마로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생생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

그리고 통쾌한 결말까지.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쿨하다.

우울한 장마철 기분전환도 할 겸

재미있는 소설 한편 읽고 싶은 사람,

오쿠다 히데오의 [한밤중에 행진] 강력 추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