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눈에 띄었다.

수상한 식모들.

왠지 수상한 느낌에, 코믹한 냄새까지 풍기는 제목.

게다가 오렌지빛 바탕에 기이한 삽화까지.

이 책을 읽고난 전체적인 느낌은 일단

당초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는 못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마이너리그｣,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같은

유쾌한 유머와 풍자를 내심 기대했었지만,

｢수상한 식모들｣은 보다 진지했다.

일단 발상은 신선하다.

단군신화로 알려진 웅녀.

쑥과 마늘을 먹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환생해

단군을 낳아 우리민족의 어머니가 되었지만,

100일간의 고행을 견디지 못해 도망친 호랑이는

도망이후의 행방이 묘연하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신화조차도

승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이야기의 시작은 그 호랑이서부터다.

호랑이가 호랑아낙으로 변모하고

구전으로 그 정신과 습성이 전해져 내려오다

일제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

수상한 식모로 이어졌다는.

독특한 이야기이긴 한데,

중간중간 연결이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고,

약간 생뚱맞은 느낌도 없지 않았다.

김수영과 신씨에 대한 이야기가

대필자 신경호와 연관된다는 부분은

약간 뜨악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무도 생각지도 않았던

호랑이에 대한 상상을 발전시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랬으니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겠지만.

[냉정과 열정사이-rosso],

[호텔 선인장],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반짝반짝 빛나는]에 이어 읽은

에쿠니 가오리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도쿄타워]

이건 영화로 먼저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에쿠니 가오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 길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느낌을 기대하여 봤다가

나름 크게 실망했던 작품이다.

고교생과 유부녀의 불륜이라니.

것도 친구사이인 두 남자 모두.

게다가 그중 한명은 양다리.

쉽게 공감되지 않는 정서였다.

그러면서도 도쿄타워로 대변되는

일본 도쿄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과

그 안에 숨은 고독과 소외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었다.

영화를 보기전엔 영화를 먼저보고

바로 소설도 찾아 읽어야지 했었는데

(냉정과 열정사이도 영화를 먼저보고 책을 봤었는데,

너무너무 좋았었기 때문이었다.)

상상도 못할 불륜 이야기에

소설 읽기는 오랫동안 망설여야 했다.

불륜이야기는 다름 없으나,

결혼이후 유부녀가 된 나의 변화된 위치와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요즘 즐겨보는 ‘조강지처클럽’이라는 드라마 등을 통해

불륜과 연애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서 인지

영화를 볼때처럼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소설로 읽으니, 불륜만 보이는게 아니라,

그 불륜의 한 가운데에 있는

토오루와 코우지, 시후미와 키미코,

이 4명의 남녀, 아니,

유리, 아츠코, 요시다까지 더해 모두 7명의 남녀 모두

제각각의 세계안에서 한없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커다랗게 보였다.

‘기다리는 것에 힘들어하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는 훨씬 행복해하는‘

그런 고독한 사람들 말이다.

누구나 그렇게 외롭다.

외롭지 않으려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하지만

언제나 삶은 그 사람 혼자만의 몫이다.

부부라도, 가족이라도

서로 지켜봐줄 수 있을 뿐 완전히 함께할 수는 없다.

가정이 있는 사람도,

외로움을 달래려 또다른 사랑을 시작해보지만

또다른 사랑 속에서도 그 자신은 언제나

혼자이고, 그래서 외롭고,

언제나 쓸쓸한 법이다.

한강 - 몽고반점

(한강 - 아기부처)

이혜경 - 도시의 불빛

윤영수 -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

이만교 - 표정관리주식회사

김경욱 -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

천운영 - 세 번째 유방

박민규 - 갑을고시원 체류기

박민규님의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읽고 싶어 골라든 책.

200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너무나 단순한 이유로 읽게 되었으나,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들마다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가독성도 높아 읽기도 좋고, 재미도 있고,

날카로운 사회, 세태 풍자와 비판까지 담겨있으니,

소설로 읽기엔 더없이 좋은 글들이다.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8편씩이나.

대상수상작인 한강님의 [몽고반점]이

그나마 제일 읽기 어려운 듯 하다.

단숨에 읽히긴 하지만 좀 충격적이고,

숨은 의미를 잘 찾지 못하겠다.

그리 와닿는 얘기도 아니고.

그렇지만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하는 것으로 보아

미학적으로는 일정수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작품인 듯하다.

난 오히려 대상수상 작가 대표작인 [아기부처]가 더 좋았다.

이혜경님의 [도시의 불빛]은 재미있긴 했지만

읽는 동안은 대니얼의 옛 애인인 ‘수영’이

‘나’의 친구인 ‘수영’과 동명이인인줄 몰라

읽는내내 어리둥절하기만 했었다.

윤영수님의 [내 여자친구의 귀여운 연애]는

억척스럽게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양미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족들을 위해 희생할 때는 부모, 형제 모두

양미에게 돈을 더 뜯어내지 못해 안달하더니

양미가 비싼옷에 악세서리 등 외양을 꾸미는데 치중하며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하자,

가족들이 양미 눈치를 보며 착실하게 살아갈 궁리를 하는게

참 아이러니 했다.

이만교님의 [표정관리 주식회사]는 자신의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던 한 사람이 자신의 특성을 활용하여

표정모델이 되고 관련 학원, 저서 등으로 성공하는 얘기다.

뒷부분에 두가지 버전으로 나오는게 좀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참 신선한 소재와 신선한 이야기인 것 같다.

김경욱님의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는 스토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감탄을 절로 나오게 한다.

이것저것을 긴밀하고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결하고 있어

글쓰기의 내공이 엿보이는 글이다.

천운영님의 [세 번째 유OR: #000000; TEXT-INDENT: 0pt; LINE-HEIGHT: 130%; FONT-FAMILY: '굴림'; TEXT-ALIGN: justify">가족에게 버림받고 친구들에게 따돌림하고

늘 패배자라는 인식에 짓눌려 살아가던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고대에 살았던 여성들에게는 가슴이 3개 이상이었을까?

으으.. 정말 짐승같았을 듯...

박민규님의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집안사정이 어려워져

골방 같은 고시원에서 살면서 경험하는 얘기이다.

1년 6개월간 내가 묵었던 신림동 고시원과 여러모로 비슷해

더 실감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창문도 없고,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공간에

잠을 자려면 의자를 책상에 올려야 겨우 발뻗고 잘 수 있고

복도는 너무 좁아-SIZE: 10pt; MARGIN: 0pt; COLOR: #000000; TEXT-INDENT: 0pt; LINE-HEIGHT: 130%; FONT-FAMILY: '굴림'; TEXT-ALIGN: justify">몸을 세로로 해서 조심이 지나쳐야

겨우 닿지 않고 지날 수 있는 비좁은 공간.

박민규님의 최근 작품(특히 핑퐁)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져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데,

이 작품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냄새가 묻어나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