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라는 나이는 나름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십대와 삼십대를 가로지르는 숫자.

이십대는 싱글이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삼십대는 왠지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결혼할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서른이 넘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특히 여자라면

‘빨리 결혼해야 겠네요’, ‘조만간 좋은 사람 만나겠죠’

등등의 말을 흔히들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다보니,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그저

나이가 됐으니깐, 혹은 결혼해야 하니깐

적당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

서른이 훌쩍 넘도록 결혼을 안하고 있으면

눈이 너무 높은거 아니냐,

무슨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등등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뒤에서 쏟아낸다.

이 책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결혼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결혼병이 일반적인 증후군으로 대세인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로 꿋꿋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직장에서 일을 하고 난 뒤

토요일 늦잠을 자고 여유로운 브런치를 먹은후

별다방이나 콩다방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하며

창가쪽 자리에 앉아 혼자 책을 보고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런 그녀가 읽고 있어야 할 책은,

왠지 꼭 이 책이어야 할 것 같은,

당당한 싱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야 할 책이 아닐런지!

안 갈수 없는 친한 친구들의 결혼식이 매주 열리는

5월이나 10월이라고 해도,

이 책을 옆에 끼고 있으면

싱글로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여

진심으로 친구의 새 출발을 축하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인 여성들이 쓴 책이라 우리와 문화가 좀 다르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여성들의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멋진 싱글여성이 짜잔 하고 나타나

이런 책을 써주시길 기대해본다.

냉소적인 시선

여린 듯한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냉소

때로는 너무나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어쩌면 잔인하게 보였다.

[비밀과 거짓말]에서는 그 어느 것도 아니다.

냉소는 영준, 영우라는 두 형제에게 녹아들어 있으나

어디까지 중립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지막이 읊조리듯 침착함을 잃지 않고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여러개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아니, 쏟아져 나온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책을 바라보고 있는 독자의 눈앞에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오롯이 떠오른다.

 영준, 영우 형제와 그 일가에 관한 이야기,

 영준이 감독을 맡고 있는 영화 이야기,

 K읍을 둘러싼 지형, 풍속, 전설 등

 서로 다른 분위기, 서로 다른 지평에 서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연속해서 계속 보여진다.

 처음엔 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혼란스럽지만

 사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서로

 촘촘하게 얼기설기 서로 뒤엉켜져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동안 은희경의 소설들이

 스토리 중심의, 분위기 중심의 이야기들이었다면

 이 소설은 은희경의 역작임을 짐작케 하는

 촘촘하게 짜여진 퍼즐같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단지 이야기의 조각들을 순서없이 마구 흐트려 놓고

 독자에게 그저 하나하나 순서없이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조각들은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이루고 있는

 작은 퍼즐조각들이고

 보여주는 순서 또한 작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보여지고 있는 것들이다.

아주 오랜시간 공을 들여

거대한 퍼즐판을 이제 다 완성한 듯한 느낌이다.

너무나도 잘 짜여진 스웨터를 들고서

흐믓하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을 다 읽었다는 의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