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이후 1년만에 김영하님의 신간이다.

빛의 제국도 상당한 분량이었는데,

퀴즈쇼 역시 44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이다.

일단 그분의 체력과 창작력이 경이롭다.

지금까지 김영하님의 글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랑은 왜, 검은꽃, 굴비낙시, 빛의 제국을 읽어고,

퀴즈쇼를 포함하면 도합 6권을 읽게 된 셈이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김영하님의 글은 참 다양하다는 거다.

때론 영화를 보듯 긴장감 넘치는 생생한 묘사,

때론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는 독특한 스토리 전개,

조선시대에서 일제시대 그리고 현대 등 다양한 시대적 배경,

간첩, 회사원, 식민백성, 양아치, 20대 백수 등 다양한 인물.

2005년 한해만 소설문학상을 3개나 연패한 작가의 저력이란

바로 이런게 아닐까.

퀴즈쇼는 20대 백수에 대한 얘기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편의점에서

1달간 거주한 고시원에서

석달간 근무(?)한 ‘회사’에서

그는 처참히 쫓겨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혈육 ‘최여사’에게서

여자친구 ‘빛나’에게서

고시원 ‘옆방녀’ 수희에게서

‘회사’에서 만나 하룻밤을 같이한 ‘메두사’에게서

버림받는다.

결국 소설의 마지막부분엔

‘어제의 책’이란 헌책방에서 그를 받아주고

‘벽속의 요정’ 지원은 그를 끝까지 사랑으로 감싸주지만

그 마저도 지속될 행복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소설의 주인공 ‘이민수’의 삶이

유독 시련과 암운이 드리운 삶이라 보여지기도 하지만

김영하님의 ‘작가의 말’처럼

이민수는 이시대의 20대를 대표하고 있는 듯하다.

살인적인 경쟁에 내몰려 경쟁과정에서 탈락하기라도 하면

부적격자로 판단되어 가차없이 내쫓기고 버림받는,

도망갈 곳이라고는 컴퓨터 화면과 키보드 자판뿐인

우리의 일그러진 20대의 초상.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기에 가장 처절하고 고독한 그런 시기.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과

아직 미성년의 티를 미처 모두다 벗어버리지 못한

어정쩡한 중간에 서서 방황하는 시기.

그래서 성장통을 심하게 앓을 수 밖에 없는 시기.

이제 막 나는 20대의 터널을 지나왔다.

그럼 이제 나의 성장통도 모두 끝난 것일까.

이제 어른의 단계로 완전히 들어선걸까.

여전히 물음표이다.

서점에  책 구경을 갔다가 오쿠다 히데오님의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서

망설임 없이 냉큼 집어든 책.

[공중그네]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이후로

오쿠다 히데오님의 작품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읽고 있다.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선거], [남쪽으로 튀어], [걸] 등

 

[마돈나]는 직장남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였던 [걸]의

후속편 쯤이라고 해도 될까?

[걸]을 보면서 직장여성들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리얼하게 잘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돈나] 역시 직장남성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단아한 부하 여직원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직장 상사,

조직의 부조리에 직면해서 혁신해야 할지, 아니면

그저 관행으로 치부하며 눈감아 버리는 등 현실과 타협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

조직에 충성하는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번민하는 사람,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에 반하는 여자 상사를 모시면서 기존의 가치와 겪는 갈등 등등

5가지의 에피소드와 그것을 경험하는 5명의 평범한 직장남성이 등장다.

비단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인들이아면 주변에서도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책인 것 같다.

350여페이지의 분량에도 불구,

오늘 하루 단 몇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특히 당신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너무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만한,

그래서 출퇴근 길에 읽으면 왠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요즘 이산과 왕과 나를 보면서

국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물론 정치사 중심의 정사가 아닌, 야사 쪽으로..^^

그래서 선택해 본 책.

이런 역사서를 선택해서 읽은건 처음이었는데,

처음이었음에도 불구,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항상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왕이 아닌,

그런 왕을 낳았던 여인들 중심으로 쓰여져 있어

훨씬 읽기 싶고 흥미진진하다.

것도 당대에 명실상부한 대접을 받았던 국모의 위치가 아닌,

아무래도 차별이 당연했던 후궁을 전면에 내새운 새로운 시각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각 장이 끝날때마다

조선 왕실의 복잡한 가계도까지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

왕과 그를 낳았던 후궁, 당대의 중전 등 왕실의 관계를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적자의 논리가 지배하던 조선시대

후궁의 몸으로 아들을 낳아

그 아들이 서얼의 몸임에도 불구 왕이 되었던 이야기를,

당시의 정치상황, 여인들의 암투 등을 다양하게 이야기한다.

마치 편안하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랄까?

이 책에 소개되는 왕은 주로

단종, 연산군, 광해군, 경종, 영조, 순조, 영친왕 등이고,

요즘 드라마 왕과비의 폐비 윤씨,

이산의 정순왕후, 혜경궁 등과,

그리고 누구나 잘 아는 장희빈에 관한 얘기도

상당히 자세히 나온다.

드라마에서 잘 다루는 야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