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나온 김동률의 신작.

그간의 김동률의 분위기와는 분명 일정정도 거리가 있는 앨범이다.

물론 극적인 변화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간의 분위기와 비교해 본다면, 좀더 경쾌해진 느낌 정도?

물론 그간 그가 보여준 세련됨은 이번 앨범에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동률과 절친한 이적은 그의 앨범을 미리 듣고

다소 걱정했다고 한다.

김동률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그의 팬들이

행여나 낯설어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팬으로서 들어본 그의 앨범은

그의 걱정이 기우였음이 명백함을 느끼게 한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

김동률님의 분위기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의 앨범은 약간 무거운 느낌이랄까.

너무나 진지한 나머지 너무나 성숙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앨범은 적당히 진지하면서 적당히 성숙한 느낌,

김동률님의 연령대에 맞는 그런 음악이랄까.

 

그 변화의 시작은 첫번째곡 [출발]이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숲길을 가볍게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경쾌, 상쾌한 곡.

간간히 들려오는 플루트 소리도 너무나 상큼하다.

박창학님이 쓰신 가사도 너무 좋고.

앨범의 첫번째 곡으로 너무나 손색없는 좋은 곡이다.

 

다음곡 [그건 말야]는 전형적인 김동률표 발라드라고 할까.

떠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담은

부드럽고 섬세한 발라드곡이다.

특히 '내 마음이 제멋대로 널 그리워하니까'라는 부분이 좋다.

멜로디도, 가사도 맘에 든다.

 

다음곡 오래된 노래.

이 노래 역시 김동률님표 발라드이다.

서정적이고, 현악이 등장하는.

그렇지만 그간의 발라드에 비해서 현약의 느낌을 자제하고

애상적인 기타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다음곡 Jump.

곡의 분위기는 이번 앨범 중 가장 발랄모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내용 때문에 그런지

이 곡은 김동률님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 아닐런지.

라디오 방송 뮤직 아일랜드를 1년 6개월동안 들으면서 느꼈던

김동률 개인적인 감성과 성격들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인 것 같다.

 

다음곡 아이처럼

클레지콰이의 알렉스가 피처링한 곡이다.

주 보컬은 김동률님이 이끌어가지만

좀 강화된 형태의 코러스를 알렉스가 담당했다.

굉장히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발라드곡이다.

그래서인지 앞서의 2개의 발라드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이곡 역시 기존의 김동률님의 느낌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는듯..

 

다음곡 The Concert

도입부가 신선한 곡이다.

넓은 초원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나는 이곡을 들으면 왠지 패닉의 [로시난테]가 생각난다.

얼핏보면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곡이지만

확 트인 공간에 서있는 듯한 시원한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이 곡 역시 기존의 김동률님의 분위기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곡인데

너무너무 좋다.

 

 

다음곡 Nobody

김동률님의 버클리 절친 히로미의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인 곡이다.

도입부부터 예사롭지 않게 등장하는 피아노 반주는

노래가 진행되는 동안 독특한 울림을 전해준다.

약간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안겨주는 곡이다.

 

다음곡 뒷모습

도입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1930~40년대의 느낌이랄까? 남미의 느낌이랄까?

군데군데 삐아졸라의 애상버전 느낌도 묻어난다.

곡의 전체적인 느낌은

애상적인 남미쪽 분위기이다.

뮤직 아일랜드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제3세계 음악을 들려주더니

그런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영감을 받은 곡인 것 같다.

기존 가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분위기의 곡이라

매우매우 맘에 든다.

 

다음곡 다시 시작해보자

타이틀곡인지 앨범발매이후 밀었던 곡.

역시 좋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2탄격인 노래라고나 할까?

가사 내용, 분위기 모두 비슷하지만

좀더 발랄해진 느낌이랄까.

김동률의 필에 토이의 필을 약간 섞었다고 하면 적당할까?

 

다음곡 Melody

앨범의 마지막곡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다.

마치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의 곡.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가요버전이라고 하면

너무나 과한 비유일까?

물론 그렇게 비장한 느낌은 전혀 아니지만

노래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 대곡의 느낌이 나는 곡이다.

노래가 자신에게 차지하는 의미를 노래하면서

자신이 만든 노래가 다름 사람에게도

그런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긴 노래.

 

김동률님의 앨범이 늘 그렇지만,

이번 앨범은 정말이지 어느 한곡도 놓치고 싶지 않은 곡들이다.

엄선된 곡들이라 그런지,

앨범에 10곡 뿐이라 좀 아쉽다.

몇곡만 더 넣어주지...

 

암튼,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과

새로운 시도들과

좀더 경쾌해진 그의 느낌이

음악적 원숙함과 잘 어울려 매끈하게 빚어진

well-made 앨범이다.

이주헌님의 그림읽기 책은

언제, 어떤 책을 읽어도 참 맘에 든다.

 

그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유익할 뿐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는 부드러운 목소리 톤으로 들려주는

그림에 대한 세심하고도 친절한 해설까지.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처음엔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그끼며 감상하고,

그 다음엔 화가가 의도를 가지고 그린 요소 요소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림을 단순히 느낌으로만 어설프게 느끼도록 하거나,

혹은 너무 분석대상으로만 여기도록 하지 않고

느낌과 분석을 함께할 수 있게 배려해 준다.

한마디로 그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림 그 자체를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주헌님의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은

정말 우연히 골라들었던 것이었는데,

그림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시작한 것에 비해

처음 선택을 너무나 잘해서

그림의 세계를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그림을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주헌님의 덕분이다.

이 책도 그렇다.

제목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

그리고 이주헌님의 책이라는 이유로 선택해 읽어봤는데,

역시 읽는 내내 행복했다.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면서

이주헌님과 함께 그림을 읽어나가고

나만의 느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언제나 그랬듯 너무나 행복했다.

특히 미술시간이나 미술 관련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들이 또다시 반복되는 그림서적이 아니라,

나 같은 그림 입문자들로서는 자주 만나보지 못했던 화가의 작품과,

나 같은 그림 문외한들도 잘 아는 작가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그렇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들을 골라내는 그의 안목은

그림을 보다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해주어

그림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본격적인 공포스릴러는 처음 읽어보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공포를 느꼈던 적은 처음이었다.

읽다가 너무 무섭고 떨려서 그만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다음 장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이나 서로 충돌하며 싸워야 했다.

생소한 '라만고'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홍지인이라는 인물에게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미스테리한 사건들.

그녀가 겪는 공포와 고통이

읽는 내내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어

내가 마치 홍지인인 것 같은 착각 속에

공포심이 더욱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공포영화를 봐도 나는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통해

공포심을 유발하는 영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피를 보여주는 등 특정 장면을 통해 느껴지는,

혐오감이 앞서는 공포감보다는

특정 분위기를 통해

관객의 심리를 압도하면서 느끼게 하는 공포감을 선호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비내리는 날

빨간 점퍼를 입은 아줌마가 살해당하는 장면처럼.

이 책 처음부분을 읽을 때는

첫 장부터 너무나 잔인한 살해장면이 등장해

읽기가 좀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다.

공포스릴러라고 하더니

잔인한 살해 장면을 통해 공포심을 유발하는 소설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의 그런 나의 생각은 여지 없이 틀렸다.

이 소설에서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은

잔인한 살해장면보다도

홍지인이 꿈에서 깨어난 후 겪게 되는 일들이

훨씬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곧 영화화된다고 한다.

이 책의 느낌을 100% 잘 살려낸다면

우리나라 공포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역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이야기를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작가 김종일님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김종일님도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공포소설 작가는 인성자체가 잔인하고 포악하다는 편견은

오해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소설장르는

비단 판타지소설 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