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름 만으로 두근거려지는 책들이 있다. 일정기간이 지나도 신간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 궁금해지는 작가가 있다.
무엇에 대한 글이냐, 어떤 글이냐와 상관없이 독자를 애타게 만들고 기다리게 하는것은,
작가 자신에겐 아마 무엇보다 큰 기쁨, 든든한 지원군이면서도 때론 부담과 짐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에게 어떤 작가인가. 하루키의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몇권 되지 않지만,
작가의 이름은 그의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나도 익숙했다.
또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부턴 은근히 기대도 해보고, 실망도 해보곤 했다.
처음 하루키의 글을 접한건 상실의 시대였다. 처음부터 하루키의 책은 정말 오래 걸렸던 듯 하다.
내용이 재미 없거나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읽다가 다시 돌아 가고, 뒤적뒤적, 끄적끄적, 속도를 내다가도 한참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오래걸린다. 소설 뿐만이 아니다, 에세이나 잡문집 또한 뭐 평범하구만 하고 생각하다가도, 멈칫멈칫 뒷통수를 맞는 기분이랄까,
이런 문장을 어떻게 뽑아냈지? 어떻게 이걸 이렇게 생각했지? 헉하는 대목이 .. 부럽게도 많다 ㅜㅜ
그래서 친근한 작가이면서도 왠지 범접하기 힘들것같고, 아무리 이 작가의 문장을 읽고 이야기를 읽어도
그 마음속을 머릿속을 모를 것 같은 사람, 나에겐 그랬다.
하루키를 기다리고, 그의 글을 목말라 하면서도 선뜻 첫장을 펼치기 힘든 책, 그 또한 하루키의 책들이다.
나에겐 그랬다. 그래서 이 짧은 평전마저도 오래 걸렸다. 책을 읽는데 보다 첫장을 넘기는게...오래 걸렸다.
왜일까? 친근함과 어려움, 가볍지만 무겁고, 즐겁지만 슬퍼지는. 내가 몇 안되는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중첩되면서도 상반되는 이미지 때문인지..하루키는 내게 사랑스러우면서도 어려운 작가였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단번에 하루키에 대해서 알아내버리고 싶은 욕심이 더 컸던것 같다.
하루키의 전작을 읽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에서는 직접 하루키의 목소리를 통해
그의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뒷부분에는 주요작품에 대한 줄거리와 감상포인트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아직 책들을 읽어보지 않은 것은 줄거리만 보고도, 아이고 어렵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작품을 직접
읽고 나서 다시 봐야 겠단 생각을 하며..맛보기 정도로 읽고 지나왔다.
또한 작품만으로는 뭔가 2프로 부족했던, 하루키의 삶에 대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어.. 조금은 그와 친근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하루키의 인생과 문학을 전반적으로 다루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하루키에게 온통 집중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면에서 글쓴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세심하게 독자를 배려하고, 하루키를 배려했는지,
또한 독자와 자신보다는 독자와 하루키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엿보였다.
하루키라는 어마어마한 작가를 짧은 책 한권으로 알 수 있다는건 무리겠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나, 아니면 나처럼
몇 권 읽지 않은 독자나 무리없이 하루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의 작품세계를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었던
친절하고 따뜻한 안내서로는 손색이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