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만 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사람을 처음 만났을때 특별히 인사를 나누고,
대화가 오고가기 전까지는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그사람의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 겉모습 중에서도, 눈이 크고, 코가 오똑하다든가, 키가 크다든가 하는 신체적인 조건보다도
그 사람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그가 입은 옷차림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라, 늘 찢어진 청바지를 멋스럽게 입고 다니던 친구, 운동화마저도 흙먼지 없이
새하얗게 신고 다녀 마마보이라 놀림받던 친구, 계절의 변화와 상관없이 검정색 옷만 입고 다니던 친구,
알록달록 큰무늬의 화려한 옷에 모델 뺨치는 몸매를 과시하고 다니던 친구, 레이스와 핑크색이 들어간
옷만 입고 다니던 공주같던 친구... 이렇게 옷차림이라는건 어떤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한 방법임이
틀림없다. 또한 독특한 옷차림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왠만해서는 바꾸기 힘든것도 사실이다.
특별한날 입게 되는 옷도, 이젠 버릴때도 한참 됐건만,, 왠지 못버리겠어서 고이 모셔둔 옷장안의
나만의 추억이 담긴 옷까지.. 이렇듯 주변엔 온통 옷과 연관된 조금은 미묘하고 복잡한 것들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져본 적도 많았지만. 뭔가 명쾌한 답변을 찾기도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제목부터 강렬한 이 책과, 옷과 정신분석이라는 흔하면서도 독특한 소재에 대한 이 책은
어떤 답을 주지 않을까?
일단 이 책은..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례와 그것에 대한 분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사람이..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한 여자의 일생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경험들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는
익숙하고 친숙하기 까지 하다.
한번쯤은 겪었을 일들, 또 한번쯤은 겪을 일들을 옷이라는 공통 주제로 묶어 분류하고,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심리상태, 혹은 근본원인을 분석해 보는 것이다.
엄마가 입혀주는 데로 옷을 입던 유년시절, 사춘기를 통과하며 처음 입게 되는 보정 속옷,
여동생과 때론 평화적으로, 때론 전쟁하듯 바꿔입던 옷, 여자에겐 가장 특별한 옷인 웨딩드레스,
남편에게 선물받는 옷, 멈출 수 없는 쇼핑중독, 누구든 한방에 쓰러뜨릴것 같은 빨간 뱀피 부츠,
발칙한 상상 노팬티,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남겨진 옷등...
흔한 소재와 친근한 에피소드들이기에 ,, 사례를 든 짧은 이야기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것을 분석해주는 장에서는 그것에 대한 원인을 알게되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하고 통쾌함을 원했던 나에겐..조금은 실망을 안겨준 책이었다.
플래쉬 심리테스트를 할 때 느껴지는.. 유치해도 재미있고 명쾌한 답변들을 기대했었는데..
이 책은 그런 가볍고 통속적인 책이라기 보단.. 의복과 그에 대한 정신분석이라는 것을 통한
살짝은 진지하고, 결코 쉽게 웃고 넘길만한 책은 아닌것 같다.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가볍지만은 않게 쓰여진 책이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정신분석학에 대한 쉽고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었다.
책의 분량이 적으면서도 많은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기에, 심도 있는 분석은 되지 못한거 같아
아쉬움이 남지만, 막연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들의 뒤죽박죽 모음이 아니었기에 충분히 유익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