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른 까만 머리, 등에 업은 커다란 비단 잉어, 가끔 두발 보행 로봇의 스텝을
밟는다면,, 틀림없는 그녀다!! 그리고 저만치 뒤에,, 어딘가 2% 부족해 보이고,
방금 뭔가 황당한 일을 당한것 같은 어리숙한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건 틀림없이
그를 짝사랑 하는 그 선배일 것이다!!
천진난만해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순수청년의 로맨스 환타지~
처음 이 책을 봤을때, 제목 때문에 내용이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아가씨, 그것도 밤이 짧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아가씨,,
그런데 왜 걸어야 할까? 짧은 밤,, 아가씨 혼자 밤길을 걷는게 제법 위험을 감수해야 되는
일인데 말이다. 분명 그 뒤엔 뭔가 놀라 나가 떨어질만한 뭔가가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기대를 잔뜩안고,, 읽어나간 이 책,,
이야기의 소재는 너무나도 흔한 사랑 이야기, 그것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캠퍼스 내에서
마주친 여대생과 그녀를 짝사랑 하는 선배,, 이건 책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소설이나,
블로그, 미니홈피만 가도,, 수백만의 작가가 왕성하게 활동중이라는 그 분야가 아닌가?
하지만 방심은 금물!!
비눗방울처럼 퐁퐁 솟아나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이런 시시콜콜 러브스토리도
환타지가 된다는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인물이 없다.
중심인물인 두 주인공이 그나마 보통사람인듯 친근해 보일뿐, 도도씨, 이백씨, 히구치씨,
하누키씨, 빤스총반장, 헌책시장의 신,, 모두가 환타지에나 등장할 법한 신비한 캐릭터들이다.
그뿐이 아니다~ 배경이 되는 장소들은 평범한 술집, 길바닥, 대학축제의 현장이지만,,
그곳에서 펼쳐지는 상황과 사건들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환타지같고도 만화같은 기발한
일들이 연출되며, 그러다보면 또 현실로 돌아와 있고,, 한마디로 독자들을 정신 못차리게
만든다. 그렇다고 뒤죽박죽 마구잡이로 이야기들을 뒤섞어 놓기만 했다면,, 읽는이들로
하여금 지쳐 나가 떨어지게 만들뿐, 끝까지 잡아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들쑥날쑥 하면서도 정돈된 구성과 스토리,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자칫 복잡하고 정신없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정렬시키고 있으니,, 과연 읽을맛 나는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각각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그럼으로써 둘은 모르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고, 그래서 그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안타깝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매상황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야기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감돌게 하여
책을 덮을때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꿈 속을 헤메는 듯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순진무구한 그녀의 정신세계,
짝사랑 하는 그녀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며,, 그녀앞에 짠하고 멋진 동화속 왕자님처럼
등장하고 싶지만 어쩐지 허술하고 엉성한 준비와 뜻밖의 사건들로 황당하게 되버리는
그의 순수함. 왠지 이 둘 너무 잘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정말이지 등이라도 떠밀어주고 싶은 심정이다..ㅋ
이 책 전반에는 인물들간에 삼각관계나 사랑의 라이벌이 등장하지도 않고,
어떠한 대립구도도 존재하지 않지만,,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만큼 조마조마하고
두근거리게 만든다.
아마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치와, 요기조기 적절한 곳에 인물과 사건을 배치하는
남다른 능력 때문이 아닐런지..
이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가 응원해 마지 않는 둘의 진진당 커피숍에서의 만남이 등장한다.
그녀는 선배를 보고 공기처럼 가볍고 작은 고양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초원에 누운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 얼마나 그녀다운 표현인가..나도 눈을 감고..배위에 고양이가 아닌 책을
올려놓고..그 기분을 맘껏 상상해보았다~
나쁜감기 사랑감기가 모두를 휩쓸고 지나간 후, 까끌까끌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달콤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설탕묻은 젤리처럼,,그들의 사랑도 수줍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이 정도의 보상이 있는 밤의 보행이라면,, 얼마든지 걸어주겠다~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