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의 연평해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까지... 비교적 오랜시간(1999~2010년)에 걸쳐 일어났던 사건인지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잊기 쉽지만, 모두 한반도의 서북해역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NLL과 관련한 이슈들까지 포함해서 지난 2000년도 이후로는 서해가 남북 갈등의 최대 격전지가 되었죠.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이 사건들의 가장 큰 의미는, 안팍에서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제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믿을만한 채널에서 명쾌한 대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아래 인용한 이 부분이죠. 사실은 이것이 주어진 정보에서 '주장'은 제거하고 사실 문제만을 골라서 이해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판단을 내리기 힘든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합니다.

 

안보에 관한 우리 사회 공론의 장이 마비되고 정부 발표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믿음을 기준으로 한 편가르기가 일어났다. 사실 천안함 핌몰 원인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개인 양심의 문제이지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민주적 정부라면 국민에게 믿어 달라고 호소할 수는 있어도 믿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고 배제시키는 행동을 할 수는 없다. (333~334 페이지)

 

이 밖에 제가 주목한 것은, 군사적 판단의 성격과 바람직한 판단이 가져야 할 요건들에 대해 설명한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군사적 명령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건을 인식해야 한다. 바로 정당성과 합법성이다. 명령을 받은 군인은 그 명령의 합법성을 따져볼 수는 있으나 정당성을 따질 수는 없다. 에컨대 전쟁법에 위반되는 명령, 또는 지휘관이라 할지라도 그 본래 권한을 초월하여 과도한 명령을 한다면 장교는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 지휘관의 명령은 합법적이어야 하고, 그에 위반되면 하급 장교는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휘관에게 부여된 합법적 권한에 의해 내려진 명령이라면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라도 장교는 이에 복종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군대라는 조직은 붕괴된다. (102 페이지)

 

이 말(집단사고)를 고안한 미국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동질성이 강한 엘리트 집단은 만장일치를 추구하려는 속성이 강하고, 반대 정보를 차단하거나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집단사고가 확고한 조직에서 무언가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게 되면 설령 그 주장이 옳았다 할지라도 주장한 사람이 오히려 보복을 당하게 된다. (175 페이지)

 

미국의 전략분석가 존 스타인브루너는 정치권력이 중요한 안보 문제를 다룰 때 보이는 정책결정자의 사고방식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그 가운데 '기계적이고 일상적인 사고(grooved thinking)'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현상을 관리하거나 타파하지 않고 참모나 일상적인 조직에 위임해 버리는 사고방식이다. ... 국가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검토되지 않고 소신 없이 상황에 따라 자신이 제시한 원칙을 무력화 하는 얄팍한 행태이다. 이는 ... 아무런 소신과 신념이 없는 사고방식, 즉 '이도저도 아닌 주관 없는 사고(uncommitted thinking)'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고방식은 ... 정치, 군사, 경제, 외교적 수단을 체계적으로 정렬하여 최적의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바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오는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사고(theoretical thinking)'라고 할 수 있다. (338~339 페이지)

 

서해에서의 갈등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이것이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안보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를 둘러싸고 사건의 경과, 책임소재 구분, 그 밖의 이념 논쟁에만 정신이 가 있는 사이에 정작,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을 되돌아보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는 권력 세력, 군부,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해당됩니다.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양반과 상놈의 구분, 혹은 현대에 와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혹은 민족우월주위와 같은 분리주의적 사고에 의지해서 북한을 보고 있는건 아닌지 말입니다.

 

언제나 북한에 대한 우월주의에 빠져서 북한을 조금만 더 거칠게 다루면 굴복할 것이라는, 아니면 곧 망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주의가 결국 안보 상황을 냉철하게 볼 수 있는 눈과 귀까지 멀게 해서 결국 우리 국민과 군대가 더 위험해진 것 아닐까? (332 페이지)

 

김종대, 서해전쟁

최근 매 주말마다 개인 운동레슨(PT)를 받고 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의 제 1지론은 '밀가루와 설탕을 무조건 멀리하라!' 입니다. 제대로 하고 싶으면 가끔 한 번도 안 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는 운동보다 먹는 것이 2~3배는 더 중요한데, 요즘 사람들의 식습관 하에서는 밀가루(빵, 라면 등)와 설탕만 피해도 체중의 상당 부분은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저 자신도 사무실에서 먹는 인스턴트 커피와 과자를 줄이고 나서 효과를 봤습니다. 6개월 동안 7kg을 감량했어요. 식단이나 식사량은 건드리지 않았고, 밀과루와 단 음식을 줄이는 것 이외에 추가로 한 것이라고는 매주 한 차례 PT, 그리고 주 3회 30분 정도 러닝머신을 뛰는 것 정도 밖에 없는데,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런면에서 자기 계발서도 밀과루와 설탕으로 만든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기 편하고, 입에 붙는 빵, 케이크, 탄산음료, 카라멜 커피 등과 같죠.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생각날 때가 있고, 한끼 식사가 급한데 시간이 없을 땐 그런데로 용이합니다. 거기에 담긴 내용이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끌리고, 책은 읽고 싶은데 머리가 아프거나 생각하기 귀찮을 때는 그런데로 시간을 때우기 좋다는 의미겠죠. 그러다보니 저도 이런 책들을 아얘 끊지는 못하고, 제목이 그럴싸해 보이면 저도 모르게 들춰보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다 읽기도 하고요.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든 생각은 이런 책이 '왜 이제야 나왔을까?' 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비판하고, 끊고 싶어도 그럴만한 논리를 갖추기가 어려웠거든요. 구조적인 문제들을 지나치게 개인화시켜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과 제시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은 없다는 점 이외에는 비판할 구석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는 뭔가 탐탁치 않다는 느낌(?) 정도로 밖에 볼 수 없었던 것이 저의 자기 개발서 비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면에서 자기계발서의 역사, 그 속의 논리구조 및 형식, 주요 독자층을 분석하여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적어도 이전에는 없었던 시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자기계발서와 관련해서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궁금증은 '자기계발서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라고 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개인 전기, 에세이, 경제·경영 분야의 자기계발서들은 구별해 내기가 쉬운데, 요즘에는 문학, 역사, 음악·미술, 그리고 심지어는 철학과 같은 인문분의 책들까지도 '자기계발서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얼마전에 쓴 <독립연습> 서평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심리학 서적과 자기계발서는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지경인 것 같습니다. 시장에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러한 쏠림 현상은 분명히 위험한 것이죠.

 

제가 심리학 서적과 자기계발서의 구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데에서는 우선, 2장 <자기계발의 담론>에서 답을 보여줍니다. 자기계발서들이 크게 심리학과 경영학 개념들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여하튼 감정이라고 하는 영역이 우리 문화의 전면에 부각되면서 자기계발의 새로운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인문학적 전회 또한 이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행동과 습관의 교정을 중시하는 기존의 윤리적 자기계발에서 내면의 이츄와 성숙을 지행하는 심리적 자기계발로 궤도가 수정된 것이다. 고전 읽기를 포한한 인문학적 트렌드는 바로 이러한 내면으로의 전환에 궤를 맞춘다. (85 페이지)

 

어떻게 보면 다른 서적들이 자기계발서화(化)되고 있다기보다는 자기계발서가 다른 학문분야의 개념이나 논리구조를 가져오면서 자가증식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걔중에는 연애인이 쓴 외국어 서적이나 에세이들과 같이 외형만 보고는 정체를 알기 힘든 책들도 나오고 있는 것일테고요.

 

이 책의 결론이라면,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제가 주목한 부분은 욕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기계발은 진정 사회적인 성공과 성취가 욕망인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놓자고 설명한 대목입니다. 생존을 담보로 걸어놓고, 다양한 사람들을 한 가지 욕망으로만 몰아가는 세태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이(자본주의 하에서의 위계와 경쟁의 균형)를 통해 우리 사회의 욕망의 흐름을 바꾸자는 것뿐이다. 자기계발은 더이상 필수 항목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사항으로 제공되는 것이 옳다. 즉 조금 더 성공하고, 조금 더 성취하길 희망하는 이의 몫으로 남겨놓으면 된다, 그게 자기계발을 자기계발답게 대하는 것이다. (221 페이지)

 

모두가 게임의 룰 안에서 이길 궁리만을 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적어도 시스템 바깥의 대안; 룰을 바꾸거나 게임을 하지 않고도 함께 잘 살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대한사기극, 자기계발, 자기계발서

왜 지금 아랍인가? 하는 데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따르는게 사실입니다. 재작년의 이집트와 리비아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시리아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사실 이쪽 지역도 그리 녹록치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BRICS와 동남아 시장 침체를 감안한다면, 아랍이 부각되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갑니다. 시장전망성도 항상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중동 / 아랍 / 이슬람, 의 세 단어는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동'은 서구 세계의 입장에서 칭한 지리적 개념일 테고, '아랍'은 민족 혹은 문화적 개념, 그리고 '이슬람'은 종교적인 개념일 것입니다. 물론 이에 따라, 더 세분화 하자면 이 지역을 북아프리카, 걸프연안(GCC), 그리고 레반트로 나눌 수도 있겠습니다만은, 상당히 복잡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이슬람'입니다. 종교가 삶의 가장 큰 부분을 규정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랍인이 무슬림은 아니지만, 나는 이슬람이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볼 수 있었다. 아랍 지역의 서쪽 끝에 있는 모로코에서 동쪽 끝에 있는 오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아랍 국가에서 95% 이상의 국민이 이슬람을 믿는다. 최근 들어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세계적으로 16억 명에 달하고 그 중 3분의 1은 14세 미만인 무슬림 고객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이들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기 시작했다. (117 페이지)

 

그러면서 책은 이슬람을 떠받치는 '5대 기둥'을 설명합니다. 이슬람교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슬림의 의무 같은 것이지만, 이러한 신앙 교리가 소비패턴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아랍 시장에서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은 이것들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랍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기업들은 진보와 현대에 대한 열망과 좀 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문화간의 균형을 인식하게 도리 것이다. 이들은 이 두 가지 힘이어떻게 갈라지는지, 이슬람이 아랍 문화 전체에 어떠한 불가분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슬람이 아랍 문화의 토대라면, 샤하다(신앙고백), 살라(예배), 사움(라마단 중의 단식), 자카트(자선기부 또는 구휼세), 하지(메카 순례) 등 이슬람을 떠받치는 5대 기둥을 이해하는 것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118 페이지)

 

이 다섯가지 규율 중에서 사움, 자카트, 하지 등은 상당히 생소한 개념들입니다. 일단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겠네요.

 

① 샤하다(신앙고백) :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하마드는 알라의 선지자다."는 신앙고백을 하는 것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에는 녹색 바탕에 흰색의 아랍어로 써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② 살라(예배) : 이슬람교도는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매일 같은 시간대에 예배를 올려야 한다.

 

③ 사움(라마단 중의 단식) : 라마단 기간 중,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음식물 섭취(물 포함)를 금한다.

 

④ 자카트(자선기부 또는 구휼세) : 신앙심이 깊고 여력이 되는 무슬림은 매년 가진 부의 일부(자율이나 보통 2.5% 내외)를 기부한다.

 

⑤ 하지(메카 순례) : 이슬람 교도라면 일생에 한 번은 성지순례를 한다.

 

이 중에서 라마단이 비즈니스에 주는 영향을 설명한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이슬람 달력인 하즈리는 달의 주기를 따르고 있어, 라마단 기간도 매년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는데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라마단이 하절기와 겹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산업별로 부침이 심하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소비재나 외식 업종은 활황이지만 TV 제작이나 관광업은 부진(128~130 페이지) 하다는 것이죠. 아무튼, 종교가 일상의 많은 부분은 규정하는 사회인 만큼, 더 많은 이해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시장인 듯 싶습니다.

 

아랍, 이슬람, 무슬림, 중동, 5대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