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있는 작은 선반에서

퓌순의 립스틱을 보았다.

그것을 집어 냄새를 맡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첫 소설

“나는 이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오르한 파묵

 

1975년 터키 이스탄불. 부유한 집안, 잘나가는 회사, 아름답고 교양 있는 애인, 이 모든 것을 가진 남자가 있다. 케말은 아무것도 부러운 것 없이 삼십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그럴 것이었다. 그런 케말 앞에 먼 친척의 딸인 퓌순이 나타난다. 미인 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고, 케말보다 열두 살이나 어린 여자이다. 그 순간 케말은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그녀와의 밀회는 그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것만 같다. 자신과 비슷한 집안 출신인 애인 시벨과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한편으로, 퓌순과도 계속 만나면서 삶을 즐길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친척과 친구를 모두 초대한 성대한 약혼식에 퓌순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그녀는 자취를 감춰 버린다. 케말은 퓌순이 사라진 후에야 그녀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며, 그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 평생 동안 계속된 고통스러운 첫사랑에 관한 매혹적인 소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오르한 파묵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 미묘하고 복잡한 기법을 더해 마치 마법을 걸듯 독자를 매혹한다. —《워싱턴 포스트》

 

 

값 13,000원

 

오르한 파묵 Orhan Pamuk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부유한 대가족 속에서 성장했다.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3년간 건축학을 공부했으나, 건축가나 화가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자퇴했다. 파묵은 23세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포기한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첫 소설 『제브데트 씨의 아들들』(1982)을 출간하였고, 이 소설로 오르한 케말 소설상과 《밀리예트》 문학상을 받았다. 다음해에 출간한 『고요한 집』 역시 ‘마다라르 소설상’과 프랑스의 ‘1991년 유럽 발견상’을 수상했으며, 1985년 출간한 『하얀 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의 방문교수로 지내면서 집필한 『검은 책』(1990)은 ‘프랑스 문화상’을 받았으며, 이 소설을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가로 터키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새로운 인생』(1994)은 터키 문학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 이름은 빨강』(1998)으로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2002), 이탈리아 ‘그란차네 카보우르 상’(2003),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2003) 등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정치 소설’이라 밝힌 『눈』(2002)을 통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소설을 실험했다.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 등을 주제로 작품을 써 온 파묵은 2006년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2005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상’과 프랑스 ‘메디치 상’을 받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순수 박물관』(2008)은 파묵 특유의 문체와 서술 방식으로 ‘사랑’이라는 주제에 접근하였다. 그의 지독하고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출간되는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난아

한국외대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터키 국립 이스탄불 대학(석사)과 앙카라 대학(박사)에서 터키 문학을 전공했다. 앙카라 대학 한국어문학과에서 5년간 외국인 교수로 강의했으며, 2007년 현재 한국외대 강사로 있다. 옮긴 책으로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 『이스탄불』, 『내 이름은 빨강』, 『눈』, 『새로운 인생』, 『하얀 성』을 비롯해 『살모사의 눈부심』, 『위험한 동화』, 『감정의 모험』,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제이넵의 비밀편지』, 『생사불명 야샤르』,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바닐라 향기가 나는 편지』 등이 있다. 『한국 단편소설집』, 『이청준 수상전집』을 터키어로 번역, 소개했다. 엮은 책으로 『세계 민담 전집-터키편』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터키문학의 이해』,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 세계』(터키 출간), 『한국어-터키어, 터키어-한국어 회화』(터키 출간) 등이 있다.

<서평단 모집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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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선정하여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작가님의 신작 순수 박물관 1,2권 셋트를 드립니다!

모집 기간 : 6월 8일~ 6월 20일
당첨자 발표 : 6월 22일

* 당첨된 분들은 인터파크에 리뷰를 올려주세요.
(리뷰 작성 기간 : 7월 4일까지)

리뷰 링크: http://book.interpark.com/blog/viewBlogMain.rdo?reviewProdNo=204864544

읽는 내내, 마음 속으로 '뭐지?뭐지?'를 외쳤다.

혼자만의 거미집 안에 숨어버린 듯한 에리카,

딸를 잡고 놓아주지 않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덧없는 꿈을 꾸는 클레머.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끈끈하고 넘실대는 비유와 은유.

기괴한 그림이 잔뜩 그려진 미로를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전차 안에서 브라체 케이스를 무기 삼아 사람들을 밀치고 누르고 공격하는 여자.

에리카는 그런 여자다, '예술'이라는 탑에 갇혀 '엄마'에게 잘 길들여진 채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답답한 여자.

답답하고 단조로운 숨막히는 일상 안에서 그녀만의 온전한 것이라곤

피아노 레슨 시간, 정신병원에 가버리신 아버지가 쓰던 면도칼,

그리고 자신과 무지몽매한 대중을 괴롭힐 뇌(?) 뿐이다. 

 

에리카가 하는 행동 모두가 쉽게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지나치게 엄마 손에 길들여진 가엾은 여자 쯤으로 여기니

하나 둘...그녀의 행동을 연민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클레머는 피아노에 고상한 호기심이 있어 에리카의 수업을 듣는 남학생이다.

그는 피아노에까지 재능이 있어 다른 교수들에게까지 인정받는, 적당히 멋쟁이인 남자다.

일찍이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은 인정받지 못해 '피아노 교수'로 주저 앉아 버린,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정숙한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에리카와는 반대되는 사람인 것이다. 그의 본분은 공과대학 남학생이고 에리카는 예술대학 여교수. 어느 하나 어울릴 것 없는 두 인물이다.

 

나는 클레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에리카를 짝사랑한다고 한다지만, 그의 사랑은 진실함이 없었으니까.

'에리카는 음악과 더불어 높은 창공을 날며, 거의 대기 속으로 날아가버리고 있다. 발터 클레마는 그녀가 멀어져가고 있는 것에 불안해하며 에리카를 바라보고 있다(p.80)', '그는 은밀하게 자기 피아노 선생에게 반해버렸다. 젊은이가 인생을 시작하는 데 한번 경험해볼 만한 여자로서 에리카가 아주 적격이라는 생각에서다.(p.81)'

 

껍데기만 어른이 되어 버린 마른 장작 같은 에리카.

'핍쇼'를 보러 가기도, 포르노 영화관에 가기도 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보다는 면도칼로 살점을 고려내고 피를 내는 것에 더 익숙한 이 여자는

클레머가 다가오는 것을 '진실한 사랑'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 다가갔고 그로 인해 클레머에게 버림받게 되지만;;;;;)

 

호,불호가 분명히 나뉘는 작품이라는 것은

에리카의 성격이나 기호가 지나치게 파괴적이고 변태적인 성향이 있어서

전체적인 이야기와 줄거리- 고립된 여자, 그 여자를 움켜쥐고 있는 여자의 엄마, 여자를 사랑하려다 유린하고 가버린 젊은 남자-를 곱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읽자'라고 하기 전까진 한 페이지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문장력은 견고하고 또 넘실대는 시냇물 같다.

극 중 에리카나 클레머의 입을 빌어 나오는 음악에 대한 그녀의 견해가 견고하고

상황을 묘사하는 동안에도 현실과 환상을 오고가는 은유는 쉴새없이 찰랑거린다.

 

역자는 '개개의 단어와 문장들이 고도로 세련되고 기능화된 접합관계(p.353)'를 이루고 있다고 하며,

'그래서 역자는 부분적으로 문장을 풀어쓰거나 비유를 우리말 표현에 어울리게 바꾸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내가 언어에 능통하여 -세상에나, 독일어에?ㅋ -원문 그대로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페미니스트,부조리 고발, 노골적인 성 묘사, 성적 문제의식.....

다른 사람들이 이 작품의 가치를 논하는 말은 많지만

나는 적당히 기괴하고 적당히 대담한 옐리네크의 이 작품에 별점 8개를 주련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에리카와 그 어머니, 혹은 클레머의 취향' 때문에 별점 1개를 내린 거.

옐리네크의 다른 작품을 또 다시 접해보면 그 때는 별점 5개를 줄런지도 모르지만. ㅎㅎㅎ

 

 

여하튼, 나쁘지 않은 책이다.

혹여나 '불편한 내용'을 눈으로 읽어내려가기 힘든 분들은

영화 '피아니스트'(감독 미하엘 하네케)을 접해보길 바란다.

영~ 자신이 없으면, 영화 감상평이라도;;

 

(나도 그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영화로 표현된 건 어느 정도 한계 정해져 있을테니까

책으로 읽는 것보다 덜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왜 너를 이제 알게 된 걸까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책.

누군가의 책상에 놓여있는 '제목'만 보고 반해버린 책이다.

그리고 조용히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표지의 그림에도 혹하였고.

 

 

그리고 어렵사리 구하러 다녔고-

생각보다 쉽게(?) 책을 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 근데 초판은 2008년에 인쇄된 거네.

난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 (121쇄 발행될 때까지..난.. 왜 몰랐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읽으면서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이십대초반까지 이어온 '(나의) 기나긴 사춘기' 동안

내가 보고 듣고 깨달으면서 정리한 생각들을 반추해보았다.

 

'위녕의 엄마'가 '위녕'에게 전하는 메세지들이..

내가 가진 그것들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가면서..

-우습게도- 난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최고의 엄마'까진 아니더라도,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면서 때로는 편지를 쓰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엄마-딸이 되지 않을까.

 

 

 

 

 

 

순간 순간 나를 멈칫하게 만든, 많고 많은 부분 중에 한 부분만 옮겨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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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8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신기하게도 진심을 다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아. 후회도 별로 없어. 더 줄 것이 없이 다 주어 버렸기 때문이지. 후회는 언제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 사람의 몫이란다. 믿는다고 했지만 기실 마음 한구석으로 끊임없이 짙어졌던 의심의 그림자가 훗날 깊은 상처를 남긴단다. 그 비싼 돈과 그 아까운 시간과 그 소중한 감정을 낭비할 뿐, 자신의 삶에 어떤 성장도 이루어 내지 못하는 거지.
더 많이 사랑할까 봐 두려워 하지 말아라. 믿으려면 진심으로, 그러나 천천히 믿어라. 다만,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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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기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항상 진실하게..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으니까...

후회도 않는 거라고..아니, 후회할 지라도...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내 친구들이 혹은 내 제자들이 힘들어 하면..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게 하고,

진실한 마음이라면 아낌없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표현하고....

거절당하더라도 있는 힘껏 후회없이 마음을 전하라고 하곤 했는데.

 

이 정도의 생각이라면,

나도 '딸'에게 진실한 조언자가/ 멋진 인생 선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 아직은 글발이나 말발은 부족하지만;;ㅋ

(어쩜. 같은 말이라도, '공지영'님이 하시니 어찌나 멋진지.+_+)

 

 

 

 

 

 

언젠가 내가 내 삶의 의미가 무언지 생각을 하면서...

'나로 인해 -작지만 큰 변화가 생기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세상을 떠나도 후회가 없겠다'라고 했는데

그 존재가 '내 자식'이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 생각과 내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

실제적으론 부족한 '나'이지만,

내가 품었던 '큰 생각'들은 이해하고 이어갈 수 있는 그런 존재로서의 '내 딸'.

 

 

 

 

 

그래- 어떤 삶을 살든 응원할 수 있는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만나, 작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손을... 내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