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만화라고 아이들만의 것은 아니죠, 그래픽 노블-




우리가 바라보는 이방인


한국에서 이젠 외국인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가까이는 일터, 더 흔한 곳은 대학교 주변일 것이다.
인도,태국,중국....낯선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혹시 '코리안 드림dream'을 이루고자 온 그들을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로 여겨 온갖 별칭을 만들고 있진 않은가.
그들을 이해하기에 앞서 깔보려는 마음부터 먹고 있지 않은가.



이방인이 되어버린 그녀

캐나다, 어느 마을에 만화가게 주인 남자가 있다. 
나이 먹도록 변변찮은 애인하나 없다. 
집안 곳곳은 온갖 애니메이션의 포스터, 기획상품, 피규어 들로 가득하다. 
가게에 찾아오는 어린 아이들 아니면 식사 약속을 잡는 노인들만이 그의 '인간관계'의 전부이다.

어느 날, 한국에서 한 여자가 온다. 
그가 '한국신부'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헌데'착하고 전통적이며 순종적이어야 할 한국 처녀'는 어디가고, 
신부는 자유를 꿈꾸고 예술을 공부하고 어린 아이같은 그를 다그치기까지 한다.

책의 표지에는 한복 입은 여자의 뒷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낯선 땅, 어느 들판에 앉아 길게 내쉬는 그녀의 담배연기는 
타인이 만들어낸 '형태'안에 갇힌 채 후회와 혼돈의 나날을 보내는 그녀의 한숨이 아닐까.





대답을 해봐요, 그대는 멈춘 게 아닌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채 주저앉은 그녀와, 
스스로 괴짜로 살겠다 결심한 채 미성숙한 상태로 주저않은 그... 그들은 내게 묻는다.
넌 스스로 선택했냐고, 올바른 선택이긴 하냐고.
그저 '떠밀려서', '누가 그렇게 만들어서'라는 변명을 만들어 둔 채 등떠미는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냐고.

건조하고 사실적인 만화,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접하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른을 위한 만화도 존재하긴 해야지, 암.

 

그래픽노블, 우편주문신부, 역지사지, 성장

<브리다>를 추천받았다, 나의 십대 제자에게서.



읽기 전에, 예전에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을 떠올려 보았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서점에 서서 다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서점, 어느 위치에 서서 읽었는지는 뚜렷한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니, 허. 참...;;;; ( 아마 그 날 읽었던 아멜리 노통의 <적의 화장법>에서 받은 강렬한 느낌 때문에 베로니카의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 죽기를 결심한 그녀, 베로니카가 그 목적(!)에 실패한 후 정신병원에 갇혀 오히려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깨달았다는 것 정도는 기억이 난다. 오히려 철없는 내 지인이 자신의 ’자살’에 대한 결심과 생각을 얘기하며 ’베로니카’를 인용하던 것이 더 강렬할 인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강렬함 없이 기억되는 책이지 싶다.

<연금술사>는 읽으면서 느낀 미묘한 감정, 부분부분 와닿는 것이 남아있는 책이었다.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어 수행하는 자들의 경건한 자세를 동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너무 유명해져서’ 온갖 찬사와 인용구를 많이 보게 되어서 진실되게, 순수하게 만나지 못한 책이기도 했다. ( 아, 그 말이 여기에서 나오던 문구였구나! 하는 작은 감상에 책읽기가 끊긴 것도 사실이다. )




<브리다> 읽기 전에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다른 책과 느낌이 섞이지 않게 조심히 노력하기도 했다. 최대한 ’파울로 코엘료’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한 배려였기도 했다.


<브리다> 한국판은 신간이지만 실제적으로 요즘 책은 아니다. 작가가 연금술사를 집필한 후에 썼던 것으로 안다. 때문에 매력적인 책, ’연금술사’와 사상적으로 맞닿아 있을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왜 한참이 지난 후에 출간되었는가’에 대한 약점이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몇 년 전에 벌써 ’소울메이트’에 대한 홍역을 앓았던 내게 ’꼭 만나야 할’ 운명이 있다고 말하는 표지의 사탕발림은 별로 흥미롭지 못했다. 책은 스물한살의 브리다가 마법사를 찾아와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351페이지까지는 브리다가 마법을 배우고 지혜를 깨닫게 되는 과정까지를 흐르듯이 그리듯이 늘어놓고 있다. 
<연금술사>에서 받았던 신비롭고 경건한 수도사의 느낌보다는 조금 주술적이고 미신적인-매력적(?)이자 마력적(!)인 부분이 강했다. (때문에 더 대중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관계맺기(라고 한글로 번역하여 말하자)’나 ’소울메이트’에 대한 철학을 꾸준히 만들어간 후였고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지 한계를 만든 후였다. 나는 이미 충분히 미신적이었었고(과거에), 신이라 불리울-누군가의 배려와 살핌을 정신적으로 믿으며 스물한살 ’브리다’가 마법사들로부터 배우는 체험과 감동이나 성찰을 스스로 파악한 뒤였다. (너무 많은 스키마(!) 덕분에 이제 브리다가 겪는 이야기들이 새롭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브리다>에 녹아있는 세밀한 비유나 명언들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설명이 아니야. 더 멀리 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지
페이지 : 132

	마법은 최고 지혜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야. 인간이 어떤 일을 하든, 그것으로 그 지혜에 다다를 수 있어. 마음에 사랑을 담고 일한다면 말이지.
페이지 : 226

	"그렇다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브리다가 물었다. "답을 찾는 것이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삶은 훨씬 강렬해지고 환희로 가득 차게 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우리가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우리 개인을 넘어서는 훨씬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것으로 족해. 우리는 믿음을 갖고 어두운 밤 속으로 침잠하고, 고대 연금술사들이 ’자아의 신화’라 부르는 것을 완수하고, 우리가 받아들이든 말든 늘 우리의 이끌어주는 손이 있음을 믿고 매 순간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거지."
페이지 : 231-232

매번 운명적으로 어긋나는 파울로 코엘로와 나,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 <브리다> 덕분에 그와 가까워졌다. 그의 사상에 담긴 동양적 정서와 카타르교/가톨릭교/개신교 등에 대한 종교적 뿌리는 공부해보고 싶단 마음이 일었으므로.

열렬한 감동을 받아 엄지를 치켜세워주진 못하지만 아직 ’성장’의 과정을 겪고 있는 내 어린 친구들에겐 잔잔한 명상의 시간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아 별 네개의 점수를 매겨본다. 
자라나는 그대에게 ’올바른’ 사상을 세워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기를! (단, 무턱대고 따라하지는 말았으면.)



파울로코엘료, 꿈, 운명, 믿음, 지혜

패셔넬라
진과 대니
우편 주문 신부
공무도하
지구영웅전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브리다
칼의 노래.....읽는 중

현재 대기 목록:  하룻밤에 읽는 고려사, 고려의 여성과 문화, 은교






굳이 얼마되지 않은 책 목록들을 적어놓는 것은 내 게으름 때문이다.

글의 곱씹기,  그 후의 소감을 써내려나가기....까지 다소 많은 시간이 걸려 
기억하는 ’그것’이 정말 ’그 느낌’인지를 확인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며
이런 이유로 적절한 코멘트 만들기 자체가 짐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든 잊지 않고 이 녀석들에 대한 기록을 조금이라도 남기기 바라며.ㅋ
그저. 한번 끄적.



p.s.
그 나이에 맞는 ’독서’가 따로 있다는 것이.. 이젠 느껴진다.

내가 내 제자들에게 감동받은 책을 함부로 권할 수 없듯이
내 제자가 추천한 책을 내가 읽었을 때 별 감흥이 없듯이
나이와 시대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골라 추천해야 한다.

그래, 세월의 스쳐감에 비례하게 배경지식은 늘어간다.



독서, 글쓰기, 즐거움그러나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