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나는 ’두려움’과 맞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애써 고개 돌리려 했던 내 슬픔의 뿌리... 어두움의 근원을 찾아
하나씩...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왜 그 때 나는 참았을까,
왜 힘들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어쩌다 그런 상황에 놓인 걸까?

하나씩 들추어낼수록 나의 모진 ’정신력’을 만나기도,
그 때 날 감싸주지 않은/못한 ’모든 이’들에 대한 원망의 기억을 만나기도 한다.




며칠 전이 아마 절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느 날 보다 낮아진 정신력&체력을 지닌 채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근원을 알 수 없는 무게감을 털어내기 위해
무작정 ’바다를 보러’ 버스를 탔다.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지만, 소외감이나 고독 따위가 슬며시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바다에 그 모든 기운을 털어낼 거라고 ’긍정적인 주문’으로 나를 꾹 움켜쥐고 무작정 나섰던 것이었다.

그.러.나.
버스를 탄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버스에서 내려 엄마/아빠를 향해 가고 있었다.
양 손 한 가득, 과일이며, 죽이며, 부모님께서 기뻐하실 무언가를 잔뜩 사들고.

엄마는 다리를 헛디뎌 넘어지셨고 깁스를 복숭아뼈에서부터 무릎 위까지 하고 계셨다.
그리고 더 더욱 나를 ’슬프게 만든 것’은....
엄마가 일주일 간 입원해 계셨다가 그날- 주말이 되어서야 
내게/그리고 멀리 있는 오빠에게 연락을 하셨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미 마음이 무거웠고, ’혼자’이고 싶어서 탈출을 위한 버스를 탔는데...
나는 땅에 묶인 ’그네’처럼 덜컹- 소리를 내고는
다시 ’현실’로 끌려내려온 것이다.
그것도 여느 때처럼 모든 현실적인 슬픔을 혼자 떠안다시피...
’효녀’모드로 돌아와 부모님 때문에 속상해 하고 있었다.

자식에게 부담되기 싫었다는 그 부모님 곁에,
아주 가까이에 있는 나 밖에 올 사람이 없다는 게, 더욱 더 속이 상했던 것 같다.
그 언젠가처럼, 또. 나 혼자. 현실을 직면하고 마는 것!
부모님과 기쁘게 대화하고 음식을 먹으면서도...나는 그 ’ 익숙한 운명 ’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결국 그 모든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난 울어버렸다.

정말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 보낸 사람처럼,
집안 일 걱정으로 스스로 꿈을 놓아버린 열세살 소녀가 되어 버린 것처럼,
있는 자리에서 가만히 주저 앉아...꺽꺽 대며 울어댔다.
"나 좀 내버려 둬요. 제발, 날 혼자 있게 해달라고."

내 두려움의 끝에서 ’부모님’을 만나고,
이미 ’빈자리’로 남은 오빠의 공허함을 만나고...
첫째도, 장남도, 장손도 아닌 내가 채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을 다시 만난 나는...
스와도스가 말한 ’블랙홀’ 안으로 급격히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스와도스의 책 <낙서하며 이겨내는 나의 우울증>은 우울증을 ’블랙홀’에 비유했다.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
물론, 그 시작은 ’내 희망의 끝자락에 낀 작은 구름’ 에서 시작한다.




저자, 스와도스는 
그 구름(혹은 블랙홀)에서 벗어나기 위해
때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명상을 하기도, 초콜렛을 먹기도, 울기도, 한없이 잠들기도, 약물치료를 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버둥거렸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그녀는 그.림.으.로. 풀어냈다.
우울의 도입-전개-절정-결말, 
어두운 블랙홀을 통과하는 모든 과정을 
조금 엉뚱하고 독특하고 격식없는(!) 그림들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책장을 거침없이 넘기면서...
나는 그녀의 모든 과정을 ’엿본 사람’으로서...묘한 위로를 얻었다.

’난, 그 정도는 아니잖아? 겨우 한 가지에 있어서만. 그것도 아주 가끔 슬퍼질 뿐...
나는 늘 기운이 넘치고 유쾌하잖아.
그리고 뭣보다...나는 그 ’치유’의 방법을 하나 둘 찾고 있잖아.
나만의 방법! 나를 한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나로 돌아오는 법!’





짧고 가벼운-낙서(?)에 가까운 그림들로 꽉 채워진 책이지만...
우울의 언저리를 거니는 누군가에게는 
분명... 위로가 되기도, 친구가 되어주기도..하리라 믿는다.

그녀나, 나나...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블랙홀’로부터 빠져나온 모든 삶은 ’감사’할 일들로 가득 차 있다!+_+

그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으면
한 없이 안으로 안으로... 그대의 존재 그 끝으로 가서
작고 작은 희망의 불씨에 청명한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오기를.

	아직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의 병, 감정의 병 같은 것은 세상에 없다고. 속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또는 부인하는 겁니다. 아니면 그런 걸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참. 스와도스씨는 그 방법으로 ’낙서’를 추천하더군요.

저는....음...글쎄요? ㅎㅎ 이런 책을 ’읽기를’ 추천해 드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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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이 인사합니다.

"안녕? 너구나, 주인?

깔맞추느라 수고 많았다-"

-_ -쳇. 주인을 닮아 제법 쉬크한 녀석입니다.

배신감과 버룸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일기장을 슬쩍 헤집어(?) 보니

짜식, 제 사진을 품고 있었군요.

뭐 여하튼, 주인의식(?)은 있는 일기장 녀석입니다. 기특한지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