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나는 조금 까칠한 독자에 속한다.

 

너무 예쁜 책은 속 빈 강정 같아서 싫고

너무 유명한 책은 나만의 감흥이 떨어질까봐 싫고

너무 으스대는 책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아 싫다.

 

 

 

그런 내가 이 책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차와 요리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어떤 책을 선물할까-를 마음에 담고 검색을 시작하던 중에 만난 책.

 

책은 꽤나 예뻤고 나름 유명했고.... 그야말로, 요즘 감각(!)이니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친절한(!) 상술에 걸려 - 2013년 달력도 준다는 말에- 홀리 듯이 산 책이다.

까짓거 밑져야 본전이지-하는 마음으로,

이런 '소녀틱한 책' 한 권 소장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하는 마음으로.ㅋ

 

 

 

짜잔~ 책 도착. 11월 29일 목요일.ㅎㅎ

책이 왔다, 밤삼킨별 님이 쓴 책.

그 분이 찍은 사진들로 이뤄진 달력도 왔다.

 

'너무 예쁜 책인데? 이거....은근히..땡겨. 내가 갖는 걸로 할까?'

마음을 30% 정도 뺏겼다.

너무 예쁘고 '요즘 소녀틱'한 이 책에.

함께 온 달력은 2012년 11월분부터 프린팅 되어 있었다.

이 그림은 2012년 12월용 사진.

손글씨가 참 예쁜 밤삼킨별 님.

 

늦은 밤.

잠들 기 전의 무료함을 돕겠노라,

이 책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새벽 몇 시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으로 인해 이런 분을 만나게 되었구나. :) '

말 그대로 딱 그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 행복했다.

이 책은 이렇고 저렇고 트집잡고 싶은 게 아니라,

-어머 이 언니는 이런 생각을 이렇게 했던 거구나

-나도 그 때 그랬는데. (끄덕끄덕...)

-참 좋은 인연들이 많다, 부럽게.ㅎㅎ

-나도 그 카페 이층에 가보고 싶어.

-아, 저 부엉이....어쩜....>_<

 

마음을 100% 빼앗긴 것이다.

(-_ -줄을 놓았다 싶게, 책 한권에 무장해제 되어 버렸다.)

두근거림과 떨림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뭐랄까-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하는 기분?

 

그리고 아침이 되어, 그 분께 몇몇 오탈자 지적을 핑계삼아 메일을 보냈다.

감사하다고, 기쁘다고, 책이 너무 좋았다고.

 

사실 그 분께 보낸 메일에서도 썼듯이

'어찌보면, '방/공간/카페'로 이어지는... 사람 밤삼킨별 님의 이야기일 뿐인데도'
그 카페가 만들어지기까지 밤삼킨별 님의 한 결같은 올곧은 생각과 뜻이

즐겁고도 명쾌한 어조로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나는 이 예쁜 책을 속 빈 강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속 빈 강정은 저리가라고!

 

비유컨데, 재료를 직접 가꾸듯 선별하고 속을 가득 채워 맛을 살리고

내어주기 직전의 플레이팅까지 완벽하게 이루어 낸, 완벽한 일품요리* ?!

(질문: 위에서 쓴 '일품요리*'의 뜻은 다음 중에 어떤 뜻을 의미하는 걸까요?ㅋ)

 

 

  

 

 

 

 

 

 

 

 

 

요즘 책 중에는 간혹

'(이것이 정녕)에세이집인지, 사진집인지 구분이 안되는' 책들이 많다.

나 또한 처음에 이 책을 그런 류의 책으로 생각할 뻔 했지만...

이래뵈도 작가 밤삼킨별 님은 잡지 <PAPER>의 필진이시라 그런지

글 속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생동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귀들은 이 책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다음은 내가 반한 부분들. (책에 인쇄된 상태 그대로를 살려 옮겨 써본다.)

 

 

p.015~016                                                                                           

그렇다. 레이스와 꽃무늬가 가득하고 사랑스럽고 화려한, 그런 어여쁜 소녀 취

향의 방이 아니라 그저 무언가 은밀함을 갖고 싶었다. 혼자 펑펑 울어도 되는 방.

옷을 갈아입다가 깜짝깜짝 놀라지 않아도 될 테고, 남자아이에게 받은 편지를

혼자 오래오래 읽어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누군가 틀어놓은 TV 소리에

섞이지 않은 나만의 독서가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다. 나에게 그런 공간이 생긴

다는 것이다.                                                                                    

 

 

p.079                                                                                                  

이제 이 공간은 계절의 생명력과 사람들의 공기를 담으며 그만의 이야기를 시

작할 것이었다. 설령 앞으로 매순간이 모두 행복하지만은 않더라도, 감격스럽

지만은 않더라도, 공사가 끝나 마켓 밤삼킨별과 마주하며 인사하는 그 순간은

오롯한 의미 자체였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서로의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p.232~0233                                                                                        

                                                                              내가 가졌을 때보다

상대방이 가졌을 때에 행복하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닌 상대방

의 것이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든 거 같다. 사진이라는 것, 마음이라는 것이 모

두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기쁨이 되었을 때 더 큰 것임을.                         

 

 

 

책을, 선물하기는 커녕....누가 잠깐 보겠노라 하면

당장 '대출 기록표'를 기록하고 가라고 할 기세.ㅎㅎ

이 책이 참 좋아졌다.

부엉이 소품들이 가득한 카페.

나도 부엉이에 꽂힐 뻔하다가 소품이나 아기자기한 것은 나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접은 일이 있었는데.ㅍ

이 카페에 가면 꼭 부엉이들과 눈싸움을 진득하게 해야지.ㅎㅎㅎㅎ

 

 

 

 

 

 

 

아니....사실 나는.....

작가님께 메일을 쓸 때부터....

이 책을 칭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밤삼킨별 님을 응원하고 싶었다.   :)

 

 

이 책은, 책 자체만으로 내게 큰 의미가 되어줄 것 같다.

이 언니처럼 자신이 바라는 걸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거라고,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 아주 작고 소박해보이는 것이라 해도.

결국 그 전체는 한 가지의, 작은 꿈에서부터 출발하는 거라고.

 

이 책은 '방'을 갖고 싶었던 한 소녀의 성장 일기 같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빛이 마음에 가득차는 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아까 적은....질문의 답은 뭘까요?ㅋ)

 

 

 

블로그 동시 게재 http://ohho02.blog.me/100172861782
 

사진, 에세이, 허밍버드

<빈집을 두드리다> 서평단 모집

 

 

응모방법 : 포스트를 스크랩 해주시고, URL 및 읽고 싶은 이유를 남겨주세요. 
모집기간 : 11월 26일 ~ 12월 2일
발표 : 12월 4일
   모집인원 : 5명

 

 

 

 

 

 

#1.

EBS 라디오 연재소설 (평일 pm07:00~08:00) 에서 최근

작가 김연수님의   "(미발표 신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을 낭독했었다.

가끔은 '다시 듣기'를 통해서라도 끝냈던 소설.

마음 속에 길게 남은 소설의 여운을 추려 글을 적어 본다.

 

:해당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긴 했으나,

나름 생각들과 시간이 녹아든 글이라

-노트와 온라인 메모를 번갈아 가면서 어렵게 시작한 글이라- 아래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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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밀라에게.

 

 

카밀라,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
네 첫 이야기를 들으면서 꽤나 재미있었어.
어떤 아이인지도 몰랐지만, 네가 네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꽤나 따뜻한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얼마나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는지 모른다. 
네가 찾아갔던 진남에는 섬같이 따로 떨어진 사람들이 무척 많더라고. 
높은 성에 올라서서 커다란 성벽을 쌓아두고 널 맞이하는 것 같았던 신혜숙 선생, 
을씨년스러운 양관 주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던 앨리스, 
불타 죽어버린 아버지와 그 사건을 놓을 수 없던 미옥,  
엄마를 외로움 속에 죽게 내버려둔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이희재,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어둠 속에서도 하염없이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던 지은까지. 


나는 그 무수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슴에 잠궈둔 채 참 서글프게 울고 있다고 생각했어. 
메마른 그 이야기들을 바람에 흩날리듯 뿌려대는 건 아닐까. 
그 안에 함께 있으면서 내 마음까지 삭막해지는 건 아닐까. 
그리고 먹먹한 이야기들만 하염없이 쏟아지는 것 같아서 난 가끔 네가 걷는 그 길을 발맞추어 따라가지 못한 적도 있었어. 
한편으로는 가둬 둘 수 없는 냄새가 공기 속에 번져가듯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난 그걸 실어나르는 것은 바람이 아닐까 생각했어. 삭막하고 메마른 바람.


하지만 한 발 늦게 너를 따라가다 보니 조금 달라지더라.
바다에 파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건 바람 덕분이기도 하지. 
섬과 섬 사이를 메우면서 넘실대는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는 바람과
멈춰진 채로 있고 싶어하는 바다로부터 (바람에게) 등 떠밀려가며 섬에 이르게 되는 파도도 떠올려봤어.  
날아가는 건 그저 바람이겠지만 바람은 바다를 만나 파도가 되어 일렁이지, 파도는 줄곧 사람에게 손 내밀고.
그래, 사람과 사람을 건너 갈 ‘날개’가 사실은 바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단다.  



넌 파도가 넘실거리는 그 물결 속에서 엄마를 본 적이 있다고 했지? 널 꼬옥 껴안아주던 엄마를. 
네 어머니는 사람 사이를 이어줄 존재로서 너를 품고 싶어 하셨다고도 들었어. 
네 비록, 어린 정지은을 침묵 속에 살게 하고 먹빛같은 바닷 속으로 내몰았던 존재가 
‘아직 진남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록 자잘한 오해들로 인해 그런 불행이 일어나긴 했지만, 
섬과 섬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말을 걸 수가 없잖아. 
고인이 되신 네 어머니는 이미 그걸 겪으셨고 그 이유로 돌아가신 거라 생각해. 
그리고 바닷 속에서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 존재가 되신 엄마를 생각해서 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엄마를 따라가는 그 결 속에서 나도 많은 걸 깨달았단다.
간혹 나도 나와 엄마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길’이 있다는 걸 느끼곤 했었거든. 
독립해서 살면서 떨어져 있는 몸과 마음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전에 엄마와 나는 마음으로 같은 결을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어. 
이따금 집에 다녀온 날엔 하루 이틀, 엄마가 느끼고 지냈을 옛 일들이 
머릿속에 들어앉는 바람에 꽤나 힘들었는데. 
카밀라 네 덕에 나도 내 안에 ‘엄마가 존재할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해본다. 



희재, 카밀라.
네 이름이 무엇이건 나는 네가 붉은 꽃처럼 피어오른 네 엄마 아빠의 결실이자, 
사람들의 오해가 풀려 꽃으로 승화된 존재라고도 생각해. 
네가 태어난 진남과 화해하고 네 양아버지와도 화목한 사이가 되었으면 해. 
네 어머니는 따로 떨어져 사는 고독한 사람들 사이를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면서 
뭍에서 곱게 피어나는 동백 같은 너를 이 세상에 남겨 놓으신 거라고 생각해.
 
너라는 아이가 사랑에서 피어 난 존재이면서 
사람 사이에 희망이 되는 존재라는 걸 깨닫기를 바란다. 




-고마워. 
나도 네 덕분에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봤어. 서른의 사춘기를 너와 함께 보내어서 참 다행이다.
나도 언젠가 나와 내 어머니의 이야기를 찰랑찰랑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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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연수라는 작가를 잘 몰랐다.

뒤늦게 김연수 작가와 소설 "원더보이"를 연결 지을 수 있게 되었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통해 그 문체에 반하기도 했다.

(원더보이는, 작가를 알기 이전에 무척이나 읽고 싶던 소설 목록에 있던 책이다.)

 

 

#3.

언젠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소설이 책으로 발행되겠지?

(추측컨데, 라디오로 연재된 이야기 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기겠지만) 꼭 책을 사봐야지. 

 

 

 

 

 

p.s.

참. 요즘에 시(詩)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순서상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감상문을

내 컴퓨터에서 적은 것이 첫째.

그것을 EBS라디오 연재소설 게시판에 올린 것이 둘째( http://home.ebs.co.kr/radionovel/ ),

그 중에 내 나이 언급 부분을 빼고 블로그에 올린 것이 셋째,

(여기까지가 8월 12일의 일. 13일, 트윗에서 내 글이 RT되고 있는 것을 발견- 놀라운 경험.^^)

원본 글과 블로그에 끄적거린 내용을 다시 함께 여기에 게시하는 것이 넷째.

:  혹시 모를 일의 선후 관계 때문에 고백한다.  

 

 

김연수, 소설, EBS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