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트롤 1편이 영화로 나왔었다. 유쾌한 상상이 그려낸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 읽게 된 <박스트롤 : 치질라의 역습>은 그 후속편으로 매 페이지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이 책을 읽다보면 지난번에 봤던 3D 애니메이션처럼, 그림 속 세계에서 유영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또한 각각이 주는 인물들은 역시 통통 튀어 개성 있는 캐릭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래트브리지 해상세탁소에서 속옷 세탁물을 빨랫줄에 걸었다는 이유로 공작부인에게 피소, 유죄판결을 받는다. 결론은 벌금 1만 그로트. 유죄판결을 받는 과정도 괴이쩍게 흘러가는데 경찰이 체포하자 마을 사람들이 너도 나도 체면을 깎았다며 동조를 한 것이다. 재판에서 별 볼일 없는 증거조차 결정적 증거로 둔갑해 버리고, 포저 판사는 예전의 관례대로 피고인(래트브리지 해상세탁소) 측 말은 듣지도 않고 판결을 내리는 등 말이다. 무엇보다 변호사 윌버리에게 도움을 받고자 잠수함을 타고 가는 도중 암초인 침대 틀에 부딪혀 할아버지는 몸을 다치시며 설상가상 안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난다.

 

벌금 1만 그로트, 그리고 할아버지의 병. 윌버리 변호사와 아서, 박스트롤 등은 힘을 합해 새로 생긴 병원의 의사에게로 가고, 기지를 발휘해서 길고 긴 줄을 뚫고 무료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의사는 할아버지의 병이 위중하다며 정체불명의 만병통치약 '까만 약'을 주고, 할아버지는 그 약을 먹고 씻은 듯이 낫게 된다. 더불어 고질병이었던 관절염까지 말이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 1만 그로트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윌버리 변호사와 함께 대책회의를 벌이는 도중 그 의사가 찾아온다.

 

의사는 까만약이 거의 떨어져 가기 때문에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으며, 약 조제에 필요한 재료를 구해주면 1만 그로트를 자신의 후원자가 주기로 했으니 당장, 배를 타고 재료를 찾으러 가라는 것이다. 12살인 아서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제외시키지만, 할아버지가 잠수함을 타고 위급했을 당시 할아버지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었으며 또한 그 전에도 자신의 역량을 설명하면서 실망감을 표현한다. 할아버지는 아서의 말을 듣고 약 재료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허락하며 잠수함의 열쇠를 준다. 아서는 박스트롤 피시와 함께 윌버리와 의사 등이 먼저 배를 타고 떠난 걸 알고, 자신은 잠수함을 타고 쫒아간다. 아서는 배를 따라잡았으나 배의 상황은 상상외로 벌어진 후다. 악당 스내쳐 일당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서와 래트브리지 해상세탁소 직원들은 배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까만 약의 재료를 구해서 무사히 1만 그로트를 받을 수 있게 되어 다시 래트브리지 해상세탁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박스트롤 1편과 내용 면에서 연작 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이 작품은 어린이의 시각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상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악당 스내쳐도 뭔가 허당스럽고, 그를 제압하는 방법도 기상천외하다. 모험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것들이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스내쳐 일당과 치질라와 대 혈투(?)를 벌이는 것은 아마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를 안겨줄만 하다. 악당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역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1편도 색다른 세계를 구경하며 나의 상상이 현실로 벌어진다는 가슴 벅참으로 영화를 보았다면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또 다른 나의 상상이 현실로 그려지는 기쁨을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더불어 말 그림을 못 그린다고 첫 페이지에 나오는데, 매 페이지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오히려 신문의 만평 때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기도 하고, 글의 느낌과 잘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면서 황당한 느낌을 잘 살렸기에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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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서 죽는다. 이 단순한 명제 앞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주 복잡해진다. 무엇보다도 나란 사람에 대해,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보다 인간다운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깊은 생각을 가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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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 지식의 가능성 조건을 비판적으로 사유한 방법론의 대가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 12) 칸트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조건’을 물었던 학자이다. 단순하게 대답했던 것들을 질문들을 통해 알고자 과감하게 ‘따져’보고 질문하고 비판했는데 그의 질문들은 크게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라는 것으로 압축된다고 한다. 그가 포스트모던적 사유를 펼쳤기 때문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소크라테스와 같은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다.

 

2010년 설립된 플라톤 아카데미는 현자 19인 중 칸트에게 그동안 던지고 싶은 질문과 그의 추론 가능한 대답을 통해 칸트의 사유 방식과 철학을 알 수 있었는데, 독일 루어대학 철학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 울산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진 교수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철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 이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자경 교수를 통해서 칸트에게 가장 근원적인 물음인 ‘인간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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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교수와 한자경 교수는 각자 다른 답을 내놓았는데 우선 김진 교수는 칸트의 <윤리 이상학>에서 밝힌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와 관련지어 모든 인간이 그들에게 부여된 ‘자연적 완전성’을 발전시키고 증진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p.34) 정신력, 영혼력, 체력 등을 증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 보존의 욕구와 자신의 천부적인 소질을 개발하지 않고 놔두는 것은 보편적인 자연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직업을 갖는다고 한다. 이로써 도덕적 세계질서의 시민으로 인간성의 목적도 구현하고 자신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자경 교수는 단순히 인간이란 ‘이성’이란 종차를 갖는 동물이라고 했는데, 존재하는 일체의 것 중 생물, 생물 중 동물, 동물 중 ‘이성을 가진 동물’로 규정(p. 38)해서 칸트 역시 서양철학자로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서양 철학은 더함을 강조하므로 더함으로 생겨나는 차이(이성)을 주목하는데 단, 칸트는 ‘이성비판’을 통해 이성능력을 검토하고 한계를 밝혔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본질을 이성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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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세계인식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칸트에게 묻는 질문의 답을 두 교수는 어떻게 펼쳤는지 보자. 우선 김진 교수는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의사소통 능력을 이성 즉 인식능력으로 보았다. 따라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절대적인 정직으로 꼽았는데, 이것은 진실성의 책무를 인간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훼손된 진실성의 원칙은 비진설성의 해악을 초래해 결국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퍼져나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훼손하게 된다.(p. 45)고 한다. 따라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기주장이 참이라고 확신을 가져야하며, 칸트의 이성개념은 그 자체로 상호주관적 소통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집단적-공동체적 도덕성 추구를 전제하면서 이성비판을 통해 효과적인 의사전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자경 교수는 인간에게는 선험적 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세계인식이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당시 서양에서 인간의 인식을 논하는 두 가지 입장, 경험론과 합리론을 소개하면서 이 두 인식론을 비판하며 ‘선험적 종합판단’이라고 보았다. 뉴턴 물리학에서 시공간을 절대공간으로 보는데 반해 칸트는 객관적인 절대 좌표가 아니라 단지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주관적인 형식(p.55)으로 보았다. 현상세계에 대한 절대적 보편타당성의 진리로 인식하기 되는 것은 ‘선험적 종합판단’으로 가능하며 따라서 우리의 선험적 인식형식에서 비롯되는 선험적 앎이 존재하며 이것이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앎이 존재(p. 57)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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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칸트에게 던져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 것인가. 김진 교수는 이론적 ‘이념’과 실천적 ‘요청’일 뿐인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칸트는 이성적 심리학에서 순수 자기의식의 객관을 증명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의 자기동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기의식, 마음, 영혼은 이론적으로 입증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배척할 수도 없는 순수이성의 대상 개념인 ‘이념’이다(p. 104)는 것이다. 따라서 칸트는 ‘나’는 이론적 차원에서 인식의 주체이지만 영혼을 순수이성의 ‘이념’으로 상정했으나, 도덕법이 요구하는 최고선의 실현은 불가능하기에 영혼 주체를 실현 가능한 조건 ‘요청’명제로 상정했다고 한다. 한자경 교수는 나를 나 자체로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인간에게 가능한 직관은 시공간 형식에 따라 주어지는 ‘감성적 직관’뿐이라는 것이다. 인식형식을 작동하게 하는 초월적 자아 자체는 다시 그 시공간 형식에 따라 대상으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p. 109) 따라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현상이지 물자체가 아닌 것처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자아는 경험적 자아이지 초월적 자아가 아니기 때문에 자아의 인식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갖는 ‘나는 나다’라는 자기의식은 초월적 자아의 자기의식이라는 것이지만 칸트는 나의 본성을 직관하는 것은 없다는 견해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해보면 먼저 김진 교수는 시간에서 영원으로의 이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칸트는 인간을 ‘감성계’와 ‘예지계’에 속하는 시민으로 규정했는데, 죽음이란 감성계에서 삶을 마치고 삶이 파악이 안 되는 초감성적 세계인 예지계의 삶으로 이행하는 것(p. 207)이다. 죽음이란 ‘시간에서 영원으로의 이행’으로 보았는데 죽음과 영원을 감성적 원리와 이론적 인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도덕적 목적에서는 해석할 수 있으며, ‘만물의 자연적 종말’은 오직 ‘도덕적 목적의 질서 아래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따라서 죽음 이후 우리의 영혼은 도덕적 신성성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한 전진을 계속하는 것(p. 213)이라 세계질서의 ‘요청’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한자경 교수도 김진 교수와 거의 맥을 같이하는데, 우리의 도덕성은 영혼 불멸은 요청한다는 것이다. 영혼은 부분들의 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것으로 분해되는 죽음과는 무관하며, 우리의 도덕성은 최고선을 지향한다. 도덕적 완성을 위해서 짧은 인생으로는 도덕적 완성이 불가능하지만, 최고선을 지향하는 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죽음과 더불어 끝나지 않고 영원히 살아서 결국은 우리의 도덕을 완성하리라는 것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p. 218) 결국 우리 영혼이 불멸해야지만 도덕적 최고선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다양하고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한 답을 칸트의 시각에서 두 학자를 통해 들어보았다. 두 학자는 처음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처럼 인간과 세계, 진리,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 등 인간 본연의 물음에 대한 부분은 칸트의 시각이라고는 하지만 내놓는 답은 달랐다. 즉 어디를 중점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답이 갈리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에 관한 질문으로 들어가서 ‘참된 삶이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치추구에 대한 답을 칸트적 사유를 통해 내놓은 답은 비슷하게 끝을 맺었다. 위의 ‘인간의 세계 인식’에 관한 문제에서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진실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을 판단할 잣대는 없는 것이고 도덕적 최고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죽음을 넘어 신의 영역, ‘신은 존재 하는가’에 대한 부분 또한 결국 비슷한 관점으로 귀결되었는데 이때 나오는 새로운 개념 ‘요청’이 등장해서 이론적 사용에서는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고 그렇다고 반박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을 ‘요청’하는 것이며, 신의 요청으로 덕과 행복의 일치인 최고선을 지향했다. 즉 도덕적으로 사는 사람은 선하게 통치하는 신의 존재와 내세의 삶을 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칸트에게 신은 선한 삶을 위해 반드시 ‘요청’되어야만 하는 신인 것이다.

 

인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알고자하는 욕구가 커져 읽게 된 <인생교과서 : 칸트>. 그가 단순히 규칙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노라고, 그의 생을 ‘순수이성’과 ‘비판’에만 힘을 쏟은 학자로서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번 책은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그의 생각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역시 낯선 용어 앞에서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고 다 읽은 지금도 잘 이해했다고는 못한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김진 교수와 한자경 교수가 칸트의 철학적 토대에서 밝히고 있는 답들은 삶을 살아갈 때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한 한 차원 높으면서 기본적인 진리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좋다.’처럼 나도 생의 진리를 깨우쳐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보며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뽑은 19인의 현자 중 한사람인 칸트이기에, 그의 철학이 담긴 고찰을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강추한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자라면서 그 예술성을 지키는 것이 문제다.”

피카소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가 의무 교육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해야만 학문적으로 기본적 소양을 갖췄다고 생각하며, 직업 선택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부족하다고는 여기지 않아 우리들은 기를 쓰고 대학 문턱이라도 넘으려고 하고 있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은 기본적인 스펙을 요구하는데 그 기본이 되는 것이 등수이며, 성적이다. 즉 정형화된 시험에서 표준화된 점수를 통해서 각 대학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학생들을 선발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험을 치르고 점수에 의해 매겨지는 가치가 매겨지는 부분이다. 사람은 획일화, 규격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 나타난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p. 78) 사람마다 각기 소질이 다르고, 재능이 다르고 신체능력 또한 다르기에 관심분야와 성취도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학교 시스템은 그것을 무시한 채 잘 어울리지도 않는 전통적인 컨베이어벨트식 시간표(p. 156)대로 가르치며 표준화 방식대로 아이들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학교혁명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에서는 이처럼 정형화된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한 시기를 ‘산업화’에 있다고 보고 있는데 산업화의 영향으로 많은 우수인력의 필요로 ‘표준화’ 시스템을 교육현장에 투입해 알맞게 교육된 인력들을 뽑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이가 되면 교육현장에 투입, 일대 다수를 대상으로 정형화된 공교육, 표준화에 맞춘 평가, 통과된 인력의 일터 배치. 이런 흐름으로 가는 것인데,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이다. 그들은 학교-교도소 파이프라인을 형성한다.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1명을 교육시키는데 매년 1만 1,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교도소에 수감시킬 경우 2만달러 이상이 들어간다고 한다. (p. 58) 중앙정부차원에서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가며 교육을 끌어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그 성과는 미미하다. 우리나라 또한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학교-유흥가-교도소. 여전한 학생들의 기본 재능과 자질을 무시한 공교육의 폐해는 막대한 사교육비용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튕겨져 나간 아이들의 말로는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출구와 같고, 한껏 돌아와도 제자리인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이런 상황의 교육현실에 대해 <학교혁명 :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은 변화해야 하는 것이며 변화하기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비전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 자동차까지 만들게 된 델라살 교육센터(p. 65), 읽기와 쓰기 등 언어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TV와 라디오 방송국들과 협력해 타운(마을)에 세운 그레인지턴(p. 84), 주류 교육 체계에서 일탈을 꿈꾸거나 압박감을 느꼈던 학습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노스 스타(p. 107), 셰익스피어의 가르침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LA에 있는 호바트 초등학교(p. 168),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관심사에 기초한 커리큘럼으로 전 영역의 성취도를 끌어올린 보스턴예술아카데미(p. 292) 등을 소개하면서 공교육의 획일화된 모습에서 탈피해서 이뤄낸 성과들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된 핀란드 학교들에 대한 것은 평소 내가 가지는 가치관과 거의 유사했다. 핀란드 학교들은 실용적 프로그램, 직업훈련 프로그램, 창의성 양성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면서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을 장려하고, 자원, 아이디어 전문지식을 서로 공유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학교와 지역공동체, 학부모들 간의 긴밀한 유대를 맺도록 장려한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모든 국제적 평가에서 꾸준히 높은 성취도를 보이지만 표준화시험은 고등학교 말에 치르는 단 한번 밖에 없다고 하는데, 1년에 기본적으로 네 차례에 걸치며 테스트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사뭇 비교된다. 그 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짧은 피드백으로 어떤 교육 흐름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평소 의아하고 있던 차에 핀란드의 교육 방법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교육은 백년을 바라보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고, 일순간에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정책입안자나 교육학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특히 교육과 학벌에 예민한 우리나라 시스템의 변혁에 롤모델이 되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이었다.

 

물론,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적 요인은 학생 자신의 동기와 기대가 결정적 요소라는 것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것 또한 수가타 미트라의 뉴델리 빈민가의 실험(p.135)에서 아이는 타고난 학습자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에 본연의 능력을 가진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것인가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사대로 몰입을 유도하고, 주도성도 키워주면서 학습 능력을 일깨우고 북돋우며, ‘넌 잘해낼 거야’라며 기대를 걸어주는 것이 교사가 수행해야 될 덕목일 것이다. 또한 훌륭한 리더로서 교장은 자신의 주된 임무가 시험 성적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공통의 목적을 공유해야 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 직원들 사이에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p. 298) 이듯 제도에서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교사와 학생간 상호작용을 하도록 교실은 꾸며져 있는지, 학생의 역량에 맞춘 커리큘럼과 지도법을 제안하고 활력 있는 학습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늘 점검해야 할 것이다. 부모 또한 아이 개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며, 아이가 보내는 신호인 자신의 끼와 능력을 그냥 흘러 보내지 말아야하며, 아이의 역량이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p. 326, 327)이다. 그리고 학교 및 지역사회와 함께 발맞추어 같이 나아갈 때, 위 핀란드 학교의 예에서처럼 높은 성취도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부모는 학교에만 모든 것을 맡기고, 학교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현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아이의 능력을 이끌어 낼 역량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한다.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울려서 살아가고 있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데, 아이마다 외모가 다르듯이 신체적 능력 또한 다르며 각자의 소질과 능력, 잠재력 또한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인정할 때, 좀 더 융통성 있고 창의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산업화 이전 각 집마다 가정교사를 두고 일대 일의 교육이 훨씬 수준 높고 각자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도 생각하지만 현재의 인구는 70억 명을 넘어섰고 그야말로 과거가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 그러나 전혀 같지 않은 사람들이 지구상에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교육의 변화와 혁명 요구에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하며 <학교혁명 :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은 그 가능성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