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올리언즈라는 도시에 대해 낱낱이 알아버린 느낌이다. 아니 오히려 미국이 보이기 싫어하는 치부를, 미국의 설립에서부터 정착하기 까지 아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본 느낌라고 해야 하나. 언제고 일어났을 법한, 미국이 아니더라도 지금도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추악한 진실이며 다 알면서 외면하고 싶고,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고름일 수도.

 

1919년 뉴올리언즈에서는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부부를 도끼로 살해했기에 참혹할 수밖에 없는 시신 앞에, 마이클 탤벳 형사는 이 사건이 이탈리아 이주민들 중 마피아 마트랑가 쪽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공교롭게도 마이클의 밀고로 옥살이를 하다가 막 감옥에서 출소한 루카 단드레아는 마트랑가의 뿌리칠 수 없는 요청으로 역시 이 사건을 맡아 혼자 수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핑커턴 탐정 사무소 사무원 아이다도 흑인이라는 여자라는 장벽을 넘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이 사건을 조사해 간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사건을 조사해 가는 과정이 이채롭다.

 

또한 이들 세 사람은 각자가 가진 무게가 상당하다. 뉴올리언즈에서 인정하지 않는, 아니 다른 인종과 자체가 불법이지만 마이클 탤벳에게는 흑인 부인이 있다. 부인을 가정부라고 속이고 있지만 공공연한 비밀이다. 윗선들의 요청으로 전직 상관 루카를 밀고해서 서 내에서는 왕따 취급을 받는다. 이번 도끼 살인마 사건을 마이클에게 맡긴 이유가 그를 밀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 또한 모두 인지하는 바이다. 따라서 자신이 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도끼 살인마를 잡는 것이 되었다.

 

마이클에게 밀고를 당해 형을 살고 나왔으나,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 그를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이제는 평범하게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뿐이다. 하지만 마트랑가의 마지막 요청은 뿌리치기가 힘들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고 다시, 그들을 위해 도끼 살인마를 잡기로 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이, 크리올이라는 것이, 여자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아이다는 자신의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 한걸음 내딛기가 힘들다. 인종 문제로 성별 문제로 어디서든 차별 받는 것이 당연함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은 이번 도끼 살인마 사건을 해결하는 것뿐이다. 단짝친구 흑인 루이스와 함께.

 

이들 셋이 가지는 무게들은 종전 후 미국이란 사회의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뉴올리언즈가 가지는 특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뉴올리언즈라는 곳은 프랑스령이었고, 이민자들의 천국이었으며 시대적으로 금주령이 시작되었고, 지형적으로는 해수면보다 지형이 낮은 조건이 약점으로 작용해 잦은 폭풍우와 허리케인 등은 현재까지 여전한 뉴올리언즈의 문제점인데 이것을 골고루 섞었다는 것이다. 글 후반부에서 나오는 폭풍우 아래에서의 주민들의 아비규환 및 루카와 마이클의 모습들은 작가 그려내고 싶어 했던 뉴올리언즈의 실상을,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절정이 아닐까.

 

여기에 하나 더 뉴올리언즈는 재즈의 탄생지역이라는 것이다. 루이스(루이 암스트롱)를 통해 잠시 보였던 장례식장에서의 브라스밴드의 빠른 템포의 음악 등이 훗날 재즈의 기원이듯 그들의 문화를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그들이 받은 억압을 음악으로 승화해 저항하고 고유 색깔을 내는 묘사들로 구성된 도입부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즉, 이러한 것들이 지금까지 받은 문제들을 언제든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노라고 말이다. 자유로움 속에서 느껴지는 야수성이라고 할까.

 

도끼 살인마가 왜 도끼 살인마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문제는 결국 이 문제, 저 문제 등 모든 것들이 한데 모아져 응축된 그들의 고름이 극단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문제가 아닌 전후라는 시대상, 부패한 사회상, 인간 차별, 거기에 덧붙여 사람들의 자신들의 이익을 놓칠 수 없는 이기가, 부패가, 추악함이 왜 도끼 살인마를 양산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느냐 자연스럽게 이해를 구하게 된다. 한 사람을, 아니 사람들을 몰아갔다. 참으로 마음 아프게.

 

이런 묵직한 뉴올리언즈의 아픔이 드러나면서 특별히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것은 이 한권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질 수밖에 없는 인종간의 갈등과 그 위화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시대상을 반영하다보니 다른 사람과 다른 색의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흑인이기 때문에 받았던 차별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결혼도 금지되어 있고, 전차에 탔을 때에는 흑인 전용석이 존재했으며, 백인들이 사는 구역에 간다면 몸을 사려야만 하는 현실 말이다. 간혹 영화를 통해 보았던 것보다 어쩌면 이 작품으로 그들의 지난 아픔이 더욱 생생히 느껴지니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뿌리>라든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마음에 젖어들게 만든다. 이들이 받는 차별은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여 더 마음 아팠다. 무엇보다 피해자라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가해자라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까지도.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작품이 스릴러가 아니라 하더라도 톡톡한 재미를 주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제 1차 세계대전 직후를 소재로 해서 나오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얼마 전 프랑스 문학 <오르부아르>도 오랜만에 읽었던 종전 직후의 소설이었다. 종전의 혼란한 시기를 배경으로 더불어, 인종 문제를 가지고 사람들이 자행해온 참상을 이리도 담담하고 침착하게 그리는 작품이라니. 문체가 정적이라 더 오히려 생생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액스맨의 재즈>는 레이 셀레스틴이라는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파노라마 형식으로 따라가기가 조금 버거운 맛은 있지만 그럼에도 글이 매끄러웠으며, 미국 역사상 실제 있었던 참혹했던 미제의 도끼 살인사건을 작가 나름대로 역사관을 가지고 스릴러로 만들었기 때문에 진중하게 읽은 작품이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정작 중요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사랑이고, 그 중에 하나가 믿음이며, 그 중에 하나가 희망이라고. 보이지 않는 가치인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위해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신뢰를 쌓으며 더 나은 나를 소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때론 상처받고 넘어지고 목표에 닿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이후로, 얼마 전 다시 읽게 된 <어린왕자>는 그 중에서 '사랑'에 대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숙고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외에 생떽쥐베리의 다수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이번에 읽어본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정여울 작가님을 통해 생떽쥐베리의 작품들을 통해서 인생의 가치에 생각하며, 혹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 귀한 작품이다.

 

 

 

<편지>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나는 봄에 연둣빛으로 수줍어하며 갓 태어나는 잎을 사랑한다. 나는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사랑한다. 나는 쳐다보면 시려서 눈물이 나는 파란 하늘을 사랑한다. 나는 반항으로 똘똘 뭉쳐있는 딸에게 외사랑을 한다. 그리고 나는 내 남편도 사랑한다. 이렇게 무수히 사랑하는 것들이 많지만, 남녀 간에 따르는 사랑은 이율배반적이다. 불같이 사랑하다가 돌보다 더 무가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 또한 남녀 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기까지 큰 위기는 없었지만 헤어지고, 만나고의 과정을 몇 번은 반복한 것 같다. 그래서 깨달은 건 이 사람은 내 세상 사람이라는 것이고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 심장에 존재하는 사람, 생떽쥐베리의 아내 콘수엘로 또한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또한 내가 내 남편의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듯이 콘수엘로도 같은 생각이길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어린왕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방법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수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사랑한다는 선물 공세를 하고. 이 모든 것이 사랑을 하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랑한다면 이런 것들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 좀 높은 수준의 것, '책임을 다하는 것' 이것은 수준이 높은 만큼 누구나 다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진정 사랑하고, 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최고의 증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못알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으나 외면하는 것, 정작 다른 것보다 우선하며 인내를 요하는 것은 뒤로 물린 채 말이다.

 

 

 

<야간비행>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수많은 준비를 하고 산다. 학교에 갈 준비, 대학에 갈 준비, 직장을 가질 준비, 또 여생을 편히 쉴 준비. 수많은 준비를 위해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쉼 없이 달려가는지도 모르겠다. 뒤돌아보면 우리는 미래를 위해 준비만 하고 살았지 현재에 충실하게 현재를 즐기며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나 사랑과 이별만큼은 준비하기가 힘들다. 이미 사랑이 벅차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너무 가엽지 않은가. 그럼에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한다면, 혹은 이별한다면 찬란한 내 사랑만을 기억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비할 수는 없으나, 오로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준비이지 않을까.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게 되는 사념들은 글의 깊이와 더해 내게 각인된다. 때론 아픔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기에, 삶이기에 우리는 쓰린 아픔일지언정 인정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욱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빛내기 위해, 아니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내 자신을 달금질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이 한낱 바보 같은 착각이라도 적어도 살아가는 중에 내게만큼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책을 통해서 힐링을 하며 한가지의 가치를 찾아 헤맨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건, 나이다운 행동과 책임이다. 그것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되면 어김없이 우리는 나이값 못한다는 핀잔을 듣는다. 나이가 내게 익숙한 것이 되어야 하지만, 가끔씩 흠짓흠짓 놀라기도 한다.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 갔음이, 난 아직도 소녀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뭔가 틀어져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난 아직 철이 덜 들은 것일까. 아니면 나이 먹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나이 먹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착잡하다.

 

어른답게 생각하고 어른답게 행동하고 어른다운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사회에서 도태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손가락질 받으며 책망어린 눈길도 받는다. 직접적인 꾸지람을 줄 사람은 없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알기에 꾸역꾸역 참아내는지도. 아니, 이 세상에 맞춰가는지도 모르겠다.

 

 

 

 

 

 

이진이 작가가 쓴 <어른인 척>은 그런 나의 여러 고민들을, 그 간극들을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다 알고 있노라고 다독인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정도 그 무게가 가진 압박감에서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친 삶을 억지로 끌고갈 필요도 없다고, 고집스레 최선을 다할 필요 없노라고, 삶의 진정한 가치는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고, '내려놓음'으로 한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노라고,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고, 쉼이 주어질 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처럼 찬란한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노라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나를 더 사랑할 때 나 자신의 가치가 빛나게 되며, 지금 아등바등 살고 있는 모습보다 더욱 찬란한 내 등의 날개를 발견할 수 있노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이진이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죽을 때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지?'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내가 행복한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내가 좋아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어른이란 무게로 나에게 코뚜레를 꿰어 스스로 끌고가고 있진 않은가. 자식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과도하게 나를 채찍질하고 있진 않은가.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해 주지않는데 누가 나를 좋아해줄까.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었고 내 스스로 나를 향해 뻗었던 가시들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개는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을 나만 가진것이 아니라, 나이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것이라는데 많은 위안이 되었다.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혼자라고 느껴져서 외롭다고 말하며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야겠다.

 

내 마음을 공감받고 등을 두드려주며 내 머리를 어루만져 주며, "괜찮아." 라고 위로받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