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은 선택을 받지 못하는 부류를 등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이념일 때, 특히 정치적 사안일 때에는 극단적으로 적이 되기도 한다. 한 나라의 왕조를 섬겨야 함에도 그것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다면 그 결과는 역적이 되고, 반정이 되고, 반역이된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그것은 혁명이다. 한 나라를 개국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산북스의 who시리즈를 통해 이성계와 이방원의 이야기가 나왔다. 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우리 초등학생들이 알기에는 사실 난해한 면이 있었는데 who시리즈로 나온 <이성계, 이방원>은 스토리 식으로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그리고 이성계와 이방원의 성격 및 사상, 그들의 고민까지 골고루 알려주는 보기 쉬운 위인전이다. 특히나 국제 상황까지도 알려주면서 우리나라가 잘났다는 식으로 풀어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정확한 국제 정세를 알려준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호방함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역시 그의 남다른 기개를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그의 아들 이방원까지 말이이다. 특히 이성계의 어린시절 골목대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것을 보면 역시 무장은 무장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고조부때부터 원나라의 지방관리로 녹을 먹고 있었기에 그가 조선을 건국하기 위해 위화도에서 회군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중 원나라와 이성계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최영 장군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도 말이다.

 

 

 

 

그의 아들 이방원은 태조 이성계와는 다른 문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격 또한 대차다. 형 방석(정종)에게 왕위를 양보하지만 정종에게는 후사가 없었고 이방원이 보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고 조선 제 3대 왕으로 등극한다. 그리고 더욱 강력하게 왕권을 유지하기 위한 개혁을 단행한다. 아버지 이성계(태조)를 부르고자 함흥으로 차사를 보냈으나 모두 쏘아 죽여서 생긴 유명한 '함흥 차사'도 언급 되면서 이성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이방원의 노력은 결실을 맺는다.

 

 

 

 

이방원은 자신이 겪은 일로 인해 아들 충녕이 영특한 것은 알았으나 장자인 양녕에게 보위를 물려준다. 그리고 나라가 가물어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을 때, 직접 기우제를 지내는 것을 보여줌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왕의 모습까지 잘 보여준다.

 

이처럼 조선의 역사를 세우고 왕권을 강화한 이성계, 이방원을 재미있는 만화의 형식을 빌려, 그 시대상과 고민을 잘 보여줬기 때문에 처음 조선시대를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는 요즘, 이 책을 먼저 읽히고 드라마를 보여준다면 조선 시대 초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아주 유명한 드라마작가의 대사집을 만났다. 노희경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작가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송혜교와 현빈이 주인공으로 분한 작품이었다. 어찌나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았는지, 아마도 그들이 사는 세상은 일정한 팬덤층을 확보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 다수의 팬을 확보해 놓고 시작한 드라마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주인공을 맡은 배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노희경 작가의 대사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관심이 가고 소장해야만 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직접 만나 글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 감정들은 드라마화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글이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글을 잘 쓴단 말인가. 하나하나가 명언이다. 사랑에 대한 깊이, 사람에 대한 이해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글이다. 이런 말들은 삶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 것들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작가라는 직업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유가 노희경 작가가 쓴 대사들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어렸을 때에 자주 꾼 꿈 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이다. 또한 무시무시하게 큰 뱀들이 쌓인 논두렁을 '반드시'걸어가야만 한 꿈.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내내 긴장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듯 온몸이 힘들고 아팠다. 꿈이기 때문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밤새 그렇게 앓다 일어나기를 몇 년동안 반복했었는지 모른다. 또한 조심성 없는 나는 언제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곤 했다. 혹은 돌부리가 없는데도 발을 접질리거나.

 

이런 것들을 보고 우리는 '어리다'라고 표현한다. 어리니까 더 크려고. 어니리까 그만큼 조심성이 없어서 몸을 혹사시키고 아픈 것이다. 이에 대한 것으로 노희경 작가는 저런 말도 쓸 수 있나보다. '내가 아직 작아서 크려고 이렇게 아픈가보다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언제까지 커야하는 걸까. 아픈 마음이 더이상 들지 않는다면 나는 더이상 자라지 않는걸까. 내 마음은 다 커버린 걸까.

 

 

 

 

 

노희경 작가의 작품 <꽃보다 아름다워>는 평생 괄시를 받으며 사는 엄마를 비롯한 바람잘 날 없는 가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수술하고 나온 엄마가 새처럼 가벼워졌다며, 자식들의 마음을 돌처럼 무거워졌다는 것은 모든 자식들의 마음일 것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살면서 더욱 깨치게 되는 말이다. 내 자식보다 부모를 사랑할까. 하지만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은 늘 마음이 돌처럼 무겁다. 하물며 자신의 신장을 속없이 떼어주는 엄마가, 치매로 고생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마음은 늘 무겁다.

아마도, 부모는 자식의 앞날을 그리지만 자신은 하늘을 그리는지 모르겠다. 이 글귀를 보고 눈물이 나와 혼났다.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사랑을 하면 모두 약자. 사랑을 하면 언제나 전전긍긍. 사랑을 하면 애달프고, 그립고, 감정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하다. 내게도 사랑은 그랬다. 아낌없이 주고, 그럼에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사랑은 누구에게나 그런가보다. 진정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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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렁껄렁한 느낌이 묻어나는 고백이 아닐까. 치기어린, 무엇도 더럽히지 않은 순수한 원석과 같은 이 대사는, 보면 볼수록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저절로 그려졌다. 이 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그의 행동이, 그의 마음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1차원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사랑하면 한다고 더하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 몰입. 우리는 최근 너무 고차원적인 사랑을 하나보다. 이런 말이 더 쏙 박히는 것을 보면.

 

이 외에도 주옥같은 대사들이 캘리그라피로 곁들여 우리에게 왔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노희경 작가가 나이가 들어 원숙함이 더해지고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이처럼 에스프레소와 같은 진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이해되는지 모르겠다. '역시 노희경이야!'를 외치면서 말이다.

 

 

여자인 나로서는 확실히 조선시대보다 고려시대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시절에도 많은 제약들이 있었던 것은 알지만, 확실히 현재의 모습과 닮은 것들이 그 시대에 여자라는 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좀 더 숨통 트이는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눈을 반짝일 수밖에 없는 데릴사위제도 뿐만 아니라 족보에 부인의 성씨를 나란히 기재하는 등 여성의 지위가 조선시대보다 확연히 높았던 것은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신분적 차별과 성적 차별, 더더군다나 적자 서자와의 차별이 곤고한 조선시대와는 확연한 ‘다름’을 보이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나오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고려시대를 알고자하는 마음은 큰데 반해 남아있는 사료가 얼마 없다보니 그 갈급함은 더욱 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라고 한 점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11세기 초의 가상의 고려시대라는 설정아래 한 나라의 궁주로 태어난 이화와 몰락한 가문의 장자 양사언과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자신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았던 친어머니 사후, 계비가 되어 자신을 돌봐온 홍비를 자신의 친 어미보다 더욱 사랑하고 의지하며 따랐건만, 10년 동안 자신을 서서히 독살해 왔다는 것을 홍비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아버지 진념에게 알리지만 그동안 홍비가 겉으로는 사랑으로 딸을 대해온 것으로 알고 있기에 믿지 않는다. 두 번의 배신감을 느낀다. 아버지 진념, 홍비, 그리고 자신의 이복동생이자 태자인 명. 자신만 없으면 완벽해 보이는 가족. 홍비의 말대로 죽지는 못해도 궁에서 완벽히 없어지기로 작정하였다. 스승인 예부시랑의 서찰 한통만 의지해 양사언이라는 사람에게로 향한다. 이삼일이면 족할 거리를 여드레가 걸려 도착했건만 마주친 사언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내빼려한다. 이곳이 아니면 자신이 가야할 곳은 마지막으로 죽기위한 북숭산 뿐인 것을.

 

몰락한 가문의 장자 양사언. 더군다나 아버지 이부상조 양시량은 궁에도 없는 능라며 갖가지 보화를 빚을 내며 소유했던 탐관오리의 절정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시고, 출사의 길도 막히고 아래로 줄줄이 여섯 아우를 돌보며 살고 있다. 이처럼 자신에게 닥친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급제까지 한 글재주를 돈벌이로 전락시킨지 오래다. 그냥 저냥 하급 무사로 살아가고 있는데, 왕실에서 온 꾀죄죄한 궁주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에 숟가락 하나를 더하려고 한다. 냉정하게 거절했으나 단 하룻밤 쯤 쉬게 해주어도 괜찮겠지, 싶다.

 

역시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둘의 연애가 당당하게 그려져서 좋았다. 지금이야 손을 잡든, 팔짱을 끼든, 심지어 키스를 하든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워낙에 조선시대의 신분적 차별과 유교적인 조심성이 머릿속에 각인된 터라, 이들의 당당한 한집살림 및 길거리 연애가 새삼스레 다가왔다. 집안이 몰락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문이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역시 남녀 간에 내외하던 것조차 조선시대에 국한된 일이었던 걸까.

 

시대적인 느낌은 일단 그렇고 둘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화와 사언의 매력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화의 수준 높은 가족 사랑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론 내리기가 힘들었다. 이화가 죽음으로 내몰린 상황임에도 홍비를 미워하지 못하고, 자신을 제외한 3명의 가족을 오롯이 지켜주기로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리고, 완벽히 그들의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을 택한 그녀의 선택을, 그럼에도 그들을 명을, 홍비를, 아버지를 사랑하는 이화의 마음을 보며 나는 그녀가 범인(凡人)과 다른 한 차원 높은 경지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상식적으로 현재 롯데가(家)나 금호가를 보기만 하더라도 가족간 골육상잔은 당연한 수순인데 작가는 여주인공 이화에게 그런 마음을 주지 않았다. 이런 보드라운 마음씨라니. 문제는 그녀의 감정에 이입이 안된다는 것이다.

 

각박한 현실에서 동생과 자신이 그저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양사언의 메마른 감정이 종종 느껴져서 그의 매력이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 잔소리 많고 냉정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면이 쓰게 느껴졌다. 자신에게 삶의 무게를 떠안기고 저 세상으로 가버린 아버지의 죽음이, 그동안 생에서 하지 못한 아버지의 단 하나의 충의였지만 가족을 거리로 내몬 아버지에게 원망조차 하지 않는 그의 초탈한 모습과 각박한 삶을 꾸려가는 그의 자린고비 같은 모습에서 매력보다도 삶의 애환을 느꼈다.

 

하지만 둘이 같이 있으면 상생이라, 치고받는 대화는 글을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했다. 확실히 둘은 같이 있을 때 삶의 기쁨이 배가 되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어도담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각 캐릭터의 느낌까지 충분히 살린다는 것이다. 작가가 다양한 인격을 그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주 작은 비중이라도 그 존재감을 살리기는 녹록치 않다. 따라서 여타의 소설에서 미미하게 넘기는 작은 비중들이 <앵화연담>에서 확실히 잘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아버지 진념과 어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는 단연 으뜸이었고 진념의 집념어린 왕권강화 작업은 소름이 끼쳤다. 캐릭터로 빼어났고 말이다. 단, 김이헌은 아쉬움으로 남는데, (이헌은 이 작품 속에서 내가 애정하는 캐릭터였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급작스레 종적을 감춘 것으로 나오니, 해결되지 않고 끝나버린 미스터리 추리물처럼 이헌의 급작스러운 퇴장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둘의 로맨스가 이루어졌으니까, 힘든 환경을 이기고 양사언의 소유욕 가득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이화 또한 등 돌리는 사언을 집념으로 잡아채서 둘이 결실을 얻었으니 뭐, 알알이 아름답지 않겠냐만은, 초야도 그렇고 난해했던 문장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등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서 기대만큼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필력 면에서 역시 어도담 작가님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아, 읽은 지는 열흘도 더 전인데 리뷰를 이제 쓰니 나도 감정이 안 살아나는구나.

 

쓰다 보니, 이것저것 잡동사니처럼 쓰게 되었는데 아무튼 어도담 작가님께서는 3가지가 전부 되는 걸로. 판타지물. 현대물. 시대물. 모다 가능하니 다음에 출간된다는 <악야> 또한 기대 만땅이다. 조금은 가독성 높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