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실패할지 몰라도, 인생은 실패할 리 없어. 내가 너를, 나를 네가 구해줄 테니까.”

 

결혼 10년.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내 집에서, 내가 산 침대에서 딸이 있었다면 딸과 같은 10대와 뒹구는 것을 보게 될 줄은. 사실 죽이려고 계획까지 했었다. 멋지게 죽이고 감옥에서 썩을 각오까지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2천 달러가 넘는 헤네시라는 술도 마셔버리고, 시가도 회복 불가능하게 망쳐 놓고, 총까지 준비한다. 그러나 직접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허탈함을 느끼며 아니, 오히려 자신을 구해준 것에 감사하며 포샤 케인은 즉시 자리를 떠난다. 술에 만취해서 비행기를 타게 되고 옆자리의 수녀에게 자신의 하소연을 구구절절 하면서 말이다.

 

고향집에 왔으나 자신을 맞이하는 건 호더(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놓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 엄마와 먼지들과 잔뜩 쌓인 물건들이다. 친구를 통해 자신의 고등학교 은사인 버논 선생님이 어떻게 교단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고, 인생관 자체가 변해버린 선생님을 예전의 선생님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던 원래의 선생님으로 되돌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그리고 이삼십대를 마약에 쩔어 보냈으나 현재는 비정규직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척도 함께 말이다.

 

포샤는 아빠 없이 자란 아이다. 아빠라는 사람은 정자만 기증해주고 떠났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엄마와 그 어떤 접점도 없었던 듯하다. 그저 하룻밤의 불장난, 아니 아빠라는 남자가 엄마를 꼬셔 하루 갖고 놀다가 생겨버린 것이 포샤다. 그녀에게는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착하는, 또 물건들에 집착하는 엄마가 있다. 그런 환경에서 살다보니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늘 목마르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으로 자신을 포함한 같은 반 동급생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버논 선생님을 아버지로 여겼을 정도다. 졸업할 때 그가 주었던 '공식 인류 회원증'. "때로는 그냥 믿어야 할 때가 있단다, 애들아. 그게 바로 여기서 내가 너희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야. 앞으로 세상이 너희들을 짓밟아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빼앗아갈 거야. '세상은 모두를 부러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이 다시 강해진다.'"(p.105) 강해지는 것에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살지 말라고, 다른 사람을 쳐다보며 자신을 죽이기 말라고, '비범한 삶'을 살라고 이야기해 준다.

 

네이트 버논 선생님은 문학 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고 노력하신 분이다. '공식 인류 회원증'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미래를 향해 꿈꾸고 노력하면... 바로 그 사람이 될 권리를 보장한다.... 기억해라. 뭐가 되건 네가 선택한 대로 된다는 걸.'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자신을 패버린 학생으로 인해 바뀌었고, 몰래 사랑하던 유대인 코를 가진 하퍼 부인은 정육점 사장과 결혼한다고 한다. 유일한 친구였던 강아지 알베르 카뮈는 자신과 미리 협약한 대로,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러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20년 전의 제자인 포샤가 나타나 설득과 구타로 자살을 막으려 애쓴다.

 

"너희들은 절대로 저의 없이는 오지 않아. 내가 교사로 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이타적인 학생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학생들은 선천적으로 항상 받기만 하다 사라져서 연락 한 번 하는 일이 없지.... 그러니까 네가 필요한 게 뭐냐?"(p. 220) 극단적인 방향에서 허를 찌르는 말이었다. 자신을 구하러 온 포샤에 한 말은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공통의 생각이 아닐까.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간극이 고스란히 보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버논 선생님은 모른다. 그럼에도 제자들은 스승을 기린다는 것을. 스승을 기억한다는 것을. 스승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한다는 것을. 부모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비록 포샤가 '열정만 뛰어난' 제자일지라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는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란다."(p.347)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버논 선생님은 희대의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가르쳤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도록 하고, 그에 대해 솔직한 평을 쓰게 만들며 미래를 꿈꾸게 했다. 가능성이 열리게 하고, 혹시 부러지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런 선생님을 되살리려는 포샤의 노력은 끊임없고 열정적이다. 방법 또한 아메리칸 식이다. 버논 선생님이 좋아하는 작가 마크 트웨인의 생가도 방문하고, 럭셔리한 호텔에서 죽음을 부르는 아침식사도 하고, 포샤의 꿈인 작가가 실현될 것을 그리며 출판사를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았던, '공식 인류 회원증'을 소지한 제자들을 모두 불러 서프라이즈 파티까지 연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지칠 줄 모르는 포샤는 자신의 소설이 출판되어 선생님이 읽게 되는 날을 그리며 열심히 소설을 쓰는 중이다. 그녀는 모든 일에 열정적이다. 예전 고등학생 때 처럼 말이다. "이 아이는 자신의 패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그건 확실해."(p. 296) 버논의 말이 맞았다. 버논 선생님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포샤케인은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이란 포샤가 걸어간 길처럼 반짝이는 북극성을 찾아 가는 여행자의 삶일지도 모른다. 집을 찾아 헤맬 때 북극성을 본다면 바른 길로 접어들 수 있지만 가끔 도둑을 만날 수도 있고 또 가끔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구해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열정 많고 온몸으로 부딪치는 포샤케 인은 성공한 삶을 산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인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 인생인 것을.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인내를 가지고 소중한 것을 손에서 놓지 않을 때, 나에게로 보답은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혹여 그렇지 않아 힘들 때는 주위를 돌아보자. 그녀의 동반자 척처럼 나를 놓지 않고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소중한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인생은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삶.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삶.

 

<러브 메이 페일>은 근래 들어 너무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작가 특유의 위트도 돋보이고 스피디하게 글을 이어가면서 몰입감을 유지한다. 버논 선생님이 가진 무게가 너무 커서 우울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웃음 띄우며 글을 읽게 만드는 힘이라니. 빌 코스비 가족의 유쾌함을 보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울컥하면서 포샤가 흘린 눈물처럼 내 눈에서도 눈물을, 감동을 준다. 이게 매튜 퀵 작가의 힘인가 보다.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더니 이해되었다. 실패자처럼 보인 그들의 삶이 서로를 보듬어 안으면서, 인생이란 생생히 살아갈 가치가 있노라고 눈을 반짝이게 만든 단단한 작품이었다. 그렇다. 사랑은 실패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생이 실패했다고 절망하진 말자. 조만간 영화로 만날 수 있다니 무척 기대된다.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포샤는 어떤 모습일까. 이다지도 열정적인 포샤를 잘 그려내 주길 바래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는 슬프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 푸시킨 -

 

일상생활에서 지도를 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에 길을 찾아 나설 때,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필수품이었다. 출발하기 전, 지도를 펼치고 어느 국도를 통해서 어디로 가면 나을까 고민한 후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막히는 것은 예상 밖이고 운이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생기면서 어느덧 지도는 자취를 감추었다. 네비게이션 안에 훌륭한 지도가 들어가 있으며 친절한 언니, 혹은 오빠가 상냥한 말씨로 길안내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속도를 넘으면 큰일 난것처럼 호들갑이다. 이제는 3차원으로 길안내를 하니 누가 지도를 필요로 하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지도는 어디에서 찾아보아야 할까. 중고등 학교때 사회과부도에서 보는 지도가 전부란 말인가? 설마. 뉴스 말미에 예쁜 옷을 입은 섹시한 언니가 자신의 미를 뽐내며 전국적인 날씨 안내할 때 살짝 나온다. 온도가 어떻다느니, 강수량 혹은 적설량 등을 알려주며 지도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후엔?  우리가 하나 놓치고 있는 큰 것이 포탈 싸이트(네이버, 다음 등)에서 길찾기 프로그램이 아닐까. 시각을 확장해서 구글어스는 어떤가. 구글어스를 시작하려고 지리 정보를 수집할 때, 개인들이 인터넷에 접속했을 경우 그 사람의 정보가 다 빠져나가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었지만, 구글어스는 현재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도'일 것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위성이 최고의 정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아성을 넘나드는 것이 나올 줄은. 

 

이처럼 몇 년 상간일 뿐이지만 지도의 흐름은, 지도의 변화는 실로 눈부시다. 그럼 <지도위의 인문학>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지도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위에 내가 이야기한 최근 짧은 흐름처럼 지도가 가진 역사는 지도의 크기가 줄어든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약탈하려는 입장에서 힘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먹어치우는 정복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대륙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도 있으며 보물을 찾는 이야기, 심지어 한두 개의 조합만으로 거짓으로 만든 지도, 병균이나 전염병 등의 이야기 등 각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도가 제작되었다.

 

특히 처음 지도를 제작한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벗어나지 않은 본토박이였다는 것이 눈에 뛴다. 그럼에도 거의 오차가 없었다고. 그 후 만들어진 지도를 통해 사상의 변화까지 알 수 있었는데 지동설이 있기 전에 천동설이 있었던 것처럼, 그리스 고대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에 입각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의 시각의 지도는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마파문디 지도가 역사, 종교, 민족 등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이름이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이름으로 인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발트제뮐러가 이걸 책으로 써서 알려지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아메리카라고 쓰는 이유가 부르기 쉬워서라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빈랜드 지도는 익히 알고 있듯이 바이킹 족이 먼저 북아메리카를 다녀왔다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린란드는 현재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고. 또한 캘리포니아를 섬으로 그려졌던 역사도 잠시 볼 수 있었다. 역시 인쇄술의 발달로 르네상스 시대에 지도 제작의 황금기가 되어 아주 다양한 지도가 나오고 심지어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지도 등 수집 가치가 있는 지도까지 나오게 된다. 지도를 그리기 위한 방법으로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으로 옮기는 데에 메르카토르 도법이 어느정도 해결해 주웠으며 보는 관점에 다라 지도의 중심이 달라지기도 하였고, 시간 개념까지 넣은 4차원지도까지 넣으려고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현재는 지하철 노선도며, GPS, 위에 잠시 언급한 포탈의 지도, 구글어스까지 적용된다.

 

 

 

 

 

 

이처럼 지도라는 것은 다양한 이유로 제작되었고 역사의 흔적이었기 때문에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보여준 것처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한 것을 연결해 보니 3D의 세계 지도가 만들어졌다. 그러하듯 우리들의 삶을 각 형태대로 이어보면 인류가 사는 지형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구글어스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오히려 너무 정확한 정보를 내주기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오게 되었고 말이다.

 

 

지도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인간이 태어난 이래로 그 욕심마다, 추구하는 방향마다 지도에 더해지고 빼지는 부분은 달랐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걸어왔는지 '인류의 발자취'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변치 않는우리들의 이상향까지도 알게 되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현재 화성의 지도는 상당히 정확도 있게 제작되었다. 그리고 천체지도 또한 어느 정도 나와 있듯이 앞으로는 우주화 시대가 열리리라는 기대대로 정확한 우주 지도가 나올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인류는 더욱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인류가 나아가는 길, 지도.

 

 

 

조선시대의 수 많은 학자 중에서, 선비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 단연 조광조이다. 물론 잘생겨서 그렇다는 건 '안비밀'이다. 좀 오래되었지만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여인천하'를 통해 조광조라는 사람에 대해 깊이 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였고, 따라서 거울 보는 것도 싫어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생김생김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더욱 그를 드높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단연 지조와 절개와 뚝심이 아닐까. 그를 보면 소나무가 생각난다. 대나무도 생각난다. 1년 365일 매일 푸르른 소나무.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대나무. 그 두 나무를 판에 박은 듯 꼿꼿한 사람이 조광조가 아닐까. 그의 명석함도 명석함이지만 옳은 일을 대차게 추진하고 타협이란 없는 그의 삶이 어떻게 막을 내린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시리고 가슴 아프지만 또한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분이다. 그의 개혁정치가 눈에 밟힌다.

 

조광조가 어렸을 때 어떤 인물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똘망똘망, 올곧음의 대표주자가 아닐까. "어른이 말씀하시는 동안에는 몸가짐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듣는 것이 예절이라고 배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예기'를 주로 읽었다는 조광조가 어찌그리 바른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 그의 아버지 또한 사헌부 감찰로 지내기도 했지만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아닌가 싶다. 

 

 

 

 

그가 성균관에서도 빼어난 성적으로, 김굉필에게 사사 받았기 때문에 훈구파와 반대되는 사림으로, 사림의 거두로 자라날 수밖에 없었고또한 추천이 아닌 정식의 절차대로 관직으로 나갔다는 것은 조광조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고, 먼지 한톨도 허용하지 않은 사람 말이다.

 

 

훈구파에 의해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중종은 자신이 훈구파의 손에 좌지우지 되는 것을 힘들어했고 그에게 힘을 실을 사람으로 조광조가 선택된다. 하지만, 위훈을 삭제하라, 경연을 활성화해라, 소격서를 폐지하라 등 너무 바른말만 하는 조광조로 인해 피곤함을 느낀 중종은 훈구파의 계략임을 알면서도 '주초위왕'을 믿는척 동조했다. 그리고 그를 필두로 사림파를 쓸어 버린다.

 

이처럼 그의 개혁 정치는 중도 하차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실패한 개혁가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때, 자기 수명대로 생을 살다가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되나 싶다. 하다못해 중국 삼국지를 보더라도 유비, 관우, 장비 등 모두 노환으로 죽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죽임을 당했거나 충격을 받아 심신이 쇠약해져 죽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광조의 올곧음이 너무 강해 오히려 믿는 도끼에 발등히고, 토사구팽당하는 식으로 죽었다지만 그의 삶은, 그의 사상은, 정치와 개혁은 후대에 계속 내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산에서 책으로 나올 정도이지 않은가. 더불어 이 아줌마도 그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할말 다했다. 따라서 그는 절대 실패한 개혁가는 아니다. 다만, 아쉬울 따름.

 

다산에서 조광조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어린이들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그의 삶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