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세종대왕에 의해 창제된 건 1443년 훈민정음이라는 것을 제정하여 3년 뒤 반포한 것으로, 그 후에도 한글이 주를 이룬 것은 아니다. 한동안 한자를 주로 사용했으며, 지금까지도 한문에 조사정도만 한글을 사용하는 어르신이 있는 만큼 한자는 지금까지 우리 실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사대를 하고 있었으며, 중국의 한자를 빌려 쓰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김진명 작가의 소설 <글자 전쟁>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글자 전쟁>. 한자는 중국의 고유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즉, 옛 동이족의 것이었다는 전제하에 시작되는 소설. 아니, 전제가 아닌 고증을 실마리로 소설 하나를 우리들에게 줌으로써 한자에 대한 재인식을 확신시키는 작품이다.

 

주인공 태민은 어려서부터 수재로 자라왔다. 그의 범상치 않은 똑똑함은 칼텍 물리학과 전액 장학금 입학, 스탠퍼드 국제정치학과 전과 후 석사 졸업. 그리고 곧바로 록히드마틴이라는 무기제조사에 들어가 국제영업파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가 이런 절차를 걷는 이유는 단 하나, 500억 정도의 돈을 모아 캘리포니아 소살리토 언덕의 그림 같은 집을 지어 살면서, 캐나다의 알래스카에서 낚시를 하고 싶은 그림 같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학자집안의 아들로 자랐으나 돈의 실효성을 일찍 깨달아버린 까닭이랄까.

 

그런 꿈을 가진 태민은 국제정치학과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북한과 남한의 정세를 빠르게 읽으며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무기를 팔아치운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이 집권하고 장성택이 처형되는 등 빠르게 변하는 북한의 실상을 예측하며,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산하고 한국으로 들어와서도 같은 방법으로 무기 공급업자와 동업을 맺으며 50억이라는 자산을 마련한다. 그러나 방산비리가 터지고 위기감을 느낀 태민은 중국으로 도피행을 택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소설가 전준우. 전준우는 중국에서 지금까지 자신들의 글자라고 주장해 온 한자에 대해 탐구하며 한자가 중국의 것이 아닌 동이족, 즉 대한민국의 글자였음을 소설을 통해 알리는 작업에 매진하다가, 중국 쪽의 위협에 자신의 소설을 태민에게 넘기게 된다. 얼마 후 전준우의 죽음소식과 그가 넘긴 소설을 읽어 감에 따라, 한국에서 먼저 만든 한자 ‘弔’, ‘畓’, ‘家’ 등을 토대로 한자가 과연 중국의 것이었나 의심하게 되고 뒤를 캔다. 그리고 알게 되는 실체, 은나라를 건국했다는 동이족(대한민국의 뿌리). 그리고 은나라에서 통용되었던 갑골문자. 그것을 역사에서 교묘하게 비틀어 버린 중국의 사마천과 공자로 인해 중국은 주나라 때부터 한자는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이것은 역시 한자가 우리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밝혀낸다. 태민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500억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한국행을 택한다.

 

 

 

허구라는 장치로 진실을 알리는 작가,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팩션의 대가라고 소개되는 김진명 작가.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인명, 사회적 환경, 현재 국제 정세 등이 모두 사실이라, 이것이 현실인지 픽션인지 모호한 느낌이 들게 된다. 내가 학창시절 읽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읽으면서 무척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소설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아니, 적어도 이번 작품은 명확하다.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으나 ‘역사적 진실을 바로 알리고자’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것을 다른 나라에 강탈당하고 찍소리 못하고 있는 것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그 중에는 어중간하게 걸치고 있는 독도도 있겠고, 외침에 의해 빼앗긴 수많은 문물도 있겠다. 전쟁 중에 약탈당한 것이야 어쩔 순 없다 하겠지만 진정 우리의 것을 우리 것이라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하물며 그것이 문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언어임에야.

 

사실, 이 작품을 읽어보고 난 후 인터넷을 통해 몇 가지 검색을 해 봤다. 이것이 팩트를 살짝 가미한 팩션이라면 어디까지 진실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줄줄이 나온 결과는 이 소설은 ‘논픽션(Nonfiction)’은 아닐지라도 ‘팩션(Faction)’이라는 것이다. 은나라의 건국 이야기도, 그리고 임어당의 이야기조차 말이다.(그는 우리나라의 초대 문화부장관과 만나 ‘한자가 동이족이 만든 것조차 모르고 있냐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거슬러 생각하자면, 발해라는 나라도 처음부터 중국의 한 부분이었다는 중국의 주장과 연결된다. 발해를 세운 대조영이 고구려 사람이기에 발해를 우리의 역사 속에서 찬란하게 피다 져버린 나라임이 분명한데도, 그들은 자신들이 발해를 흡수했기 때문에 애초에 자신들의 나라였다고 주장한다. 역시 ‘한자’와 궤를 같이하는 중국의 전형적인 우기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큰 땅덩어리가 아시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로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우리의 옛 것을 우리의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존재 했던 과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 시대에 35년간 식민기간을 가졌던 것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은나라를 세운 것이 우리나라의 뿌리인 동이족이고 그 갑골문자는 동이족이 만든 만큼 ‘한자’의 본 소유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정말 경이적인 소설이라는 출판사 리뷰가 이렇게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그나저나 작가의 말이 책에 없다. 오로지 글로만 승부하는구나.

 

현실에서는 재벌가와 결혼한 여자를 두고 신데렐라에 비유하기도 한다. 재투성이 소녀와 왕자와의 결혼은 그만큼 희귀하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만남조차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전 다이아나 왕세자비, 그리고 윌리엄 왕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을 두고 신데렐라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들을 자세히 보면 이 왕자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다른 왕자들이 채갔을지도 모르는 미와 학식을 겸비한 재원임에 틀림 없다.

제 3의 사랑에 나오는 둘의 사랑이 이와 비슷하다. 중국에서 제일가는 기업에서 경영권을 다투고 있는 임계정. 경제력을 별 볼일 없으나 미모나 학식으로 보나 자존심으로 보나 어디가나 뒤지지 않는 추우. 이 둘의 로맨스는 작가 쯔유싱쩌우가 2007년에 내 놓은 이후 1000만 독자에게 어필되었으며 베스트셀러 상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당대의 최고의 작품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송승헌과 유역비의 실제 연인사이로 만들어버린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임계정의 생김부터 그를 가까이하는 모든 여자들은 빠져든다고 봐도 좋을 만큼 잘생겼다. 그러나 추우에게는 이목구비만 또렷하지 그다지 잘생겼다는 평은 받지 못했다해도 그의 세련된 매너라던가 담배 피우며 고독을 즐기는 모습, 다른 사람을 우선으로 배려하는 것, 조용한 카리스마 등등 매력이 철철 흘러 넘쳐 눈길이 절로 따라간다. 추우는 첫 만남에서 바로 호감을 느끼진 못하지만 두번 세번만에 임계정의 매력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에게 푹 빠져들게 되었다. 그의 매력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추우가 그를 만나게 된 이유는 동생 추월 때문이었는데, 동생이 근무하는 직장 상사인 임계정을 홀로 짝사랑하다 못해 자살 소동을 벌인 것이다. 추우는 임계정이 알면서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그를 만나게 되었고, 어찌 되었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나오게 할 심산으로 그를 찾아가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인연이면 계속 만나게 되는 것인가. 추우는 임계정과 계속 부딪히게 되고, 이것은 임계정의 의도된 노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우는 결혼에 실패한 이혼녀이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인 변호사로써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기에 그녀 역시 매력적인 인물이라 전 남편과, 직장 동료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다. 

이 만남이 어디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 수 많은 로맨스 소설처럼 임계정은 경영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지지 기반이 되는 모든 것들을 버리고 추우를 선택할 수 있을까. 또한 추우도 동생이 임계정에게 보였던 집착과 전 남편과 직장 동료 고전기와의 관계에서 훌훌 털고 임계정을 선택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면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요즘 핫한 경제가 뒷애기 중에 sk그룹 최태원과 노소영의 이야기가 있다. 당시 노태우의 딸인 노소영과의 로맨스를 색안경을 끼고 보았더랬다. 그럴밖에 없는 것이 노소영은 프린세스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당시의 편견과는 달리 둘은 유학길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고 집안의 반대에 굴하지 않고 6만원짜리 금반지를 나눠끼며 결혼했다고 한다. 이것이 백프로 팩트는 아닐지라도 일정부분 사실일 것이기에 그들이 갈라서려고 하는 이유가 마냥 씁쓸할 수밖에 없다. 힘든 가정사를 이기지 못하고 최태원은 다른 여인을 찾고 그 여인에게서 아이를 보고, 이혼하려 한단다. 물론 노소영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임계정과 추우의 사랑은 이들처럼 돈이나 명예 같은 것이 아닌 순수한 사랑이고 순수한 집착이다. 서로를 구속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사랑. 무엇보다 임계정의 현실에서 더이상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아닌, 현재만 오롯한 사랑. 

그러나 현재, 지금만 사랑하자고 하지만 불안은 늘 도사리고 있고 그들과 관계 있는 모든 것들이 이 둘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제 3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임계정과 추우와 같은 사랑도 있노라고. 사랑하지만 놓아주어야 하는 사랑도 있노라고. 놓아 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그들이 사랑을 놓아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사랑을 끊어내야 하는 아픔을 1000만 독자들도, 나도 같이 겪었고 임계정과 추우의 사랑에 함께 울었어야 했나보다.

평소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제3의 사랑>은 인상적인 소설로 남게 되었다. 평소에도 남녀간의 사랑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들의 사랑처럼 각자의 길을 걸아야만 하는 씁쓸한 사랑도 알게 되었다. 그 둘은 그저 스쳐가는 바람과 같은 인연이었을까. 둘은 서로를 잊을 수 있을까.

 

소개글을 읽고 무척 읽고 싶었던 작품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쇠락해 가는 혹은 이미 쇠락해진 상가에서 시계방을 운영하고 있는 슈지와 그를 찾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슈지의 연인 아카리의 이야기는 무채색으로 칠해 놓은 것처럼 그렇게 추억의 이야기를 해 나가나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거기에 슈지의 능력으로 판타지가 덧입혀지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기대. 하지만, 이 작품은 무채색의 흑백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좀 더 깊이 있는 색이 첨가 되는데, 그것은 붉음이다. 저녁 무렵,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황혼의 붉은 느낌이 들어가서 과거를, 추억을, 인연을, 또한 관계를 재설정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역시 정적인데 할 말 다하는 소설이다.

 

아카리는 쓰쿠모 신사 상가 거리, 할아버지의 시계방을 맡아 운영 중인 시계사 슈지와 그의 연인이며 미용사인 아카리는 서로 연인 사이다. 그들은 쓰쿠모 신사를 관리하는 다이치와 매일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상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과 시계방에 시계를 맡기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시계도 수리하고 그들의 추억 속에 담겨 해결되지 못해 엉켜있는 매듭들을 풀어간다.

 

자신의 전 연인 미유코와 형의 일로 한동안 동창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슈지. 그는 오랜만에 참석한 동창회에서 가와조를 만나고, 가와조는 며칠 후 슈지의 시계방으로 찾아온다. 가와조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믿었던 요코야마를 만나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했던 것이다. 때를 달리해서 요코야마는 오래된 회중시계를 맡기며 슈지를 찾아온다. 그리곤 시계를 고쳐서 가와조에게 돌려주라고 말한다. 슈지는 가와조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진면목을 파악한 사람이었고 가와조의 외양으로, 혹은 주위의 편견과는 분리해서 생각한 사람이다.

 

나도 그렇지만 피치 못해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가 좋지 않아 덤터기를 쓴다던가, 오해를 받는다든지 말이다. 이 때,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오해는 오해를 낳고, 편견은 굳어져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리게 된다. 심해지면 일탈이 단 한번에서 끝나지 않고 범법자가 되고, 평생을 양지로 나가지 못하고 음지에서만 생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와조의 경우가 그렇다. 귀찮아서. 혹은 부모에게 반항하는 마음에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해서 덤터기를 썼다. 또는 선행을 했더라도 이미 굳혀진 본인의 이미지가 바뀔 것 같지도 않기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오히려 치한으로 오해까지 받기도 한다. 사회에 나가서도 나쁜 일은 모두 자기의 소행으로 돌아오는, 돌고 도는 악순환이다. 뭐든 아주 작은 틈이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굳어진 나쁜 선입견을 바꾸는 데는 배로 힘들다.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를 만들어 주세요>에서도 역시 오해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슈지의 시계방에서 잠시 일했던 이쿠미의 이야기다. 이쿠미는 도쿄에서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원인 중 하나였던 ‘다른 여자를 만난다’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도리어 남자친구가 밝히기를 꺼려했던 가족사가 얽혀 있던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가족에 대한 관점이 달랐던 그 둘이 서로 합일에 이르지 못하고 오해인 채로, 결국 헤어지는 수순을 밟게 되었는데 이 사실을 훗날 남자친구의 뒤늦은 문자를 통해 알게 된다. 그녀는 거꾸로 가서 자신이 이기로 남자친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하고 싶어 한다. 이렇듯 오해가 낳는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이 작품은 작은 에피소드들이 4가지 있지만 아마도, 이 책에서 또한 말하고 싶은 것이 가족이라는 관계이지 싶다. 데면데면한 새아버지와의 관계를 새롭게 재확인하고 또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아버지의 악평을 듣게 되고, 아버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혼란을 느끼는 아카리.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저 죽은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슈지와 앞으로 더 발전적인 관계를 원하는데 자신의 가족사가 걸림돌인 것 같아보여 그냥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뻐꾸기 둥지의 비밀> 편을 통해 친아버지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된다.

 

누구나 과거의 어느 한 때로 돌아가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중에는 무척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계기가 된 사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혹은 내 잘못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추었다거나, 보고 싶지만 볼 수 없게 된 사람을 과거로 돌아가 내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고 놓친 사람을 되찾고 싶은 마음.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는 그런 마음을 담은 이야기다. ‘설령 바늘이 거꾸로 돈다고 해도 시간은 변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p.253)있다는 것을 알지라도. 우리의 ‘불가사의 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기적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 (p. 206)이라고 믿기 때문에 마음속의 소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여기, 쓰쿠모 신사 상가거리에서 추억을 수리받기 위해 오늘도 끊이지 않고 찾아 오나 보다. ‘기적의 씨앗은 있는게 아닐까. 그것을 기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아마도 당사자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p 101) 그렇다. 슈지가 말한 대로 이미 기적은 계(計)가 없어도 충분한 <추억의 시(時)를 수리합니다>를 방문한 순간 그 씨앗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