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나라 중에 아시아에서 중국, 미얀마, 오세아니아의 호주나 뉴질랜드, 북아메리카의 캐나다, 북유럽의 노르웨이, 핀란드, 동유럽의 헝가리, 서유럽의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프랑스를 뽑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죽기 전 꼭 가야하는 나라의 버킷 리스트 중에 프랑스는 꼭 포함된다. 특히나 나의 경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할 것인가 프랑스로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하와이로 택해,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 민혜련은 성신여대 불문학과 졸업 후 프랑스에서 불문학 박사를 수료도 하고 10여 년간 파리지엔의 삶을 살았던 이력이 있는 작가이다. 와인과 프랑스 요리에 매료되어 국내에 와서 프랑스 요리 전문점 ‘작은 프랑스(La Petite France)’를 창업하여 프랑스의 맛을 널리 알리기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 와인에 대해 더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느낀 프랑스, 각 지방을 7개의 구역으로 나눠서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서 북쪽에서 서쪽으로 행진하듯 각 여행지를 알려주고 있다. 출판사의 테마, '프랑스의 작은 중세 마을에서 한 달쯤 살 수 있다면'이란 카피가 있지만 사실, 그것과는 상관없이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각 지역의 특징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는 '프랑스 제대로 파헤치기'가 정답이 아닐까 싶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것이 당연히 에펠탑이다. 파리의, 어쩌면 프랑스의 상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에펠탑은 그 위용을 자랑한다. 철근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뼈대보다 뼈대를 연결하는 못이 더욱 튼튼해야 한다는 소소한 정보까지 알고 있지만, 거기다 'Our lady'라는 뜻의, 지금도 애꾸눈 절름발이의 꼽추 콰지모토가 있을 것 같은 노트르담 성당과 이제는 박물관으로 전락한 루브르 궁전,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완네트로 유명한 베르사이유 궁전, 제 2의 마네와 드가와 고흐까지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몽마르트 언덕의 게르부아 카페 등이 포진해 있는 곳이다. 따라서 파리에 가면 알만한 것들은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또한 소르본 대학과 파리 대학을 볼 수 있는 라탱지구까지, 예술에서 학문적인 것까지 두루두루 만나볼 수 있는 곳이 파리이기 때문에 수많은 여행객들의 방문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프랑스하면 파리라는 공식이 따르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노르망디와 테제베 고속열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투르는 그야말로 고성을 원 없이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한다. 노르망디는 코끼리 바위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바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몽생미셸 수도원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100년 전쟁에서, 또한 나폴레옹이 수감된 적이 있는 요새처럼 굳건한 몽생미셸은 그 위용부터 남다르기 때문에 영화 반지의 제왕이라던가, 판타지 영화에서 꼭 한번은 보았을 법한 자태이다. 투르도 9세기 카롤링거 왕조의 중심지였던 만큼 많은 성들을 만날 수 있는데, 황미나 작가의 불새의 늪 배경인 앙부즈와 성, 프랑수와 1세의 사랑을 받은 다빈치가 생을 마감한 클로 뤼세 성, 그 외에도 슈농소 성, 샹보르 성, 블로아 성 등 원형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서 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왕들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 비아리츠. 여기에는 프랑스와 스페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자랑하는 바스크가 있다. 지금은 팔레 호텔로 둔갑해 운영되고 있는 나폴레옹 3세의 별장 빌라 외제니. 피레네 지역의 최고의 특산품으로 보자마자 입에 침이 고이는 바욘 생(生)햄, 에스플레트 고추 등 최고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프로방스 무스티에생트마리에는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 알프스 산맥의 중간지점인 곳이고 알프스의 차가운 북풍 미스트랄을 느낄 수 있고, 용암과 화산재가 풍화되어 기기묘묘한 작품을 연출하는데, 프로방스만의 특색이 무스티에생트마리 마을과 어우러져 특유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특히 깎아지른 협곡위에 마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이 상상 속에 존재하는지, 하늘 위에는 인공별까지 마련해 놓았다.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는 노트르담드 드 보부아르 성당은 영국소설이긴 하지만,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의 진실을 알고 떠난 후 잠시 기거하며 교사생활을 했던 곳처럼 보이기도 했다. 석회암의 풍화로 생긴 '목구멍'이라는 의미의 베르동 협곡과 생트쿠루와 호수는 코발트 색의 아름다움이 천상의 장소처럼 아득해 보인다.
니스에서 1시간 30분간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는 향수로 유명한 그라스에 갈 수 있다. 꽃향기가 넘실대는 계절인 4월도 좋지만 사시사철 향수 탐방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향수에 의한 향수를 위한 마을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자랑이었던 이곳은 샤넬,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제식행사에서 향을 피웠던 것에서 증류법의 개발로 향유를 만들어 내고, 십자군 원정을 통해 향유가 알려지고 다양하게 꽃 등에서 에센스를 뽑아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무두질하는 가죽공장이 그라스에 많아 악취가 심했고, 가죽에 향신료를 스며들게 하면서, 시일이 자나고 오히려 향수산업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샤넬 넘버 5는 이 밭에서 자란 10퍼센트의 재스민이 비율제조의 탑 시크릿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샤모니 몽블랑은 최초의 동계 올림픽 개최지이기도 하고, 몽블랑에 있는 해발 3,842미터의 에귀유 뒤 미디의 전망대에는 '허공걷기'라는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 전망대는 마치 설산위에 붕 떠 있는 아찔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론 알프스에는 우편집배원 페르디낭 슈발이 그곳에 난 돌로 평생에 걸쳐 만든 꿈의 궁전이 있다. 캄보디아의 사원처럼 독특한 무늬와 돌로 켜켜이 만든 궁전은 살아생전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브르통이라던가 피카소, 생팔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관심과 함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어떤 작가는 꿈의 궁전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에 투영시키며 미로 같은 궁전은 현재 충분한 볼거리가 되었다.
작가의 와인에 대한 관심처럼 와인 같은 술에 대한 것도 가끔 소개되어 부르고뉴의 와인과 일드레에서는 코냑이 명품 생산지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사실 나도 좋은 와인에 대한 것은 잘 모르지만 부르고뉴 와인이 유명하다는 것은 안다. 저자의 좋은 와인에 대한 정의처럼, '어느 것에서나 즉 신 맛, 떫은 맛, 쓴 맛 등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워야 한다.' (p. 123, 124)는 정의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서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하는 정도일가. 일드레의 코냑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재미있었다. 위니 블랑이라는 당도와 품질 떨어지는 품종이 네덜란드의 증류 기술 덕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 코냑이라는 고급 브랜디라고 한다. 역시 증류수답게 알콜 도수가 40도가 넘으니, 15도 내외인 와인의 알콜 도수에 비하면 맛과 도수 면에서는 월등하나 역시 부드러워 초콜릿 등에도 이용되나보다.
또한 책의 서두에도 나온 사과주를 증류한 칼바도스는 노르망디의 안좋은 기후에서 포도가 자랄 수 없었기에 나오게 된 대체 브랜디이다. 좀 싸구려 같은 느낌이 있는데,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에서 조앙 마두와 라빅이 즐겨 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년도 더 된 기억으로는 코냑을 착각했는데, 2차 세계대전 즈음이니까, 망명한 외과의사 수준에 뭐 좋은 브랜디를 마셨을까 싶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 FRANCE>를 읽으며 프랑스 이 곳 저 곳을 빠트리지 않고 모두 탐방한 기분이었으며, 내가 관심 있어 하던 것들이 나왔기에 반갑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여전히 내게는 영원한 향수이며 피안의 느낌으로 남아있는 곳이 프로방스 무스티에생트마리라는 점이다. 그 협곡 마을에 가서 세상을 등지고 온전히 면으로 된 옷들만 손수 제작해 입으며, 앞집 옆집의 숟가락 개수도 알고, 차도 다니지 않아 꾸역꾸역 걸어도 당연하고, 문명을 거부한 채로 살아가고 싶은 바램. 그래도 다 이해받고, 세상 간섭이 내게 미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상관없는 그런 곳이, 또한 가끔 미스트랄의 날 센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도 오히려 정겹게 느껴질 것만 같아서 내 영혼의 한 자락은 이미 무스티에로 향하는 중이다.
<사진은 게스트하우스 FRANCE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