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아는 대로 논어라 함은 사서(四書)의 하나로, 중국 최초의 어록으로 기원전 551 ~ 479에 살았던 노나라 공자와 제자와 대화를 통한 가르침이 있는 옛 문헌이다. 다만, 논어는 공자의 제자에 의해도,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도 편찬되지도 않았다. 그의 사후, 그러니까 후한시대의 정현이 여기저기 떠돌고 있던 고론들을 모아, 편찬해서 엮은 것이라 일정한 순서로 편찬한 것도, 주제별로 엮은 것도 아니라고 하는 점이다. 그저 공자와 제자와의 질의문답 정도랄까.
  
여전히 나는 논어 책이 나오면 마음이 가고 눈이 따라간다. 논어 대해 알아가며, 공맹사상을 논함에 있어서 특히 공자의 말씀과 그분 자체를 알 수 있었던 이번 책은 내게 기쁨과 교훈과 이상(理想)까지 제시해 주었다. 내게 고전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던 <짧고 굵은 고전읽기>, <고전오락>. 그리고 논어에 대해 숙고할 수 있었던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이번에 <시로 풀어쓴 논어>는 한글 말 풀이뿐, 부가적으로 그 어떤 설명도 없었기 때문에 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 안에서 공자의 말씀을 숙고하며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공자님이 친히 말씀하셨다. 
배우려고 달려들지 않으면 결코 일깨워 주지 않게 된다.
공부도 제 할 탓이기 때문이다.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을 때
나머지 세 귀퉁이를 미루어 알지 못해
그렇게 애태우며 배우지 않으면 
되풀이해서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子曰(자왈) 不憤(불분)이어든 不啓(불계)하며 不 (불비)어든 不發(불발)하되 擧一隅(거일우)에 不以三隅反(불이삼우반)이어든 則不復也(즉불부야)니라.' 술이편 (p. 145)
  
아마도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는 기본 원칙이 들어있는 문장인 것 같아 여러 번 되새김질해가며 읽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공자 자신의 교육철학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이란 어떠한 것인지 알려주는 대목일 것이다. <시로 풀어쓴 논어>를 읽다보면 제자의 물음에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답하는 공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스승의 입장에서 난처한 질문에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제자가 공부에 대해 하나라도 깨우쳐 가면 아낌없이 칭찬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사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이야기할 만하구나!' (p. 32) '나를 일으켜 세운 자가 상, 바로 자하구나. 비로소 너와 함께 시를 읊게 되었구나 하셨다.' (p. 66) '네가 모처럼 좋은 질문을 하는구나.' (p. 234) 등 제자를 칭찬하면서 질문에 답을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 문구에도 나타나듯이 '그렇게 애태우며 배우지 않으면 되풀이해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움이 갈급해 알고자 달려들 때 말이다. 그리고 제자들이 배운바 한 가지를 응용해서 스스로 터득하기를 기다리는 공자의 교육방식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주입식 교육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어떻게 배움을, 진리를 알아가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알고자하는 열망에 대해 뒤돌아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조용히 마음속에 새겨 두고
배움에 싫증내지만 않으며
남을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않는 것 중에
내가 어느 것도 제대로 하는가 하셨다.
  
나도 걱정거리가 많다. 인격 수양이 부족한 것,
배운 것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것,
바른 것을 듣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구나!
  
子曰(자왈) 默而識之(묵이지지)하며 學而不厭(학이불염)하며 誨人不倦(회인불권)이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오.
子曰 德之不修(자왈덕지불수)와 學之不講(학지불강)과 聞義不能徙(문의불능사)와 不善不能改(불선불능개)가 是吾憂也(시오우야)니라.' -술이편 (p. 143)
  
아마도 성인이라 칭송받는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일 것이다. 공자의 평소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어진 성품을 볼 수 있었던 <향당편>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라든지, 정치 일선에서 보이는 정확한 모습, 음식조차도 반듯하게 드시는 모습,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에 사람을 아끼는 것 등 군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반면, 그런 공자도 위의 문구에서 말하듯이 스스로 인격이 부족하다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탄하는 모습은 성인처럼 떠받들던 것에서 벗어나 그도 고뇌와 번민에 쌓여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을 것처럼 느껴지던 것들은 공자 스스로 진리위에 바로 서고자 노력했던 분이었기에 안회, 안연, 자공, 자하 등의 뛰어난 제자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논어는 배움에 대한 말씀이 있는 또한 워낙 유명한 <학이편(學而篇)>을 시작으로 총 20편으로 엮여져 있다.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인(仁)과 예(禮), 덕(德)과 악(樂)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 중에 단연 큰 뿌리는 인(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인격과 사람과 사람에 대한 사랑.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는 효를 다하고 밖에서는 어른을 바로 섬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됨의 근본인 효를 통해 예(禮)를 알고, 그것을 넘어 가정 밖에서 사람들을 아우르는 정치에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다보면 효에 대한 설명하는 것과 국민을 다스릴 때 비유하는 것 등은 서로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인(仁)이었다.
  
그동안 몇 차례 논어에 대해 맛보기를 했을 뿐, 이렇게 많은 문장을 접하긴 이번 책이 유일하다. 한자 하나하나를 찾아가며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글 뜻풀이만으로도 기쁘게 읽을 수 있었다. 왜 사서(四書)에 논어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지, 공맹의 도를 깨우치기 위해 논어를 달달 외울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지난 것에는 미련을 갖지 않고 신문물, 신개념이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히려 인문학을 바라보고 있고, 그 중에 단연 으뜸으로 논어를 꼼꼼히 살펴보고 깨우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어야 할 인(仁)은 예전에도, 앞으로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무리가 모이면 계급이 형성된다. 동물들은 무리를 이끌 수장이 되기 위해 힘으로 제압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힘으로만 리더가 되지는 않는다. 언변, 배려심, 장악력, 카리스마 등 자신을 지지해주고, 대변해 주며 믿고 맡길 수 있는가에 따라 리더가 결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둘 이상이라는 단위가 생기면 자연스레 리더와 그를 따르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게 된다. 이렇듯 그룹장에 대해, 리더에 대해 상식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과연 리더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은 어떤 그릇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가깝게 직장 내에서 팀을 이끄는 팀장을 만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회사의 오너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심지어 나라를 이끄는 수장인 을 연일 뉴스를 통해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과연 리더로서 충분한 그릇이 맞는지 저울질하기도 한다. 이미 우리 머릿속에는 위에서 나열한 기본적인 여러 가지 조건을 들이밀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무리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더 자신의 욕심을 죽이고, 다수를 만족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따져보기도 한다. 어쩌면 이상적인 리더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리더 자신을 포기해야만 가능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자신을 포기한다는 전제 조건은 이미 자신을 비웠다는 방증일 테니.

이번에 다산3.0에서 출간한 <리더의 그릇>을 보며 리더의 조건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명나라 말 여곤이 아홉 번이나 팔이 부러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극한의 고통을 인내하며, 신음을 토하는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썼다고 하여 <신음어>라 불리는 책이다. 그 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출판한 것이 <리더의 그릇>이라고 한다. 여곤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중국판 목민심서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도를 깊이 체득한 사람일수록 쉽고 단순하게 말한다. 이런저런 어려운 수식어를 남발하는 사람은 도를 체득하지 못한 사람이다.' (p. 63)

대화를 하다보면 어떤 사람은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수준에 상관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하나다.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으냐, 마느냐를 결정짓게 만드는 것. 알아듣기 쉬운 말로 대화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와 대화를 하든 의견 수렴을 쉽게 이끌어낸다.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이야기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게 하므로 반론의 여지를 없애버린다. 즉 의견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책에서처럼 자신 스스로도 그 문제를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에 무리의 다수는 누구를 따를 것인가 명확해진다.

'과오를 저질렀을 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과오를 범하는 셈이다. 한 번 과오를 인정하면 그것은 사라지지만, 인정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과오로 남는다. 변명만 하고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과오는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하는 일이다.' (p.85)

인격의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그것을 변명으로 넘어가려는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은가. 기본 품성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잔꾀가 늘어 위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꼼수는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위 문장 중 '과오를 저질렀을 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과오를 범하는 셈이라'라는 문구를 보고 너무 정확한 말이라 가슴이 싸했다. 적어도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라면 두 번째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을까. 리더가 아닌 일반 개개인에게도 당연한 말이지만, 소위 말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들은 오히려 눈을 빛내며 그를 지지하게 된다.

'충고할 때는 사람의 인간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장점은 끄집어내고 단점은 교정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p. 129)

장점을 이끌어 내고, 단점을 교정하는 것이 교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론적인 면에서 그리고 꾸준히 그와 같은 교육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충고는 장마가 아닌 소나기처럼, 짧고 굵게 해야 된다고 한다. 인격을 모독해서도 안되고,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장점으로 단점을 이길 수 있도록, 보다 나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조언이 필요하다.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 리더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사용한다.' - 한비자

'군자는 모든 책임의 소재를 자신에게서 구하나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공자

'윗사람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은 행하고, 그 몸가짐이 부정하면 비록 호령하더라도 아랫사람은 따르지 않는다.' -공자

'군자는 두루 통하면서도 편파적이 아니며, 소인은 편파적이면서도 통하지도 않는다.' -공자

'그릇이 작은 사람일수록 성공하면 제 자랑으로 삼고, 실패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채근담

'자기 욕심을 따르는 것보다 더 큰 화는 없다. 타인의 허물을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악은 없다.' - 한비자

거의 대부분의 명언이 잘못되면 남탓, 잘되면 내탓이라는 속담과 연결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책임 속에서 살아간다.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회피하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 타인의 인생에 한발 걸치는 것에 불과하다. 내가 한 말과 행동에 무게를 느끼고 결과를 정직하게 바라본다면, 내 잘못을 잘못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지 않을까 싶다. 나보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을 챙겨주고, 같이 일하는 동료가 혹여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면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동료들과 부하직원이 가지는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갈 수 있다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 낸 거스 히딩크처럼 그들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리더가 있을까 싶다.

리더의 그릇은 힘을 강요하지 않는다. 나 홀로 잘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에 대한 나열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道)를, 덕(德)을, 인(仁)을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그릇을 온전히 비우라고 말하고 있다.

 

 

옛 선조들께서 책을 입으로 읽으며 외우고 필사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성현들의 문들을 심판에 아로새기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글은 그 자체로 영롱하게 빛나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 내 자신을 변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면, 아무래도 쓰고 익히기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명언들을 만나게 되면 긴 여운과 머릿속에 박히게 되기도 하지만, 필사를 하므로 나 자신에게 박혀있던 쓴 뿌리를 캐내고, 꼬여있던 실타래를 풀어내고, 상처 입었던 마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필사의 힘은 거세다.

 

 

 

 

 

 

 

그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다. 잘 알려진 문구 'For the people, by the people, of the people'가 있는 그의 연설은 미루고 미루다 연설 막바지에 이르러 작성하게 되었다고 해서 더 주목할 수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전몰장병들을 위한 추도식에서 했던 짤막한 연설로 한 나라와 국민의 관계를, 피상적으로 지배받고만 있다고 생각하던 우리들의 생각이 잘못되어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이 나라는 지배가 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나라가 국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며, 그런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국가라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기본 이념을 깨닫게 했다고 생각한다. 뭐, 이 문구가 링컨 이전부터 내려온 것이라 해도 그의 연설문을 통해 극명화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필사하면서 느낀 것은 추도식에 참석했던 죽은 장병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슬픔과 공허함을 이 추도사를 통해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었다. 누군들 나라를 위해서 싸울 마음이 없었을까. 하지만 정작 나라를 위해 싸우더라도 그들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미 패한 전쟁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 유명한 베트남 전쟁과 우리나라의 6.25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정작 나라에서는 개개인의 목숨을 도구로 사용했다고 인식하는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목숨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엄숙하기 때문에, 또한 그들이 함께 해줘서 나라의 안녕을 지킬 수 있었다는 지도자의 확신에 찬 믿음을 연설문에 드러내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필사할 때에 나는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영국 철학자 브래들리의 말이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세상은 강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우리는 늘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약육강식의 논리 앞에서 신 계급주의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의 실현인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우리들에게 브래들리는 말한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 중에서 최선이라고. 그래서 불편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뒤따르듯 불편과 고통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라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를 주장한 밴덤처럼 다수를 위해 소수의 아픔을 끌고 가는 것이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현 상태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최고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들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고 소수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저기 링컨의 연설처럼 우리들의 목소리에 의해 나라가 꾸려지고 있다고, 존중받으며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을 더 빛나게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얼마나 간결한 표현인가. 시와 춤. 조율되지 못한다면 시는 더 이상 시가 아닌 산문이 되어버린다. 조율되지 못하다면 춤은 더 이상 춤이 아니라 몸짓에 불과하다. 시가 되기까지, 춤이 되기까지. 그리고 노래가 되기까지 수많은 조율을 거치게 된다. 그것이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어느 책으로 필사를 할 것인지 딱히 정해지지 않아 부끄럽게도 아직 필사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이번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고종석 칼럼니스트가 가려 뽑은 글귀를 믿고 필사를 하게 되었다. 역시 가려 뽑은 글들은 여러 번 되새김질할 정도의 가치가 있었고 필사를 하므로 내 사고의 폭에도, 깊이에도 관여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다. 때로는 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내 마음을 다독여주기도 했다. 좋은 글이란 이렇게나 계속 그 가치가 빛나고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필사를 하므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