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기. 내 자존감이 지켜지길 바라듯 타인의 인격을 존중해 주기.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유일(only one)한 사람이 될 것을 주저하지 말기. 유일한 존재이듯 외로움은 동반자요, 고독은 친구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무리 속에 있어 평범해 보이더라도 나라는 객체는 온 우주에 단 하나의 존재임을 잊지 말기. 

'수직 논리에 따르면 '나는 이 조직의 일원이다'라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생긴다.' (p. 139)

이것들은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렇기에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인생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것이고, 가족을 만드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묻히지 않고,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안다. 조직 내에서는 팀플레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라는 조직에 협력하고 공생으로 최고의 효과를 노리며, 스포츠 경기에서는 조직력을 내세워 상대편을 무력화 시키고, 악단에서는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으며, 전쟁터에서는 승리의 발판이 되는 것을 말이다.

'특히 조직 플레이가 필요한 팀 스포츠에서 '자유'보다 '틀'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p. 145)

즉 우리는 나라는 객체가 홀로 있어야 할 때와, 다수에 섞여서 힘을 발휘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 이것을 모른다면 깨어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교훈을 얻고 조직에 잔류하거나 혹은 튕겨져 나와 홀로 걸어가다가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집단 속에 있을 때에는 수직의 관념을 이해하고 위계질서를 받아들이게 된다. 즉, 개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는 위계질서와 '틀'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미타 노리후사라는 작가는 만화가이다. 그가 만든 만화 '꼴찌, 동경대 가다!(원제: 드래곤사쿠라)'는 우리나라에서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명성을 누리고,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그가 이 작품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에서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정형화된 포맷(Format)이나 프로시져(Procedure)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규칙이라면 규칙일 수 있고, 규율이라면 규율일 수 있는데 미타 노리후사는 이것을 '틀'이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말하는 '평범함'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p. 39)

틀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평범한 인생이고, 평범함이 성공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오히려 평범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노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1등보다는 2등을 노리고, 완벽함보다는 중간을, 결과를 끄집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우리가 개성이라는, 유일 무이(Only one)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며, 있는 것을 모방하고, 과거 실패했던 것을 재활용해 오리지널(Origina)을 벗어나야지만 새로운 조합의 오리지널(Origina)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재미없던 것들의 조합을 가지고, 실패했던 것들을 나열해 놓고 '상식적인 것들을 의심하고 깨부수다 보면 재미가 나오고'(p. 97), 창조가 나온다는 것이다.

대 전제 : '평범함에 힘이 있다. 모두가 따르는 틀에 답이 있다.' (책표지)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 틀에 따라야 성공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보통 사람의 성공학, 평범한 사람이 평범함으로 성공하기 위한 것들을 읽다 보니 내 나름대로 다음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첫째, 평범한 사람은 태어나길 자질이 우수하게 태어나질 않았기 때문에 성공에 이른 사람의 길(포맷) 혹은 법칙을 모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기본기 없인 창조도 없다. 기본기를 바닥에 튼튼히 다지기 위해서라도 성공한 사람들의 틀(프로시져)를 답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무수한 모방의 노력이 있어야만 창조가 태어난다. 넷째, 많이 실패해라, 노력으로 실패한 것들을 모아 놓고 그것들을 조합하고, 재창조해 내라. 거둬들인 것들에서 상식을 깨다 보면, 비상식을 곁들이다 보면 신규 아이템이 나온다. 마지막, 조직이 한 몸으로 움직여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인플레이는 필요 없다.

뭐,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듯이 작가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틀'에 맞게 살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자들의 틀, 조직의 틀,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을 내 것으로 하자면 이 또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틀에 맞추어 발바닥에 땀나도록 노력하다 보면 기존 것을 깨어 부수는 '창조'와 '창의'가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혹은 '누군가가 원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별 의미도 없이 유달리 눈에 띄거나, 괴짜가 되는 것이 개성이 아니라는 말이다.' (p. 242)

천부적 재능은 놔두면 썩지만 개인의 아이덴터티(Identity)는 조직에 순응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은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고유성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나 혼자만을 고집하는 조직 내에서의 My way는 필요하지 않다. 틀에 무조건 따르라 하는 것도 옳은 해법은 아니더라도, 단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혼자만 튕겨나가는 행동은 분명 잘못이다. 무리 속에 있어 평범해 보이더라도 나라는 객체는 온 우주에 단 하나의 존재이기에 '틀'의 순응이 나를 희석시키지는 못한다. 

평범함에도 피땀어린 노력이 필요하더라.

조조 모예스는 로맨스 소설 작가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에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로맨스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사랑과 그 무엇, 혹은 사랑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지난번에 그녀의 작품 <허니문 인 파리>를 읽어보았다. 역시 색다르게도, 남녀와의 가치관의 차이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였는데 특이하게도 100년의 시간차를 두고 두 커플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번 작품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를 읽고 놀란 이유가 그것이다. <허니문 인 파리>에 나오는 커플들이 그대로 다시 나온다는 것.
 
이번에도 두 커플이 있다. 이 커플들은 접점이 없는 듯하지만 그림 하나로 서로 연결된 커플들이다. 첫 번째 커플은 1916년의 소피&에두아르 르페브르 부부는 화가와 스카프 판매원으로 만나 그림을 그리며 사랑하고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1차 세계대전으로 남편은 전장으로 향하고 소피는 그녀의 동생들과 함게 프랑스의 생페론의 호텔을 운영하고 근근이 버티고 있다. 독일에 의해 먼저 점령당한 마을은 폐허와 같다. 쓸만한 물건들이나 가축들은 이미 독일군의 손에 빼앗겨 버리고 사람들은 먹을 것에 연연하며 웃음마저 잃어버렸다. 그나마 빼돌린 새끼 돼지로 인해 위기가 오지만 겨우 벗어나고, 호텔에 독일 사령관과 그 부하들이 정기적으로 찾으며 음식을 먹을 거라며 식료품을 조달해준다. 적의 군사들에게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지만, 이로 인해 이웃들에게 비난까지 받지만, 남은 음식으로 어떻게든 가족들이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매일 식사 대접을 한다. 독일 사령관은 음식 외에도 남편이 결혼 전 그린 소피의 초상화에, 빛나며 자신감 있고 당당한 표정의 소피 그림에 관심 표명을 하고 둘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듣게 되는 남편 소식은 그녀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다.
 
두 번째 커플 이야기는 100년 후 2006년 리브&데이비드 할스톤 부부 이야기이다. 사실 부부라고는 하지만 데이비드는 어느 날 갑자기 침실에서 죽은 지 4년이 지난 채 홀로 살고 있는 리브. 건축가인 남편이 남긴 글라스 하우스에서 좋지 않은 생활 형편으로 살고 있지만, 그에게서 선물 받은 그림을 보며, 남편을 그리워하고 있다. 우연찮게 만나게 된 폴과 몇 번의 만남 후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지만, 알고 보니 폴은 전쟁 중 약탈당한 예술품을 찾아주며 그로 인해 커미션을 받는 업자였다. 리브가 가지고 있는 소피의 그림이 독일군에게 빼앗긴 거라며 돌려주자고 하지만, 결국 이 그림의 반환 문제로 법정싸움까지 하게 된다. 그림에 대해 알게 되면 될수록 리브는 소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림을 지키기 위해, 소피의 명예를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소피의 뒷이야기에 대해, 그림이 어떻게 리브에게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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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전작 <허니문 인 파리>의 두 주인공들이 이 작품에서도 부부로 나온다. 물론 소피에게는 남편이 전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리브에게는 남편과 4년 전 사별한 것으로 설정되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연결 상에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매개체로 해서 사랑과 가치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여전하다. 지난번 <허니문인 파리>에서 조금은 조금은 의아스럽게 생각되었던 부분이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곤고해졌다고 생각될 정도니.
 
100년이라는 간극에서,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라는 그림을 매개체로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1916년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외진 마을에서, 남편이 그린 그림을 보며 그것으로 위안 삼고 그리움을 달래는 소피에게 관심을 표명했던 독일 사령관. 그리고 그가 합당하지 않은 요구를 하고, 소피가 내리는 결정들을 보면서 당연하게도 나는 우리나라가 겪은 일제 강점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 우리 여자들은 위안부로, 남자들은 노역자, 총받이로 끌려가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남편이나, 약혼자를 기다리는 여인들의 삶이 안타까운 결정을 내린 소피와 닮은 듯 보여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선택이란 낱말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적군의 일에 가담하게 되면 자연스레 듣게 되는 변절자 혹은 앞잡이라는 이름. 그 치욕을 감내하며, 쓴 뿌리를 삼키지도 못한 채 입에 머금고 있는 여인들의 고통이 애달프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사랑을 위해 어느 선까지 지킬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후의 일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것인가 고찰해 보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 가치들과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역시 그 당시를 살아가는 그네들의 시대성이 다르다고 해도, 결코 진정성은 바래지 않는다. 때문에 100년 후에 리브를 보여주고, 리브의 손으로 소피의 그림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쓰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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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조조 모예스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 않았다. 사랑에 가치를 부여하지만, 사랑 너머의 희생과 진정성까지 아우른다. 그녀들의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헤쳐나가는 삶을 보면서 우리들 역시 우리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지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21세기북스에서 흥미를 자극하는 책을 내놓았다. 이름하여 <군주의 거울>이다. 그리스의 아포리아 시대를 어떻게 타개해 갔는지 알려주면서,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어쩌면 진정한 리더의 부재로 각자도생(各自圖生)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때에, 총선을 앞두고 리더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정확한 군주의 모습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위정자들에게 군주의 롤모델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아포리아 :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Lack of Resources)', 즉 길 없음(Impasse)의 상태'이자 '출구 없음(No Exit)의 상태'를 뜻한다. 이것은 위기(Crisis)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중략) 더 이상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p. 17)
 
공교롭게도 내일이 총선일이다. 현재 각 당에서 당색에 맞는 후보들을 내세우며 국민들을 대변해 국회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유세와 연설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여당, 야당의 구분이 명확해지다가 어느 순간 야당의 입지가 한없이 좁아진 느낌이다. 이미 사분오열된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진정 나라를 생각하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신이라며 사자후를 토해낸다.
 
 '위기는 기회를 만들지만 아포리아는 인간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분별을 낳는다.' (p. 34) 
 
하지만 오랫동안 불신이 쌓여 온 국민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싸늘할 뿐, 우리의 대변자로 내세울 사람을 뽑는 것에 주저하게 되며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왜일까. 도대체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 상은 어떤 것이길래 말이다.  책 서문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꼭 집어 우리를 일체 혼란 상태에 빠지게 했던 사건들, 예를 들어 1944년에 일어났던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마지막으로 2014년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의 목숨이 소중하기에 그들을 살려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가 필요한 것은 진정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위기는 기회를 낳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아포리아는 제대로 된 군주를 따르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며, 리더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되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추모 2주기를 맞은 '세월호 사건'으로 아포리아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와 닿았다. 그 사건으로 우리들은 앞날이 구만 리 같은 우리들의 자녀를 잃고 대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배가 침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선원들의 노력은 왜 보이지 않았는지, 해경은 왜 저리 미숙하게 일처리를 하는지,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답답함에 몸서리를 쳤었다.  470명이 넘는 탑승자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170여 명에 불과해 300명 정도가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우리들은 공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절망에 빠져 살 의욕을 잃어버렸었다. 그 여파로 경제는 침체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인재(人災)라고, 리더(군주)의 자질 문제인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테미스토클레스는 이처럼 미래를 보는 통찰력 뿐만 아니라 불리한 상황을 자신의 뜻대로 바꿀 수 있는 지략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p. 72)

'(페리클레스의) 연설에는 승전의 오만도, 패전의 좌절도 보이지 않았다.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위기의 순간에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p. 112)

'플라톤의 주저로 알려져 있는 <국가>는 관념론적인 철학책이 아니라 아포리아 시대에 직면한 한 철학자의 처절한 고뇌가 담긴 책인 동시에 후대 사람들에게 군주의 거울을 보여주기 위한 실천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p. 153)
 
우리들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지난날 맞닥트린 아포리아를 통해 진정한 군주 상인 '군주의 거울'을 만날 수 있었다. 페르시아 전쟁으로 영웅 테미스토클래스를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군주의 거울  헤로도토스의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페리클레스라는 영웅을 만날 수 있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마시게 해 철학에 대한 범죄를 지게 만든 초유의 아포리아에 맞선 플라톤 <국가>. 마지막으로 최고의 군주의 거울이라 칭함을 받는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서 말이다.

'플라톤이 사색하는 삶을  살았다면, 크세노폰은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키루스의 교육>은 엄정하고 냉혹한 실상을 거칠게 다루는 현실적인 책이다. (중략) 때로는 손에 피를 묻혀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랑하는 부하를 읍참마속(泣斬馬謖) 해야 하는, 군주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한 문제를 치밀하게 다룬다' (p. 179)

그리고 크세노폰이 저술한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그중에서 최고의 군주라 일컬어지고 있는 페르시아의 군주 키루스 대왕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어떻게 길러졌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자라게 되었으며 무수한 전장에서의 어떤 활동을 했으며, 사람을 어떻게 대했기에 참 군주라 일컬어지는지를 말이다. 이는 플라톤도 군주의 거울을 <국가>에서 '동굴의 비유'를 통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포리아 시대를 헤쳐나갈 군주는 현실에 보이는 감각의 세계를 실제라 믿지 말고 몸을 돌려 동굴 밖으로 나가 태양으로 상징된 본질을 보아야 한다' (p. 166) 고 말하면서 태양 즉, 본질과 이데아를 발견하고 인생의 방향을 돌려 '다시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쇠사슬에 묶여 있는 동료들의 고통을 직시' 하고 '그들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스스로 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p. 168) 면서 철학적 사색을 강조한다. 
 
하지만 군주의 거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키루스의 교육>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는 첫째, 군주에게 권리의 평등이야말로 참된 정의의 실현이고(p. 200) 둘째, 군주는 세월의 변화를 직시해야 하며, 시간의 흐름을 읽어야 하고, 계절의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p. 212) 셋째, 진정한 군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절대로 행운을 기대해서는 안되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미리 제어하고, 스스로 불확실성을 통제해야 한다. (p. 223) 넷째, 지혜롭게, 백성들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에 공감해서 그들의 슬픔을 격려해서 자발적인 복종을 얻어내야 하며 (p. 228, 232), 다섯째 군주로 성장해갈 사람에게 결단의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라 군주로서 결정을 내릴 사람은 본인이라는 것이다. (p. 243)


이 외에도 비너스 효과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듯, 사람들은 군주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군주에게 걸맞은 군주의 아내 또한 중요하고 무엇보다 제국(나라)는 사람으로 이루어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이 모든 것들은 크세노폰이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날카로운 시각에서 키루스의 리더십을 설명하면서 진정한 군주의 거울을 제시한다.

우리는 참 군주의 양육서인 <키루스의 교육>을 통해 날 때부터 리더란 있을 수 없으며 길러지고 양육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다만 예수님의 12제자 중에도 유다처럼 배신자가 있듯, 아테네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애제자이면서 펠로폰네소스를 쇠락의 길로 이끈 배신의 아이콘 알키비아데스가 있는 걸 보니까, 될 성싶은 나무가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교육으로 양육시킨다 하더라도, 배운 바가 독이 되어 오히려 나라를 망치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마저도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은 롤모델을 통해 리더의 자질과 소양 계발하고 교육하며 리더로 키우기 위한 덕목을 가르치는 교육서이다. 즉 '군주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거울과도 같은 탁월할 리더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학습서로서 말이다.' (p. 20) 한 나라의 군주는 백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돌이켜 보자면 나 또한 내 자신의 주인(군주)가 아니던가. 따라서 나 역시도 군주의 거울에 비춰야 하며 옳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주체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네 탓, 내 탓을 아닌 통렬한 자기반성과 다른 사람을 향했던 손가락을 과감히 접고서 말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아포리아가 너무 깊어 절망적으로 보이지만,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찬란히 빛나고 새벽 여명이 머지않았으니' (저자 서문) 이제 한껏 웅크린 다리를 쭉 펴서 멀리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내 자신의 준비와 함께 참된 리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