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대를 나오게 된 건 순수하게 직업선택의 유리함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등장한 386 컴퓨터는 경외의 대상이었고, 컴퓨터를 다룰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글자를 아는 문맹인을 나누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아래한글을 배웠고 전화선을 기반으로 갓 시작한 인터넷 서비스인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을 보면서 신기해하며 들락날락했었다. 따라서 당연한 수순처럼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고 결혼 전까지 몇 년간 프로그래머로 생활한 적도 있다. 인문학과는 하등 상관없이 생활했기에 나에게 컴퓨터는, 공돌이 공순이는 익숙한 단어이고, 내 인맥과 상식의 테두리는 이것에 기초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 들어 생각의 폭이 좁고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고 느끼게 되어 될 수 있으면 인문서적을 우선으로 읽으려고 노력했고,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한 부분이 채워짐과 동시에 만족도는 올라갔다. 근본적인 물음에 해답을 찾아 헤매던 것들은 공자나 철학자도 만나고, 역사와 신화도 읽으며 이 시대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궁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현 추세 또한 인문학으로의 회귀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리고 전형적인 공돌이 고(故) 스티브 잡스 또한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를 이야기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공돌이의 틀에 박히고 어쩌면 철저히 논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내게, 인문학 붐으로 인문서적을 열심히 읽고 있던 내게 순전한 이공계적 관점의 세계관을 읽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이공계의 뇌로 산다>이다. 제목 참 멋들어지지 않나. 
 
'(확증편향의 행동양식) 어떤 것을 믿기 시작했다면 그 믿음을 굳건히 해줄 정보를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주도적으로 수집한다.' (p. 34)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설득의 심리학>에서 선보인 '일관성의 법칙'과 맥을 같이 해 보이는 '확증편향'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자료만을 취사선택(트레이드오프를 말하는 것이 아님) 한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두 진영의 논리가 있다면 SNS의 한 종류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진영의 것에만 '좋아요'를 열심히 누르는 것으로 파벌을 형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하고만 교류한다면 '메아리방 효과'로 인해 사람들의 관념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할 것.' (p. 38) 이라며 인터넷이 일상생활인 현대인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이제는 팔로잉 집단을 살펴보니 정치적 입장이 아닌, 시야의 넓이에 따라 나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미국의 17개 지역을 통계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한 사람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44.29%이며, 암으로 죽을 확률은 21.15%라고 한다.' (p. 100)
 
둘 중에 한 명은 암에 걸리고, 다섯 사람 중 한 명은 암으로 죽는단다. 통계학으로 풀어보는 암으로 죽을 절대 수치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얼마 전에 일어난 구마모토 지진으로 '센다이 원전'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과연 원전 사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피폭될 염려가 있으며, 얼마나 암에 걸리는가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체르노빌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을 가지고 계산을 하고 있는데, 결국 168년을 살아야 된다는 계산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10년마다 체르노빌급 대형사고로 4000명이 죽는다면 최악의 경우 매해 400명이 죽는 셈인데, 원자력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이들을 희생할 권리가 있는지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죽이는 쪽을 선택해 왔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이 그렇게 많음에도 우리는 운전을 하고 있고, 석탄을 캐기 위해 광부들은 죽어나가며, 또한 화석연료로 각종 질병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연료 중 거의 대부분을 화력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수백 시간 동안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란 불가능하다. 하나의 체계가 오랫동안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p. 210) 
 
우리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보고 열광한다. 하지만 체계적이지 않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그 열광적인 반응은 금방 사그라지고 만다. 이해 가능하고, 혹시 이해가 안 되더라도 앞뒤 맥락이 맞거나, 과학적 토대가 탄탄한 상상력이라면, 즉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만 그 사람들은 비로소 납득하고 열렬한 반응으로 피드백을 하게 되어있다. 지식에 기반을 둔 상상력, 과학을 기초로 한 상상력이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아바타까지 다양한 장르에 우리는 열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작자까지 경제학자들을 초빙했다고 할까.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상상력이 뛰어난 이유는 대뇌 전두엽의 피질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힘들고 사고 표현이 훨씬 개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 207) 우리가 아이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함은, 아이들의 상상력은 뛰어나지만 카오스적으로 달아나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육유는 시를 쓰는 재주는 시의 바깥에 있다고 했다.' (p. 158) 라는 말을 인용해서 다양한 체험을 통한 독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골고루 섭취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있다. 또한 직접 실험하거나(과학자), 연습하고(운동선수), 직접 경험하는 과정을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시간 동안 그냥 노력하는 것이 아닌, '의도적인 훈련을 얼마나 했느냐' (p. 183) 대해 고민해 보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명사들의 발표만 들을 뿐 과학 연구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아마추어 농구팀이 하루 종일 미국 프로농구 영상만 돌려보다가 결국엔 농구 팬이 될 뿐 프로 선수는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p. 166)며 머릿속에 관념적이고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끝내는 것에 경고를 날리기도 한다.
 
이처럼 <이공계의 뇌로 산다>는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며 한계를 짓지 않고, 세상 전반의 것들을 다루고 있었다. 아주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말이다. '물을 컵에서 쏟아도 왜 컵에 물방울이 남아 있는가, 가을에 낙엽은 어째서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가, 탁자 위에 물을 쏟았을 때 어째서 마른 걸레보다 젖은 걸레로 닦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삶을 달걀 껍질은 어쩔 때는 잘 까지는데, 어쩔 때 안까지는 건지' (p. 319, 321) 정말 환생이란, 영혼이란 존재하는 것인지까지 주위에 널려 있는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넓은 프레임의 사고를 하기 위한 인터넷 게시글 보는 법과 독서법과 노트 필기법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었다. 과학적인 사고와 과학적인 관심을 토대로 한 전 영역의 접근성. 이로 인해 설령 답이 나오지 않으면 어떠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알아내고자 하는 그들의 진리 탐구가 끊이지 않는 한 이공계적 두뇌의 소유자들은 그들의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성호르몬 수치보다 높으면 약지가 검지보다 길어지게 된다.'(p. 291) 라는 것까지 밝혀낸 다음에야.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나에게 결핍했다는 이유로 인문학을 들고팠던 것에서 한걸음 물러나 나의 시각과 이번 책이 얼마나 맞아떨어지나, 혹은 내가 이공계임에도 모르고 지나쳤을법한 것들은 무엇일지 궁금했기에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글에서 '이 책은 지식의 깊이와 재미의 양에 있어 서 책 열 권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이 이해될 정도의 방대한 지식의 보고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인문학은 존재했으며 같이 융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인문학과 과학은 뗄래야 뗄 수 없으며 같이 어우러질 때 우리들에게 더욱 빛나며 가치 있을 삶을 제공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출간된 이래로 심리학 도서로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무엇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껴안고 있는 문제 중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현재 당면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과거(트라우마)를 내세우지 마라. 둘째,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과제와 내 과제를 분리하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낑낑(고민) 될 필요 없어진다. 사실, 이론적으로만 따지자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자기 열등감에 빠져있던 청년과 노철학자와의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이어가는 대화 속에서, 꽉 막힌 대인관계에 조금은 숨을 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그 반향은 놀라웠다고 생각한다. 특히 프로이트나 융의 이론만 마르고 닳도록 들어온 우리들이었기에 생소하기만 한 심리학자 아들러를 소개한 기시미 이치로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읽게 된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은 기시미 이치로가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전반적인,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좀 더 학술적이고 좀 더 이론적이다. 

책을 읽은 후 에머슨의 <자기신뢰>를 떠올리기도 했는데 이번 책의 기조가 '내 자신에게 집중하며 현재를 살아가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른 동물에 비해, 태어난 시점부터 '어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길다'는 것으로 이해되는 '열등감'이 한몫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인 이상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열등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트라우마를 내세워 현재에서 도피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납득되었다. 따라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또한 과거를 방패막이로 사용하지도 말며 작은 용기를 내서 현재를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나에게 집중하자는 것이다. 덧붙여 일어나지 않는 미래(죽음까지 포함해서)가 두려워 핑계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역시, 현재에 집중하기를, 나 자신을 믿으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마지막 시련은, 나이 듦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이라는 형태로, 혹은 문화의 발전에 공헌했던 것을 의식함으로써 자신의 불사를 확신하는 사람은 나이 듦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법이 없다." (p. 192)

그리고 인간의 문제의 근본인 대인관계로 인한 고통은 우리가 인정욕구에서 촉발되며 '공동체'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헌을 들 수가 있다. 공헌하게 되면 인정욕구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 공헌 속에 후세를 남기는 것도 포함되며, 후세를 남기는 것은 역시 미래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에서도 해방되는 효과를 갖는다. 이 '공헌감을 가지면 용기를 갖고 대인관계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 용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p. 217) 따라서 공동체 속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공헌감과 작은 용기는 이 책의 주 골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움받을 용기> 이후 아들러의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충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더 알길 원하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원론적인 설명과 그의 심리학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집대성했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꽉 채울 수 있으리라고 판단된다. 여전히 열등감과 대인관계 속에서 분리해야 하는 과제 분리 역시 다루고 있지만 더 나아가 공동체적 측면과 과거와 미래의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현재에 집중하며 좀 더 나를 신뢰하게 된다. 내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게들은 사실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산이라고 생각했던 고민이 사실은 작은 조약돌 수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과감하게 털어낼 수 있도록 '작은 용기'를 갖게 되면서 말이다. 

'행동이 아닌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대인관계에 들어갈 용기를 갖도록 돕는 것을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용기 부여'라고 한다.' (p. 202)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을 통해 이제 그동안 내 스스로 모든 일을 작위적으로 해석했던 것에서 벗어나, 과거로 현재를 벗어날 핑계로 삼지도 말고 내 존재 자체로 빛나는 삶을 위해 '용기 부여' 받아 걸어가 보자.

 
많은 사람들이 저자 자신처럼 '봉' 노릇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길을 가다가 전단지를 나눠주면 거의 다 받는다. 옷이 필요해서 백화점에 들르면 거의 첫 번째나 두 번째 가게에서 필요한 혹은, 불필요한 것들까지 구입하고 나온다. 아는 사람이 나에게 판매하면 더 심각해진다. 그래서 남편이 나에게 종종 주의를 주는 것을 달게 들어야 하는 지경이다.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나와 같은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심지어 의사표현이 명확한 사람마저도 저자처럼 혹은 나처럼 깜박 속아 불필요한 물건까지 구입하는 것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들의 상술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노하우를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니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특히나 이 <설득의 심리학>은 영업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판매 필살기를 알려주는 셈이고, 나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판매자에게서 '살아남아' 물건을 구입하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게 되는 셈이니,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나 할까.
 
'고정 패턴의 기본적인 특징은 패턴을 구성하는 행동이 항상 동일한 방식과 순서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p. 23) 칠면조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칩칩'이라는 소리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천적에게 '칩칩' 소리 나는 장치를 장착하고 어미 칠면조 곁에 두더라도 새끼마냥 보호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한 가지를 누르면(자극하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에는 총 6가지로 정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첫 번째, 상호성의 원칙이다. '문화 인류학자들은 이 '부채의 그물망'을 인류만의 독특한 적응 메커니즘으로 평가하며, 각 개인을 대단히 효율적인 집단의 일원으로 만드는 분업,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 상호의존성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p. 51)  대가 없이 선물을 받았다고 해도 받은 사람은 부채감이 존재한다. 이 부채감은 마음 한켠에 남아  이와 상응하거나 혹은 더 큰 방식으로 보답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인류가 걸어온 방식의 일환으로, '공동체'를 더욱 발달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습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받았으면 돌려줘라. Give and Take. 
 
두 번째, 일관성의 원칙이다. '우리도 때때로 생각이나 신념이 이미 내린 결정이나 이미 저지른 행동과 모순되지 않도록 하려고 자신을 속인다. 예를 들어 유권자들은 투표 직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를 더욱더 확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p. 105) 아마도 이것은 내가 내 자녀에게 종종 당하는 수법으로 보였다.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려는 경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자녀로 인해, 혹시 어긋나게 되면 이중 삼중의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그에 맞는 보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의사 결정에서 내 의지가 들어간 선택이 있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경험도 종종 하게 된다. 의리도 신념도 뭣도 아니지만 우리는 이 일관성의 원칙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세 번째,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다.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살펴본다.' (p. 183) 강연회 중 다수가 손뼉을 치면 나도 같이 손뼉을 치고 있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판촉 행사장에서 다수가 우르르 몰려가며 물건을 사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나도 저 물건을 사야 될 것 같은, 안사면 손해라는 기분을 갖는 경험하기도 한다. 안 좋은 경우라면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 자살을 한 경우가 있다. 그 해의 자살률이 증가한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수나 혹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람의 효과는 그만큼 강력하다. 뿐만 아니라 사이비 종교에서 불확실성을 없앨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꼬여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게 한다는 예를 보면서 이해는 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에서 몸서리가 쳐지기도 했다.
 
네 번째, 호감의 원칙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은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우리가 잘 모르고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이 간단한 원칙을 이용해 우리한테서 온갖 허락을 받아내는 점이다.' (p. 247) 아마 다단계 판매업자나 보험상품 권유자들의 판매 전략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그들은 일단 지인들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서 매출을 끌어올린다. 이 책에서는 친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신체적인 호감, 성적 향수를 뿌리는 것까지 알려주고 있다.
 
이 외에도  권위의 원칙과 희소성의 원칙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기본 습성인 권위를 신뢰하고 복종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불합리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명령도 복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희소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귀한 대접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한정 판매' 개념이다.
 
<설득의 심리학>을 읽다 보면 때로는 사람들의 기본 심리를 이용한다거나 사회적 공감대, 혹은 질투나 체면까지 골고루 이용하는 치밀한 판매 전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따라서 이런 습성들을 여섯 가지 원칙으로 정리하고 때로는 임상실험까지 해서 심리학적으로 이론을 세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나 저자나 나처럼 작은 꼬임에도 잘 넘어 가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설득 전략이 있듯이 그 반대로 방어 전략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개정되기 전 책을 읽은 후 독자의 경험담이 담긴 편지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그들의 경험담인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어서 더욱 유익했다는 점이다.

<설득의 심리학>은 이를테면 영업직 사원들의 판매 전략서이기도 하겠지만, 잠재적 구매자인 우리들에게는 유혹에 쉽게 굴복하지 않기 위한 생존 필독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