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여자들에 대해 신체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전혀 다른 것들에 대해 외계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그건 여자도 남자들을 바라볼 때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어쩔 때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늘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과 대화의 방법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피곤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이렇게 다른 종족(?)의 애해를 돕고자 예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한 게 아닐까. 이들은 두뇌의 발달 영역이 다르고, 호르몬이 다르고, 품성이 다르고, 혈기도 다르다. 서로 간에 이 다름을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같을 수 없는 이 두 종족은 그렇기에 나와 다른 한쪽을 찾아 완전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자는 남자에 대해, 남자는 또한 여자에 대해 알고자 한다. 딱 맞는 짚신을 찾고자 그들의 탐구는 계속되어진다. 

이런 차에 소담출판사에서 <요즘 남자 요즘 연애>가 나왔다. 과연 요즘 연애를 하고 있는 평범한 남자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작품 속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태희, 세영, 준이, 주영 4인방은 각기 특색 있는 캐릭터를 자랑한다. 희대의 바람둥이로 현재 데이트 어플을 개발 중인 준. 그는 여자는 믿어도 사랑은 못 믿는다며 무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현실적인 원칙으로 여자들을 상대해 나간다. 그에겐 뭐든지 쉬어 보이는 듯해도, 단 한 번의 뜨거운 사랑을 지연과 하긴 했더랬다. 고등학교 교사인 세운은 연애 운이 없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재치 있는 말솜씨가 없는 그에게 연애는 늘 힘들다. 심지어 데이트 어플을 통해 꽃뱀에게 뜯긴 경력도 있는 순진남이다. 칼 만드는 장인의 길을 걷고 있는 아버지를 두고 있어 힘겨운 주영은 과묵하지만 여자에 대한 생각은 준이와 일치한다. 세 살 연상녀에게 가슴 아픈 사랑을 겪은 후로 그는 홀로인 채다. 그는 신선한 고등어로 제맛을 즐길 수 있다는 시메사바를, '시메사바 제대로 먹는 방법'이라는 특이한 주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화자로써 이제 막 미진에게서 이별을 통보받고 친구들과 함께 원인을 분석 중인 태희가 있다. 태희는 미진이가 그와 사귀는 도중 성형외과의사와 소개팅을 했으며, 태희와 헤어진 직후 그 의사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로맨스 소설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본 후 태희는 미진과 연애로 남았던 부스러기들을 치우기 위해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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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연애 칼럼니스트의 <요즘 남자 요즘 연애>라는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김정훈이 18개월 동안 연재했던 칼럼 ‘김정훈의 썸’을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칼럼을 재구성해서 그런지 매 회마다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글을 자연스럽게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발칙하게도 유명한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써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읽으니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되기도 했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나오는 성적 이야기를 많이 빼니 얼추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 특히나 이 책에서 화자 입장이 되어 글을 끌고 가는 태희가 캐리랑 많이 비슷한 설정이라 더욱 재미있었다. 아니, 4명 모두 캐릭터가 확실해서 좋았다는 것이다.

소위 떠돌고 있는 편식남이 그가 만들어낸 말이었구나,라며 새삼스러운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도 편식인지 미식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준은 이도 저도 아닌 폭식이라고 친구들은 일갈한다. 그리고 저자 김정훈은 편식인지 미식인지 경계에서 고민 중이라는데, 나는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은 사람은 미식을 이상향으로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편식을 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작품 속 준이처럼 폭식을 거치는 이유도 내 체질과 맞는 음식(사람)을 찾는 과정 아닐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중에서 정말 맛있는,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고르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너무 미화해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직은 로맨스를 믿으니까.) 연애 불운의 사나이의 대명사였던 세영은 다연의 입맛에, 사랑에 된통 앓았던 것이긴 했지만 주영도, 그리고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은 우리의 주인공 태희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편식을 하다가도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조금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편식을 고치는 방법은 눈물겨운 투쟁이지만 그것을 이겨냈을 때 사랑에 가시를 세우던 것들도 조금은 수그러 들고, 뽀족한 돌의 한 끝도 마모되어 동글동글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미지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와 같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했던 세계를 탐험한다는 호기심은 거친 풍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언제나 우선하는 법이다. ‘함께’라는 이유로, 사랑의 힘으로 그런 위험 요소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던 마젤란처럼, 우리의 연애에 끝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자신하는 수많은 남녀가 힘차게 닻을 편다. 다시 돌아온 마젤란의 배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런데 우리의 사랑에 끝이 없음을 확인하는 건 쉽지가 않다.' (p. 331)

이번에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요즘 남자 요즘 연애>는 그동안 여자들이 알고 싶어 했으나, 몰랐던 미지의 영역을 어느 정도 들여다본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사랑과 이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끝에는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해 살짝 긴장하고,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맹렬히 알고자 헤매며, 나의 반쪽을 찾아 행복하게 웃을 짓기를 바라는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 있었다. 

아마 내가 고등학교 시절이었을 거다. 캐빈 코스트너라는 인물을 <늑대와 춤을>에서 보게 된 건 말이다. 배경은 남북전쟁이었고, 케빈 코스트너가 인디언, 그러니까 아메리카 원주민들 속에 생활하는 이야기를 장대한 자연 속에 녹여낸 작품이었다. 그의 인디언 이름이 '늑대와 춤을'이었고 그 부족 사이에서 만나 사랑하는 여인 이름이 '주먹쥐고 일어나'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의미 있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아마도 인간과 자연의 어우러짐일 것이다. 자연이라는 숭고한 대 장관을 영화 속에서 만나며 나직한 한숨이 나올 정도의 경탄을 금치 못했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숭배하고, 존중하며 어우러지는 장면 장면들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이번에 만나게 된 작품은 무라야마 유카 작가의 <날개>로 서두부터 자연과 인간과의 어우러짐이, 존중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마후유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엄마에게 저주의 말이 일상인 심한 학대를 받고 자랐다. 특이한 이름으로 친구들에게도 융화되지 못한 채 일본에서 고등교육을 마치자마자 엄마에게서,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하나로 도망치듯 뉴욕으로 왔다. 인종이 뒤섞이고, 소란스럽고, 범죄가 난무하지만 그렇기에 모든 것이 받아들여질 것만 같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도 범죄와 인종차별은 있었다. 

머피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마후유는 나이도 10살이나 많고 우디 앨런을 닮은 교수인 랠리와 열애 중이다. 이혼의 상처로 아들 팀과 살고 있는 랠리는 그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사랑한다며 속삭이지만, 머피는 자신의 감정이 굉장히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 말을 되돌릴 수가 없다. 이런 행복 속에서도 잠자리에선 같은 악몽의 연속이다. 남자친구 랠리의 제안대로 정신과 도움도 받고 청혼도 받고 결혼식을 치르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또 다른 불행이었다. 이 모든 고통을 떠안고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랠리의 아들 팀과 서로 의지하며 애리조나로 떠난다. 쉴 새 없이 연속적으로 떨어지는 절망 속에서 팀과 머피는 랠리의 가족 샌더슨 사람들과 살게 되고, 그 속에서도 시련은 있지만 팀과 머피는 상처를 조금식 치유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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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새끼를 낳아 기를 때, 애틋하게 자식을 먹여 키우지만 첫 비행에서는 무모할 정도로 몰아붙인다. 절벽으로, 절벽 끝으로 이끌다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는 선택지가 없을 때에 새끼를 두고 날아가 버린다. 새끼는 황망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첫 비행을 시도하는 것이다. 자신한테 날개가 붙어 있는 줄은 알지만 먹이를 먹을 때 둥지 주변에서 살짝 파득거리는 것만이 전부였던 것이, 이제는 생존을 위한 과감한 날갯짓이 돼버리고 더 나아가 대자연 속에서 독수리가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진정한 의미의 '날개'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을 한가지 만으로 규정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작품의 제목이 <날개>이고 서두에서는 소년에게 자연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서로 돕는 법을, 독수리 날개 깃털을 줍는 것으로 자신을 지키며 자유로운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수많은 것들을 짚고 넘어가고 있다. 인종차별, 범죄, 원주민 문제 등 미국이 이상적으로 보이던 것들이 사실은 오류 투성이라고 말이다.

머피는 일본을 부정하고 이상을 좇아 미국으로 왔다. 그녀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를 덮어버리고 외면하므로 인해 자신을 지키려고 위장하면서 말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강인해 보일지라도 언제든 곤두박질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연인 랠리가 마주 보도록 도움을 주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픈 영혼의 소유자 머피는 그 상처 위에 더 큰 상처를 덧입고 랠리의 아들과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의 대 서사를 통해, 대자연속 진리를 통해 자신과 마주 보는 법을, 나 자신을 선택하는 법을 깨닫게 되며 깊디깊은 상처를 조금씩은 회복할 수 있었다. 

예전 영화 <늑대와 춤을> 속에서 느꼈던 자연의 웅장함, 자연을 어떻게 숭배해야 하는지, 왜 자연 속에서 진리를 찾으며, 그 진리가 나를 성장시키는지 이 작품 속의 '나바호'족의 문화와 정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날개를 펼 수 있었고 둥지와도 같은 곳을 떠나면서 제대로 된 날갯짓을 할 수 있었다. 머피는 이제,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으리라. 

명작이 왜 명작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지 또렷이 알려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절판으로 읽을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에 재인에서 <백야행>을 재출간 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히가시노 게이고인지. 그가 추구하는 추리소설 속에 종종 등장시키는 '헌신'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만나게 된다.

마스미 공원 옆에 짓다 만 채 그대로 방치된 건물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그곳에서 한 초등학생이 미로놀이를 하며 배기관을 타고 다니다가 50대로 추정된 남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망자는 '기리히라'라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던 기리히라 요스케였고 그의 사망 원인이 식칼보다는 얇고 날카로운 칼의 종류에 의해 심장을 관통했다는 것이다. 특이할만한 점은 사망자의 벨트가 두 칸 정도 앞에 채워졌다는 점일 뿐. 용의자를 탐문하던 형사 사사가키는 그의 부인과 전당포 직원, 그리고 그의 생전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후미요를 중점적으로 탐문하지만 별 성과 없다. 치정관계나 금전문제인듯하나 후미요와 교제하던 남자마저 교통사고로, 강력한 용의자 후미요까지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이 사건은 미제의 사건이 되어버렸다.

용의자 탐문 당시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피해자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 후미요의 딸 유키호은 그 후 성장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 주위에는 뭔가 미심쩍은, 그리고 끔찍한 강간이나 살인 사건 등의 범죄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각 범죄의 마지막에는 료지와 유키호가 연결된 듯한 물건이나 사람 등을 보여주며 약간의 추정을 가능하도록 유도한다.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는 과정들을 보여주면서, 지난 시절 유키호와 조금이라도 엮여있던 주변 인물들과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하나같이 명석한 두뇌의 누군가의 개입으로 매끄럽게 조작 은폐되며 뭔가 더욱 복잡한 양상의 띄게 된다. 과연 료지와 유키호는 이 사건들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 료지와 유키호는 어떤 관계인 것일까.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전체적인 스토리라인만 보고는 영화 <원초적 본능>이 떠올랐더랬다. 사랑, 섹스, 죽음. 그리고 용의자로 파악되는 여자 주인공의 어린 시절 배신당하며 파괴되었던 동심 등. 역시나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확실한 건 이 작품이 단순히 그것들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망이 그대로 아이들에게도 투영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망과 선택에 따른 결과가 맹렬히 앞을 향해 달리고 있는 다음 세대를 어떤 괴물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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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매력은 단연 완벽한 유키호를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일 것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똑똑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유키호가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해간다.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가 개입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확실하지도 않다. 그녀 주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하거나 '함정'을 빠져나오게 하는 료지가 있다. 이들은 사람을, 환경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그러한 것들이 초등학생이라고, 중학생이라고, 또한 고등학생이라는 선입견을 거부하기 때문에 미스테리한 일련의 사건들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이 작품을 한번 읽으면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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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형사 ​사사카키의 고백대로 애초에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더라면 이와 같은 연쇄적 비극들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 그것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유키호와 료지의 인생은 달랐을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마지막까지 달려오니 마음이 아려온다. 뒤틀리고 추악하게 꼬여 인간의 이기와 욕망이 독자들을 초조하고 아프게 한다. 과연 추리소설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작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성장소설이라는 느낌도 든다. 글은 끝나지만 여운이 짙게 남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고, 이도 미제로 남아버린다. 안타깝고 심장이 따끔하다. 유키호와 료지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막막하다. 막연하지만 신빙성 있는 추측이 텅 비어버린 이들의 마지막을 더욱 안타깝게 할 뿐.

" 내 위에 태양 따위는 없었어. 언제나 밤이었지. 하지만 어둡지는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환하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충분했어. 난 그 빛 덕분에 밤을 낮이라 생각하며 살 수 있었고...." (2권 p.497)

근래 들어 김난주 번역의 작품을 내리읽었다. 며칠 전 읽었던 <날개>와 이번에 읽은 <백야행> 모두 만족스럽다. 김난주 번역가는 일본 특유의 문체가 주는 불편함을 제거하며 유려하게 독자들을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작품에서 문학의 냄새가 난다. 글을 이렇게 매끄럽고 멋들어지게 번역해 주신 김난주 번역가님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재인 출판사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