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켄 로빈슨과 루 애로니카 공저 <학교혁명>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각 개개인마다 고유한 소질과 재능, 그리고 신체능력이 다르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표준화 교육으로 인한 공장 자동화에서 갓 뽑아낸 물건처럼 학생들을 교육시킨다. 그리고 심사해 통과 혹은 폐기라는 천편일률적인 학교 교육과 기업체 채용 시스템을 보면서 한숨을 쉬던 차에 읽게 되던 거라, 거짓말 살짝 보태서 숨도 쉬지 않고 읽었더랬다.
 
그중 가장 혹한 교육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핀란드 교육 시스템이었다. 그들 학교들의 실용적 프로그램, 직업훈련 프로그램, 창의성 양성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면서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을 장려하고, 자원, 아이디어 전문지식을 서로 공유하도록 권장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와 지역공동체, 학부모들 간의 긴밀한 유대를 맺도록 장려한다는 것 등은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던 지론과 무척 유사해 보였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이렇게 다른 교육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었을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영토, 인구 또는 반도(스칸디나비아)의 일부를 군사시설로 쓸 수 있게 많은 부분을 러시아에 넘겨주어야 했던 나라의 현실로, 1950년대의 경제 구조가 1910년의 스웨덴 경제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핀란드는 1970년대 모든 아이들이 양질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예산을 부담하고 각 지자체가 직접 운용하는 ‘종합학교(페루스코울루)’를 세운다는 비전을 갖게 되었다.(p. 51, p. 59)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보건의료체계, EU에서 교육체계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핀란드의 실정에 맞게 맞추었고, 특별히 핀란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통 중 관례를 남기면서 이민족 등을 허용하는 등 다양성과 형평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교육이란 '공익사업' 이라는 취지로 모든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무상급식, 보건 서비스, 심리상담, 학생 지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 기초학교부터 대학과정까지 교유기관에 지불하는 총 교육비 중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2.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p. 112)
 
핀란드의 교육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첫째, 적게 가르치고 둘째, 시험은 가급적 적게, 마지막으로 다양성을 확보해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사실 학교에 보내놨는데 수업도 적게 받고 집에 돌아오면, 한국 엄마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핀란드의 경우 수업은 적게 하지만 방과 후 활동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거나 고학년 공부모임 등에 참여, 혹은 스포츠 협회 등에서 성장을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유도한다. 즉,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거나 혹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1년 4번 시험으로 인한 평가가 아니라 매 학기가 끝나면 종합평가 그리고 3, 4년 주기로 읽기, 수학, 과학 등 주요 과목 학습평가 등을 한 교사가 아닌 많은 다른 교사들과 함께 내리는 평가로 객관성과 전문성을 보장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 모두 아울러서 함께 함으로써 이민족 간의 이질성을 극복한다. 즉 탈 민족화를 통한 평등하고 형평성 있는 사회 구현이 목표인 것이다.
 
교사에게는 수학, 과학의 과목에 치중하며 사범대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일단 석사 이상의 수준을 요구한다. 더불어 하루 4시간 정도의 적정한 학습 시간, 연구 개발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무엇보다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된 교수 학습법을 지지해 줌으로써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교사라는 직업이 의사, 변호사보다 더 매력적인 직업일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덕에 PISA(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핀란드는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것은 모든 나라가 추구하는 교육의 형평성과 잇닿아 있다. '교육의 형평성이란, 단순히 교육받을 수 있는 길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열려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교육의 형평성은 다양한 상황과 형편에 놓인 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을 목표로 한다.' (p. 113) 이런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성인들의 학력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세계 유수의 나라들은 핀란드를 롤모델로 삼아 교육정책을 수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교육은 백 년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또는 교육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실적 쌓기에만 급급해 교육 정책을 바꾼다면, 그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앞길이 흐트러져 버린다. 희망을 향해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태에 놓인다. 더군다나 그들을 이끄는 선생님들마저 자신들을 바라보는 꿈나무들을 향해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는 아이러니한 환경에 처해진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놓인 현실이다.

임기 4년 안에 결론지을 생각에서 벗어나 밑그림을 크게 그리고 나와 자녀, 자녀와 또 그들의 자녀 등 향후 100년을 넘어서도 곤고한 교육시스템을 세울 수만 있다면, 사제 간의 폭력이 난무하고 믿지 못하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옛 속담 속의 스승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살아날 수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핀란드의 교육 환경은 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 솔직히 부럽다. 그러나 핀란드도 여러 나라의 교육방식이나 복지의료체계 등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아닌, 그들의 환경에 맞게 개발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100년 후를 바라보고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에 토끼 한 마리를 키운다. 뭐 어찌 되었든 한집에 동거하기 때문에, 더불어 살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밥을 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암컷인 그녀를 바라보며 현재 불편한 건 없는지 점검하며 살핀다. 심지어 아이 컨택도 하면서 잠시 잠깐 공감도 하려고 한다. 강아지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고양이도 아님에도 사람을 집안 식구들을 알고(?) 반갑게 안기기까지 한다. 이것도 내 착각일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물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그들의 삶을 존중하며 어느 정도는 교감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물에 있어서야 가능할까. 다만, 남자들이 자신들의 자가용에 이름을 붙이며 간질간질 대화하는 장면을 보긴 했었다. 그런데, 길거리의 가로등에게 인격을 부여해서 이상을 꿈꾸게 한다면. 여기 동양의 안데르센이라 칭하는 하마다 히로스케의 동화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이 나왔다. 

어느 마을 끝자락에 늙어 몸이 깡마른 가로등은 자신의 마지막을 예견하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그를 지금까지 꿋꿋하게 버티게 만든 단 하나의 소원, '별처럼 빛나는 가로등'이 되는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간혹 한 명쯤은 "밝은 놈이군. 이놈은 꼭 별 같군."이라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고사하고 풍뎅이나 나방 같은 곤충조차도 자신을 무시하는게 다반사이기 때문에 가로등은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며 폭풍우가 몰아닥치기 전 어느 날 가로등은 비로소 소년의 입을 통해 듣게 된다.
"우아, 가로등이 저 별 보다 밝은 것 같아요." (p. 26)
비가 내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한이 있더라고 꿋꿋이 버텼지만, 가로등은 결국 쓰러지고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사물의 의인화로 즐거움을 주는 동화를 보면 반갑다. 어린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면서 '공감'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창작동화나 전래동화들이 권선징악의 마무리 속에 그와 다르게, 특별하게 만나게 되는 꿈과 사랑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황경신 작가의 <국경의 도서관>에서 나온 '시인이 된 우체통'을 읽으며 그저 그 자리를 지키는 사물일 뿐이라고 지나치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에서도 존재 자체만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자리를 지키는 '대체 불가능한' 것(사람)이 되고 더 나아가 스스로 빛날 수 있기 때문에  자존감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큰 빌딩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세상을 호령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만, 정작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가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은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예전하고는 다르게 부모님도, 자식들도 따로 사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철저하게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부모 슬하에서 떠나 독립해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두고. 그 자식들도 자라서 독립한다. 따라서 한 집안에 2세대만으로 구성되며, 3세대 이상인 가정은 보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 역시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하물며 일본이야 어떻겠는가. 서양 문화 및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은 마인드 자체가 서양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반대 급부로 범죄의 양상까지 서양 문화에서 두르러지는 것들이 빠르게 흡수되어 안타까울 지경이니 말이다.
 
그중 사회 문제를 꼽자면 의료 기술로 인한 고령화, 실업자 문제, 이혼이나 미혼모 가정 등이 있겠다. 이와 더불어 특별히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까지 더해 한 가정 내에 이 모든 문제를 떠안게 된 7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 나오키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시바타 렌자부로상 등의 화려한 수상 이력이 있는 나카지마 교코의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가 그것이다.
 
올해 72세인 류타로는 부인 하루코와 치매에 걸린 구순이 넘은 장모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인 30세 아들 가쓰로와 한 집에 살고 있다. 그 망할 점쟁이가 동남쪽 감나무 밑에 창고를 만들면 가운이 좋아진다고 한 말을 철석같이 믿고 몇 년 전에 류타로 부인 하루코가 주문해 버렸다. 이것이 도움이 되긴 한 것일지는 의문이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대식구 열풍 속에 외손자 사토루가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창고라니 더 할 말은 없다.
 
사실 류타로와 하루코 부부에게는 딸 둘, 아들 한 명 즉 삼 남매를 두고 있느나 집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아들 가쓰로의 이야기대로라면 '공기'와 같은 존재였기에 자랑스러운 딸 둘만 있는 것과 진배없었다. 그러나 증권맨과 결혼해 잘 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렇게나 여러 번 사업 자금을 빌려줬음에도 빈털터리 큰딸 부부에게 집 한켠을 내주어야 했다. 이뿐만인가. 제일 믿어라 하고 이뻐라 하던 둘째 딸 도모에마저 이혼하고 심지어 뱃속에는 도모에의 전남편이 아닌 엉뚱한 놈 씨까지 배서 들어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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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가장 큰 효도가 뭘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론은 결혼해서 자기 한 가정 잘 꾸려가며 사는 것이란다. 워낙 이혼율이 높기도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싱글로 사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다 큰 자식이 자기 가정을 꾸릴 생각은 안 하고 노부부에게 얹혀사는 것만큼 부모 속을 썩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싶어 나 역시 수긍하게 된다.  아무리 자식들이 돈을 많이 주고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등 금전적으로 그들에게 호강을 받더라도, 부모의 가슴 한켠은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린 마음, 또 부모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질 것이며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편치 못하리라.
 
그런데 류타로와 하루코 부부에게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봉양하는 책무와 이미 내놓은 아들을 제외하고 그들에게 딸들이란 버젓이 출가시켰다고 안심하는 존재였기에 그나마 하루가 평화롭던 나날이었다. 그러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난데없이 청천벽력이 떨어진다. 사업 문제로 인한 실업, 이혼과 미혼모의 타이틀을 쥐고 두 딸들을 다시 거두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낳은(혹은 나을 예정인) 손주들까지 말이다. 중학생 손주의 속내를 보니, 공립학교 서바이벌 매뉴얼을 읊으며 왕따가 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공동 운영이라고는 하지만 치과의사를 은퇴해 이제는 소일거리 하며 안락한 노후를 지내려는 류타로 부부에게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현재 가진 문제도 적지 않건만, 식구는 갑자기 두 배를 넘어서고 문젯거리는 불어난 식구들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하지만 작가 나카지마 교코는 이 글을 무겁게 힘들게 그려가지 않는다. 시종일관 가볍고, 그러나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나이 칠순에 여전히 가장의 타이틀을 쥐고 있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 혹은 힘없는 가장의 모습이라도 경쾌하게 그린다. 큰 딸은 큰 딸대로 남편의 사업 실패 후 전전긍긍했던 마음들이 가끔 아들을 보며, 혹은 아버지에게 폭발하는 장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둘째 딸은 전남편과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결말과 또한 의도치 않은 임신 과정들을 무겁지도, 그렇다고 해프닝으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은둔형 외톨이 아들 가쓰로 역시 잘 나가던 누나들 사이에서 어떻게 뚱뚱해지고 '공기(나쁜 의미의)'가 되었는지 덤덤하게 서술한다. 그중 작가의 노련미가 돋보였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치매를 앓고 있는 류타로의 장모 다케의 관점이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코믹하다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의료문제와 노인 요양 보험의 문제를 꼬집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여타 가족 드라마 같지 않게 모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결론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은둔형 외톨이인 가쓰로가 실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로 자기 밥벌이는 쏠쏠하게 하면서 외할머니 다케의 요양보호사와 결혼할 사이가 되어 당당하게(?) 집을 떠난다던가, 큰 사위가 잠시 아르바이트로 있던 농원일에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아들 사토루를 남겨두고 떠나가게 되기도 하지만, 그 외에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이 소설은 소설 속의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는다.
 
"패밀리아는 패밀리, 펠리체는 행복이라는 의미이지. 그러니까 행복하고 밝은 가정을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습니까? 하는 뜻이란 말이지." (p. 291) 
 
옛 속담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라는 말이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다 보면 크고 많은 많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뜻일 테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나를 백 퍼센트 믿어주고 의지처가 되는 울타리가 있다면, 패밀리이기 때문에 페리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심코 읽기 시작한 이 작품은, 글 속에서 다양하지만 확실한 개성을 가진 각자의 캐릭터를 만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각기 가족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품은 한 집안을 보면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의 형태가 옛 방식으로 회귀되는 역행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방식을 취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은 받아들이므로 인정하는 것, 우리 가족의 모습과 이웃의 모습 바로 그것이리라.
 
결혼해서 분가해 잘 살다가 다시 혼자가 되거나, 이처럼 어떤 이유로 자식들을 다시 거둬들이는 부모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에 대한 작가의 유쾌한 허구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4세대로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들이 이처럼 매력적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