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쓰기'관련 책을 보면 구입하게 된다.
제목 앞 부분만 다른 글쓰기 책이 집에 몇 권인지도 모르겠다.
편안한 초록색에 깨끗한 하얀 글씨들이 파편처럼 쪼개져 있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습니다.
한 손안에 잡히는 시집같이 예쁜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오며가며 쳐다보기만 했지요.
그러다문득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글쓰기책들처럼 스킬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삶에 관한, 그것을 알기 위한 글쓰기에 관한 책이네요.
집에서 버스에서 그 어디에서 책과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지 않으면
삶의 중요한 것이 결핍된 듯한, 체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 한바탕 글쓰기를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체험을 하게 되고요.
언젠가 서평을 쓰다 '내가 왜 시간을 들여 이걸 쓰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꾸역꾸역 쓰다 보니 글쓰기는 제 자신을 위한 것이란걸 깨달았네요.
그 다음이 공유고, 공감이고요.
글 쓰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문장,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는 문장,
마음에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문장,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
허공에 떠돌던 알 수 없던 마음을 잡아낸 문장 등
많은 가치들을 붙잡아 둘 수 있어 좋습니다.
더 신기로운 것은 글을 쓰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각성'의 체험입니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고 원고를 어서 끝내고만 싶고 그래서 애매한 표현 뒤로 숨으려 할 때는 "솔직할 것, 정확할 것, 숨김없이 투명하게 보여 줄 것, 모호하게 흐려선안된다" 같은 타협 없는 문장을 떠올리며 한 번 더 글과 씨름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어서 책들을 읽고, 어서 서평을 쓰려하니 글이 허술해집니다. 마음에 들었던 책은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리라 다짐하지만 새로운 책에 홀깃해져 그렇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요.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경우는 위의 작가님 말씀처럼 표현이 애매해지고 추상적이 되죠. 하지만 이 허접한 글쓰기도 계속 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판단도 생겼습니다. 글쓰는 사람끼리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이야기들이 옹골지게 담겨있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해 본 사람들에게 단단한 마음잡기를 전합니다.
구체적인 스킬보다 근원적인 의미찾기라고 할까요?
저자는 '그간 자신이 쓸 때 등을 밀어 주었던 작가들이 쓰기에 관해 쓴,
길고 짧은 말들 104개를 뽑아, 이 쓰기의 말들로 자신과 쓰기의 삶을 돌아봅니다.'
예전 '독서지도사' 강의를 들을 때,
'글을 쓸 때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울까요?'라는 질문에
'서론/도입부' 라고 대답했는데,
강사님께서 그 부분도 어렵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본론글'이라고 하시더라고요. ^^
하지만 저의 경우는 첫 글이 완성되면 책 속 글처럼 '글이 글을 물고 나오'거든요.
그래서 글의 방향을 정해버리는 서론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었네요.
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안전한 수단' /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어렵고,
그 어수선한 생각의 파편을 보자니 괴롭다. /
산만한 일상을 뚫고 글을 쓰면서 한 호흡 가다듬을 수 있었으니까. /
글을 매일 쓰지 않을 때는 일상이 정돈되지 않아 불안 /
달아나는 감정을 붙드느라 빨라지는 말투 /
'쓰기의 말들'책을 읽으면서, 어..! 어...! 나랑 똑같네.. 하였던 부분도 많았고요
욕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뒹굴더라도 연꽃 같은 언어를 피워 올린다면
삶의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
모든 배움의 원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결심의 산물이 아닌 반복을 통한 신체의 느린 변화 /
유리병 편지처럼 먼 바다 돌아 새삼스레 내 앞에 이른 이것에,
나는 또다시 들썽거린다 /
달아나는 생각, 숨어 있는 감정,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던 욕망 같은 것까지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의 삶을 도구처럼 동원하고 있지는 않는지.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 /
나에게 일어난 일은 시차를 두고 누군가에게도 반드시 일어난다고 했던가.
정말로 그렇다면 자기 아픔을 드러내는 일은
그 누군가에게 내 품을 미리 내어 주는 일이 된다. /
과시인가 소통인가 /
좋은 글은 자기 몸을 뚫고 나오고 남의 몸에 스민다
글을 쓰기 위한 마음과 자세를 고치게 만드는 문장도 많이 만났습니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글쓰기 새내기로서, 독서가로서, 글쓰는 사람으로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느끼려 노력했던
작가의 부단한 질문과 의미찾기의 여정의 시간이 축적되어
사유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단단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치유의 글쓰기'
이런 강좌를 본 것 같은데,
글쓰기의 효용 중 하나는
바로 공감과 격려로 어깨동무하며 서로 나아가는 관계방식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타인을 치유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http://blog.naver.com/odoba/220891301584
제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