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준비를 하다 중간중간 짬이 나서,
이 책을 펼쳤는데...
그만 부엌 한가운데서 나의 본분(?)을 잊은 채 책에 쏙- 빠져버렸습니다...

 

01. 재밌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마치 옆에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주는 것처럼,
친근하네요.

너무 재밌기도 하고 쉬이 읽히기도 해서  자투리 시간 틈틈이 읽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틈틈이 읽어도 바로 몰입이 되어,
내가 누구인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정도입니다.

 

요즘 아재개그에 빠져있는 딸에게 읽어줄 만한 내용도 있는데,
예를 들면 '넉대와 독버섯' 부분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을 패러디한 아재 개그 (p.134)가 그렇습니다. 저는 식사를 마친 딸에게 식탁에서 읽어 주었습니다.

 

저 혼자 키득키득 웃게 만든 글들도 많은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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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론물리학자들의 이메일 편 (p.182)

입자이론 물리학자로부터 첨부파일이 빠진 이메일을 받았다. 그래서 답장을 썼다.
"첨부파일이 암흑물질로 되어 있는지 보이지가 않네요."

곧 답장이 왔다.
"중력파를 이용해서 보시면 됩니다."
첨부파일은 여전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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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저의 현재는 사회적 방관자. 회의주의자 입니다.'
세상사 관심 없는 척,
은둔자의 초연한 삶을 지향합니다....   현재는.
아픈 생명체를 보면 아프고, 괴롭고 힘든 사람들을 보면 또 아픕니다.
그 마음 아픔이 싫어서 무심하기로 작정한 것이지만,
이걸 딛고 세상으로 나아갈 때가 올 것임은 알고 있습니다.

이 책 <제2부> 대한민국 방정식, '카나리아의 죽음'편에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시인인 故 고현철님의 자살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 카나리아는 이산화탄소에 민감한 새라네요.
그래서 옛날 영국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보고 닥쳐올 위험을 미리 감지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고도, 그 많은 비민주적인 사건들을 보면서도
무감각해졌거나 애써 외면해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카나리아가 죽었다.
.............
카나리아가 죽는 것을 보고도 가만있는 광부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하다. (p.101)

 

이 사회 다수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가신 이름 모를 많은 분들의 희생을 생각하니
죄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현재 내가 누리는 평온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언제 어떻게 그 빚을 갚을 수 있을런지요..

 

 

 

03.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그러려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어떤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겠죠.
그래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봅니다.
확실한 하나는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세상일 것이라는 겁니다.
과학자나 기업체에서는 보랏빛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 보다는 우려되는 부분에 더 마음이 쓰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정말 중요한 질문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것이라 생각한다.......외국 문물을 처음 받아들이기 시작한 국가는 우선 새로운 문화를 소화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자신의 고유한 문화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새것의 홍수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대처 방안을 찾는 것도 우선 인간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역시 우리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문학이 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p.225)'

 

처음엔 무작정 인공지능이 밀어닥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하늘이 흐리기라도 하면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차츰 정신을 추스르며 나름대로 부실한 답들을 얻어 가는 과정에서
김상욱 교수님께서 결국은 '인간'이다. 하는 말씀이 왜 이리 든든하게 다가오는지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도 하지 않았습니까.. ㅎㅎ
그동안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했는데,
이제는 좀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04. 그러나 이 책은 물리학 책이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 과학으로 낯설게 하기'와 '제2장 대한민국 방정식'까지..
어.. 이거 왜 이렇게 재미있지..? 하면서 읽어가다
제 3장. 나는과학자다에 접어들면..
낚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자인 김상욱 교수님은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이시죠..
드디어 '물리학' 포교에 들어가십니다..
물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을 없애고자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중간 짬짬이 '양자역학' 밑밥을 깔아놓으시더니만,
3장에서 서서히 분위기를 몰아가시다,
4장에 가서는 대놓고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을 하십니다.. (ㅡ.ㅡ;)

 

저는 과학서적을 좋아하긴 하지만,
물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기에
책 든 손이 난감해지더라고요.
그래도 정(情)을 생각해서 마지못해 꾸역꾸역 읽습니다.

 

마지막 4장을 다 읽을 때쯤이면..
그제야.. 양자역학이 대충 뭘 이야기하는지 감이 오네요.
이해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살며시 흐뭇한 미소가 번집니다.

 

'불확정성', '확률만을 기술'..
이런 단어는 다른 곳에서도 보긴 했지만
이제야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희미하게나마 알 것 같습니다.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
어쩔 수 없이 교수님의 집요한 '양자역학' 이야기를 들은 보람으로
새로운 세상이 또 열렸습니다. ^^

 

 

http://blog.naver.com/odoba/220927028797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에 실었습니다.

공중그네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그를 찾는 다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입니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조폭 세이지 - 고슴도치
걸핏하면 공중그네에서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고헤이 - 공중그네
의학부장이자 장인인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 다쓰로 - 장인의 가발
후배와의 경쟁 속에서 땅볼을 처리 못하고 경직되는 '입스'로 고민하는 프로야구 3루수 신이치 - 3루수
자신의 작품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기 작가 아이코 - 여류작가

 

 

니체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니체는 '어린아이'가 되라고 했지요.
이 책 속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둥글둥글한 체격에, 유아적인 호기심과 즐거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너무 엉뚱해서 과연 의사이긴 하나 싶지만,
사건 속으로 들어가 환자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삶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다섯 명의 인물들은 조폭, 곡예사, 의대 강사, 유명한 야구 선수, 인기작 가로 일반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기 하지만 충분히 그들이 느끼는 강박증에 공감하게 됩니다. 크던 작던 우리는 저마다 크고 작은 삶의 짐을 지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치고 들어오는 압박에 견디며 살고 있으니까요. 동화처럼 모든 고민이 해결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그리고 어디 '이라부' 같은 의사 없나 둘러보게 되네요. 책을 덮고 나면, 이라부의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살아!"라는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http://blog.naver.com/odoba/220921057599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실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논술의 한 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필사를 가르쳐야지 했는데,
결국은 제가 먼저 필사를 하게 되었네요.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이란 도서도 함께 구입했는데,
급한 마음에 조금 읽다 말고 이 책으로 필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저녁 준비하면서 몇 페이지를 필사해 봤습니다.

자판에 익숙해지다 보니, 글씨가 뭉개지기 일쑤였는데,
마음먹고 필사하니 예전 글씨가 나오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

 

 

『필사의 기초』 / 조경국 지음 / 유유 펴냄

천천히 음미하려고 구입했는데, 또 빨리 읽어 버렸네요.

 

필사가 주는 이로움 01

'풀풀 날리던 가벼운 성정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힐 수 있었던 것도
독서와 필사의 덕이 컸습니다.
이런저런 강제가 결국 습習을 만든 셈이군요. (p.19)'

 

아이들과 촌각을 다투며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되다 보면,
항상 마음이 들떠 작가님 말씀처럼 마음이 풀풀 날립니다.
그래서 특히나 요즘은 더 고요히, 고요히, 고요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더랬습니다.
차분히 가만히 그렇게 지내고 싶었더랬죠.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도 안절부절 불안해하거나
무얼 할지 모르고 시간만 보내기 십상입니다. (p.24)'

 

어쩌다 자유시간이라도 쥐여지면,
뭔가 하려고 이것도 하다 저것도 하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못하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다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닌 거 같아서 위안이 된 문장입니다. ^^

'베껴 쓰기를 하고 있으면
나의 주체할 수 없는 가벼움에
잠시라도 납추를 얹는 느낌이다. (p. 25)'

 

필사가 주는 이로움은 마음에 가져다 주는 차분함, 평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필사가 주는 이로움 02

'필사는 곧 삶의 성찰
좋은 문장을 옮길 때
잠시 나와 그 글을 쓴 이의 삶을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펜을 들어 베끼는 동안 그의 삶으로 들어가 그의 이름으로 사는 것이지요. (p. 27)'

독서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식 습득과 함께 간접 경험이라 할 수 있겠지요.
작가화(化) 하여 그의 생각을 쫓아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기회겠지요.

 

 

 

 

필사를 하기 위한 팁 01

 

- 조금씩 꾸준히 -

'하루 삼십 분, 시 두 편이나 두어 단락 좋은 문장을 옮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p. 43)

 

오랫동안 꾸준히 하길 바란다면 처음부터 욕심내면 안 됩니다.

 

 

 

필사를 하기 위한 팁 02

 

- 독서 습관 갖추기 -
- 책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다음 쓰기 -

 

'처음 읽기 시작한 책을 놓고 바로 필사하는 것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과 같겠죠.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필사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p.39)'

 

아쿠!!
제 급한 성격에.. 오늘 도착한 '행복의 충격'을 곧바로 필사했으니..
그것도 저녁 준비하는 자투리 시간에,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방어하며...

역시 이 책을 읽기 잘했네요.

 

 

 

 

필사를 하기 위한 팁 03

 

- 필사는 언제 어디서나 -

'여유가 있는 휴일이거나 마음먹고 필사하겠다고 책상에 앉으면
딴 곳에 정신이 팔렸죠.
워낙 성정이 가볍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필사할 시간이 넉넉하게 생긴다면
길 위에 있는 편이 낫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p. 47)'

 

제 경험으로 저 역시 독서할 때가 그러했습니다.
마음잡고 할라치면,
이것도 치고 들어오고, 저것도 치고 들어오고..
결국엔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아이를 기다리는 학원 앞에서,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는 중에 하는 독서가
감질나게 재미있고, 집중도 되더라고요.
(물론 이제는 집에서도 제법 집중해서 독서가 됩니다^^)

 

필사 역시,
완벽한 시간과 공간에 집착하기보다는
어디서 건, 아무 때나 가능한 곳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 밖에 이 책에서는 글씨에 대한 이야기,
문방구에 대한 이야기들도 제법 지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추천하는 필사하기 좋은 책들도 소개하고 있고요.

 

 

유유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은 작고 알찹니다.
작가의 삶이 담겨 있어 따뜻하고요.
요란하고 거추장스러운 띠지나 책날개 같은 것이 없어 담백합니다.
부담 없이 어디고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적 장점에,
삶이 깃든 알찬 사색이 담겨 있어 두루두루 좋습니다.

'필사의 기초'는 그동안 생각만 해 오던 '필사'를 시작할 수 있게 돋아주네요.
대충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저의 '필사'도
언젠가 마니아적인 문구 브랜드도 생길지 모르겠고,
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어쩌면...
풀초 같은 책을 쓴다고
어딘가에 짱 박혀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