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신과 의사들이 쓴 에세이를 여러권 읽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분석하고
파헤치기를 여러번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혹시 저런 증상이 없나 걱정을 하면서 멀쩡한
사람도 너무 골똘히 빠져들면 정상이 없겠다 싶기도 했다.
나는 나를 위로한다라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마음이 편안했다.
나 스스로도 저자를 통해서 위로를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정신과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어려움과 고통을 고스란히 토해낸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가 가끔 느끼는 우울감이나 의기소침은 정신과 명의도 느끼는 아주 일상적인 감정일뿐이다.
전혀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다.
어머니, 아내, 형제자매, 자식과의 사랑과 애증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대목에서는 동네 이웃아저씨의
푸근함이 느껴진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렇게 가까운 가족들과 지인들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절로 다가온다. 완벽한 인생이란 없는 것같다. 이렇게 부대끼면서 고치고 다듬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곧 인생이다. 결과보다는 이렇게 하루하루 채워나가는 과정이 곧 인생의 전부임을 책을 읽어나가면서
거듭 생각해보게 해준다.
그도 어쩔 수없는 인간이기에 일상의 어려움과 살아가면서 예고없이 닥치는 사건들로 부터 예외일 수 없다.
그때마다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름대로의 방법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아무리 힘든 고통과 시련도
끝이 있음을 보여주는 마라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끝이 안보이는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아닐까.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정확한 인식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림그리기는 그에게 정신적 안정과 위로를 받는 탈출구이다. 온전히 나를 잊고 비우는 시간이라
표현하는 몰입의 정적 명상법이다. 그외에도 마음이 비워지고 단순해지고 편안해지는 걷기도
그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좋은 방법이다. 산을 좋아하는 것이나 동네 목욕탕에서 피로를 날려버리는
간단한 일상도 큰 위로가 됨을 알려주고 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면서도 공평한 부분이 얼마간은 있다. 개개인에게 처해진 현실은 다르더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자기 몫이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정도에 따라 행복이 정해지지 않는 다는
자체가 어쩌면 축복이다. 행복은 다름아니다. 누구나 겪는 일상의 고통과 닥쳐오는 시련에
얼마나 스스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살아가는가에 달려있는 것같다.
그에게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들을 배운 것에 무척 만족한다. 왜나하면 그 자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위로의 방법을 찾아나서야겠다.
나 스스로 최적의 위로방법이 무엇일까 오늘부터 고민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