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현실에 대해 불평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아침 한 마리 벌레로 변신하여 가족에게 버림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이한 소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일생을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 했던 카프카의 삶처럼 소설 속의 주인공도 의사결정이 필요한 매 순간 자신과 가족 사이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톡1.
변신
대체 어떤 벌레로 변신한 것인지 상상하려 해도 자세한 묘사가 되어있지 않아 상상이 불가능하면서도 벌레로 변한 주인공의 심정이 상세히 묘사되어있어 가족을 위해 나름 헌신한 주인공이 버려지는 안타까움이 잘 드러난다. 벌레로 변하고 나서조차 가족을 생각하는 모습이 그려져있었다.
#우리 집 수면 교육 풍경
정해진 시각에 양치를 하게 한 다음 잠자는 방을 제외하고 집안의 모든 불을 끈다. 이부자리도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 쌍디에게 잠자기 전에 두 권의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이들이 각각 한 권씩 선택해온 책 읽기가 끝나면 화장실에 다녀오게 한다. 그리고는 누워라~ 이제 엄마 아빠는 책을 읽으마... 한다. 짧으면 5분에서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고 아이들은 잠이 든다. 아이들을 차분히 재우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없어도 동일하게, 심지어는 부부가 둘 다 야근으로 늦으면 외할머니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잠을 재운다. 아! 외할머니는 책을 읽지 않으시므로 아이들 책 읽어주기가 끝나면 양쪽 팔에 아이들을 끼고 불을 끈 다음 남편이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과 같이 주무신다. 가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잠들었을 때에는 거실에 나와 책을 보고 계신다.
이제 막 한글을 제법 읽기 시작한 딸이 이 책의 제목을 읽어낸다. 아이들에게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어떤 사람이 자고 일어났더니 다리가 진짜 많이 달린 벌레로 변했더래. 이 책은 벌레로 변한 사람의 이야기라 변신이야"
그랬더니 다음날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가 됐대! 징그럽겠지? 하며 얼굴을 찡그리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이들이 커서 같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았다.
#톡2.
판결
최근 읽었던 『강신주 감정수업』에서 인용된 소설이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환희'이다. 이 소설을 보고 카프카의 여동생이 "오빠의 이야기잖아!"라고 했을 만큼 카프카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자기 인생의 어느 한 부분도 원하는 대로 살지 못 했다.
그래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누군가가 대신 정의해주었을 때 느끼는 기분을 '환희'라고 표현한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며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았다.
요즈음 헬리콥터맘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자녀의 주변에서 자녀의 일생의 중대 결정을 하는데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회사에 취직한 자녀의 직장 상사에게 자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코칭까지 해준다고 한다.
우리가 성장할 때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는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진학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1~2년 동안만 바짝 공부를 해도 명문대에 들어간 사례가 주변에 충분히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즈음 성장하는 아이들은 다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중학교를 입학하는 것과 동시에 인생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중학교 때 공부한 것으로 고등학교 진학과 평생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사교육 시장은 부축이고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뿐만이 아니라 유치원, 심지어는 어린이집까지 조기교육 열풍이다.
아직 한글도 떼지 못한 아이들이 영어를 배운다거나, 본격적인 입시 공부를 하기 전에 적성을 발견해야 한다며 유치원이나 학교가 끝난 뒤 예체능(피아노, 미술, 각종 체육 등) 학원을 전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의 방황은 더욱 거세졌고 사춘기를 좀 수월히 넘긴 경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에너지를 어린 시기에 쏟아버린 나머지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고등학교 시기에 무기력해(번아웃, burn-out) 지는 것이다.
너무 다양해진 입시제도를 공부하면서 챙길 여력이 없어 부모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보니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모든 결정을 부모에게 의지하는 모양이 되어버린다. 부모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성장한 성인이 되어서는 부모를 원망하며 절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놔두지 않는 사회.
누군가가 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면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
그런 사회 속에서 일과 육아 두 가지를 잘해보려고 부여잡고 있는 워킹맘과 그 아이들이 있다.
책에서 발췌
110 판결
그렇게 말하는 건 그에게 마음을 써주기는 하면서도 동시에 그만큼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었다.
111 판결
아주 서먹서먹한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사실을 그에게는 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