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그래서 만물의 영장인 이유가 '생각하는 존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이도 어른도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시대이다. (현 시대만 특히 그렇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인 나도 때때로 뭐에 대해 생각하라고 하는 것에 막막함을 느낀다. 그저 주어진 대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게 편할 때가 많다.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는 그런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만날 어른들에게 참 좋은 물음을 던져주는 책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던져지는 많은 질문들에 짧게 혹은 깊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철학>하는 시간에 닿아 있다.

 

  많은 질문에 답할 거리가 궁색해 질 때쯤 '생각 정리하기'란 코너로 생각의 방향을 잡아주는 점도 맘에 든다. 이런 물음을 통해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두 쪽에 걸쳐 명징하게 정리되어 있다. 행복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지만 왜 행복해야 하는지 어떤게 성공인지 생각해 본 적도, 생각해 볼 틈도 없는 우리 아이들과 시간을 내어 한 장씩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겠다.

 

<사람은 왜 죽을까요? > 아이들에게, 아니 인간에게 영원히 두려움의 대상인 죽음을 표면에 꺼내어 함께 생각해 보는 것, 그 기회를 통해 삶이란 것이 무엇인지 왜 소중하게 가꿔야 하는지 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행동주의 심리학, 구성주의를 넘어 이제 대세는 비고츠키의 인지심리학이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으면서 '근접발달이론'이 어쩌구.. '비계이론'이 어쩌구..연수물을 넘나들면서 시대에 걸맞는 열정적인 교사로 거듭나려면 '비고츠키'쯤은 알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래서 들게 된 이 책 <비고츠기, 불협화음의 미학>. 한 마디로 참 어렵고 불편한 책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가르쳐야 참 배움에 이르게 된다는 키워드를 바라는 교사에게 이 책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기존에 열심히 읽고 되뇌인 인식론을 뒤집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것도 한결같이...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그 동안 각각의 개인과 사회를 분리하여 바라보았고, 사회와 분리된 각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독립된(아니 고립된) 개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특정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든 것은 나의 본질적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 문화적 경험, 심리적-기술적 도구로부터 기인한다는 것...거기에서 출발하여 우리 아이들과 학교, 배움을 다시 바라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되었었다.

 

  우리가 그동안 암묵적으로(때때로 노골적으로) 신봉해왔던 '지능' 또한 객관적, 불변적으로 아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놀라웠다. 다수에 의해 개인을 서열화하는 문화적 산물이라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잣대로 우리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기대'하는 폭력을 그 동안 가해왔던 것이다.

 

  몇날 며칠에 걸쳐 어렵사리 책 한 권을 겨우 읽어냈는데, 아직도 생각이 복잡하다. 다시 한 번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읽어가며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일들의 '참 의미'를 곱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의 해설 없이는 도대체가 뭘 나타낸 것인지 알 수가 없는 현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나같은 문외한에게는 무척 곤욕스러운 일 중 하나이다. ' 뭐, 이런 것도 예술인가? 요건 건 나도 하겠네...' 하는 ...

  쿠시 선생의 '이상하게 생긴 조각상'에 대한 그림책 <이게 뭐야!>는 나처럼 추상예술이 마냥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기린같기도 하고, 코끼리 코 같기도 하고, 사자 갈기 같기도 한 이상한 조각상의 이름을 같이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만들기를 할 때마다 그럴 듯하게 잘 되지 않는다고, 진짜와 똑같지 않다고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많은 책이기도 하다. 사실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 달라도 괜찮다는 것, 다 다른 것이 때로는 더 좋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