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본적으로 학습만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어휘의 폭이 너무 좁고 책에서 전해주는 내용의 깊이가 너무 앝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교사로서 부모로서의 나의 이러한 견해와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은 학습만화에 푹-빠져 산다.  만화에 빠져 혹시 줄글을 아예 읽지 못하는 독서 수준에 머무르게 될까봐 늘 경계하기만 했었는데 내가 정작 학습만화를 직접 읽어보거나 꼼꼼히 살펴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 <빅뱅스쿨>을 받으며 내가 직접 읽어보고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끌어당기는지 알아보기로 맘먹었다.

  <빅뱅스쿨>은 일단 그 내용이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른 과학적 개념이나 원리의 조각들을 엮어 모은 것이 아니라 과학의 역사를 중심 인물을 따라 그렸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그림이나 상황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점도 좋고. 예전에 읽었던 과학문명사를 다룬 학습만화 <과학은 흐른다>에 비교해 볼 때 흥미를 끄는 면에서는 더 앞선 것 같다. 

  한 권의 책에 4-5개의 소주제를 두고 소주제별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간결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너무 무리수를 두어 많은 내용을 담지 않아 아이들이 핵심적인 과학사와 인물에 대하여 쉽게 받아들이는 면에서는 좋지만, 분량에 비해 남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면에서는 여전히 아쉽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 이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무척 막막함이 밀려왔다.
열역학이네 우주론이네 하는 말도 생경스럽거니와 자연계 논술 구술 기출문제 수록이라는 표기가 어쩐지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인 것만 같아 언뜻 책을 펼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얇은 분량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런다, 읽다보니, 에게, 읽을만 하다.
용어나 개념 자체는 다소 생소한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 놓은 책인 것 같다. 곁들여진 삽화들도 재미있고, 낯선 단어나 개념들은 아래 부분에 친절하게 풀이를 해 놓아 나처럼 과학 부분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부분적으로 읽기에도 적당할 책으로 보인다. 물론 주제에 따라서.
항상 문학적이고 관념적인 용어로만 여겼던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과학적 맥락이 실려있다는 것이 새삼 새롭다.

언제나 여행기를 읽으면 금방이라도 그 곳에 나도 달려가있는 듯  설레고 들뜬다.
이번 <지중해를 전전하다>는 여러 번에 나누어 읽게 되었다.
처음엔 사진만을 주욱 넘기며 살펴보고, 그 다음은 내가 가고 싶은, 낯익은 장소를 찾아 글을 읽고, 그리고 어제그제는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여행자의 눈으로 이 책을 다시 보았다.

그저 다녀온 곳에 대한 짧은 감흥과 설명을 겻들인 여행기가 아니라 작은 것 하나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놓은 구성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러면서 새삼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의 자유로운 여행은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본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지중해 연안국가를 내 발로 밟게 될 날을 소망하면서 먼저 신화를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는, 그래서 이 책에 거론한 무수한 신들의 이름을 익숙하게 한 뒤에 가야겠다는 깨달음, 그리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펼친다면, 아마 그 때의 감흥은 지금과는 또 많이 다를 것이다.

나처럼 이 곳을 한 번도 다녀가지 않은 독자를 위하여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