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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 허생전, 양반전 | 인문

2010.06.03 12:11:48

등록된 글자수 : 2790 글자

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 허생전, 양반전
초록글연구회 편집황문희 / 청솔출판사 펴냄 / 2001.08.16

허생전 · 양반전

초록글연구회 엮음 / 황문희 그림

청솔

허생전 · 양반전

차 례

딸깍발이 샌님
돈 만 냥만 빌려 주시오
십만 냥을 벌어들이다
말총을 모조리 사들여라
희망의 나라를 찾아서
도둑의 소굴을 찾아가다
새나라를 건설하다
한양으로 돌아온 허생
상공업 발달의 필요성을 설명한 '허생전'

고전을 읽기 시작하는 어린이에게

  '허생전'은 허생이라는 한 선비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양반 허생은 장안의 부자에게 만 냥을 빌려 순식간에 십만 양이라는 큰 돈을 벌어들입니다.
  허생은 어떻게 해서 큰 돈을 벌었을까요? 또 허생은 글 읽는 선비인데 왜 돈버는 일을 했을까요? 궁금하죠?
  '양반전'은 강원도 정선에 살았던 어느 양반의 이야기예요.
  이 양반은 너무나 가난해서 결국은 '양반'을 팔아야 했지요.
  '양반'이 물건도 아닌데 어떻게 팔았느냐구요?
  글쎄요.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허생전'을 통해 허생이라는 양반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반전'에서는 체면 때문에 굶다시 피하는 어리석은 양반을 만날 수 있지요.
  이 두 이야기는 당시의 허울뿐이었던 신분사회와 함께 '경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이야기가 쓰여진 조선시대 후기에는 상공업의 필요성을 느낀 새로운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신분과 체면만을 중요시하는 선비들 때문에 그 뜻을 펴기 어려웠지요.
  자, 그럼 두 양반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만나러 가볼까요?

허생전

딸깍발이 샌님

  옛날, 허생이라는 선비가 묵적골에 살고 있었습니다. 묵적골은 남산 아래에 있는 마을로,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벼슬을 하지 못해 가난한 양반들은 하루 종일 공자왈 맹자왈 글공부만 했습니다.
  '딸깍발이'는 '남산골 샌님'의 별명이에요. 왜 그런 별명이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나막신을 신고 다녔는데, 맑은 날은 나막신 굽이 맨땅에 부딪혀서 '딸깍 딸깍' 소리가 유난했기 때문이지요.
  이 소리도 우습지만 옷차림이 초라하고 궁상스러웠지요. 샌님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도록 글공부를 했는데도 변변한 벼슬 한 자리 얻지 못한 데다가 먹고 사는 일에는 아예 손을 댈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삼순구식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 삼순구식: 30일 동안 아홉 끼니밖에 못 먹는다는 뜻


  샌님들의 모양새가 어떤지 이야기해 볼까요?
  두 볼이 야윌 대로 야위어서 담배를 빨면 양 볼가죽이 입 안에서 서로 맞닿을 지경이고, 콧날은 날카롭게 오똑 서서 꾀와 지혜가 있어 보이는데 말간 콧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지지요.
  이런 얼굴에 다 헤진 헌 망건을 도토리같이 눌러쓰고 그 위에 쪼글쪼글한 헌 갓을 뒤로 조금 젖혀 쓰는 버릇이 있었어요. 때가 꾀죄죄하게 흐르는 도포를 입고 느릿느릿 팔자 걸음을 걷는데, 비가 와도 뛰지 않고 뼈만 남은 앙상한 두 어깨를 턱 젖혀서 가슴을 뻐기면서 앞만 보고 걷지요.
  그래서 남산골 샌님이 나들이를 나서면 백성들은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면서도 뒤돌아서는 '껍데기 양반' 하고 손가락질 하며 웃곤 했습니다.

  남산 밑 골짜기로 곧장 가면 우물이 있고, 그 위로 은행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허생의 집 사립문은 은행나무를 향해 나 있는데 늘 열려 있지요.
  허생은 딸깍발이 샌님인지라 동 트기 전에 일어나 단정하게 옷을 입고 사서오경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줄줄 외는 것이 그의 일이었습니다. 집안 살림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허생의 집은 비바람에 거의 다 쓰러져 가는 두어 칸짜리 오막살이였어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

  이 노래 가사를 빌려서 고쳐 볼까요?

  넓고 넓은 남산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글만 읽는 허생이와 불쌍한 아내 있네

  쌀독에 쌀이 다 떨어져도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쩌고 하며 글만 읽습니다. 지붕에 구멍이 나서 비가 들이쳐도 맹자왈, 선비란 오직 의(옳음)를 위해 죽는 것이 떳떳하며, 어쩌고 하며 글읽기만을 좋아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추운 겨울이 왔는데 허생의 집에는 땔나무가 하나도 없었어요. 차가운 ＊냉돌에 누더기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뼈가 저려오고 팔다리의 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몸이 얼어 왔습니다.

＊냉돌: 불을 때지 않은 온돌방


  허생은 안간힘을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이렇게 벼르었습니다.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따뜻한 내년 봄에 두고 보자."
  그러니 집안 살림살이는 아내가 도맡아 해야 했습니다. 남의 집에 가서 일해 주고 보리쌀을 받아와 밥을 지었고, 삯바느질을 해서 겨우겨우 끼니를 이어 갔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 누렇게 부은 얼굴로 아내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내의 손은 허드렛일과 삯바느질로 거칠어졌지요.
  어느 날, 허생의 아내는 배고픔을 참다 못해 눈물을 흘리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당신은 한평생 과거도 보러 가지 않으면서 어쩌자고 글만 읽는단 말입니까?"
  허생은 태연하게 껄껄 웃었습니다.
  "내 글이 아직 서툴러서 그렇다네."
  아내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혼한 뒤 여태까지 10여 년 글공부를 했는데 아직도 다 못 했다니요.
  "그런 말씀 마세요. 당신은 처음부터 과거 볼 마음이 없으신 거죠? 그런 줄은 저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아내의 말에 허생은 그저 책장만 넘기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내는 이렇게 무심한 허생의 모양을 보자 은근히 화가 끓어올랐습니다.
  "그 따위 쓸모 없는 글공부는 그만두고 이제 일 좀 하세요. 그것도 못 한단 말입니까?"
  "일이란 건 배우지 못했으니 어쩌오?"
  "그렇다면 하다 못해 장사라도 해야지요."
  "장사를 하려 해도 밑천이 없으니 어쩌오?"
  아내는 참다 못해 벌컥 화를 냈습니다.
  "당신은 밤낮 없이 글만 읽더니 그래 '어쩌오' 하는 것만 배웠수? 농사일도 못한다, 장사도 못 한다, 그럼 도둑질은 어떻수?"

  도둑질이라도 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라는 말에 허생은 책을 덮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마당으로 나오니 달빛이 휘영청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생은 땅이 꺼져라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애석한 일이로다. 내 10년을 작정하고 책을 읽으려 하였더니 이제 겨우 7년 되었는데 어찌 해야 할꼬…….'
  허생은 착잡한 마음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어요. 길 건너 우람한 은행나무가 허생의 안타까운 마음을 안다는 듯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었습니다. 달빛에 노란 은행잎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허생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허생의 뱃속에서 쪼르륵 쪼르륵 밥 달라고 아우성 치는 소리도 박자를 맞춰 울려 나왔지요.
  딸깍딸깍, 쪼르륵, 딸깍딸깍, 쪼르륵.
  허생은 어이가 없어 허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글 읽을 때도 공자왈 쪼르륵, 맹자왈 쪼르륵 하고 박자를 잘도 맞추더니 허생의 배 창자는 쪼르륵 소리 한 가지밖에 모르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밥 구경 못한 지가 3일이나 됩니다. 허생은 아내도 얼마나 배가 고플까 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아내도 오죽하면 도둑질이라도 해오라고 했을까 하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허생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선비로 태어나 글읽기로 결심한 10년 기한을 다 못 채우게 된 것도 슬프고, 아내의 인내심 없음도 슬프고, 아내의 배고픔과 자신의 나약함도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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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 장화 홍련전, 흥부전 | 인문

2010.06.03 11:46:29

등록된 글자수 : 2715 글자

새롭게 읽는 좋은 우리 고전 - 장화 홍련전, 흥부전

송진희 삽화초록글연구회 편집작가 정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청솔출판사 펴냄 / 2001.08.11

장화홍련전ㆍ흥부전

초록글연구회 엮음 / 송진희 그림

청솔

장화홍련전ㆍ흥부전

차 례

<추천사> 사이버 시대의 고전 읽기

  단 하루라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사이버 세대인 우리 아이들. 사이버 세대의 특징이 즉흥적이며, 변화를 좋아합니다. 때문에 진지함과 느긋한 태도가 부족하고, 사려깊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행동이 가볍다는 말을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아이들의 이런 태도와 맞닥뜨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 와서 지나치게 컴퓨터와 같은 과학기술에 의존한 나머지 정신적인 면을 소홀히 여긴 까닭입니다.
  우리는 줄곧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옛날 선현들의 말씀이나 글 속에서 많이 찾곤 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시대에 웬 고리타분한 고전이냐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줍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늘 가슴을 울리고 우리에게 삶의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다보니 정신적인 면을 채울 시간이 아주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특히 고전 읽기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전의 진수만을 골라 뽑아,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엮은 청솔의 우리 고전 시리즈야말로 사이버 세대인 요즘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부족한 정신을 넉넉하게 채우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을 읽기 시작하는 어린이에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접하며 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나 연속극도 하나의 이야기이지요. 또 사오정 시리즈니 만득이 시리즈니 하는 것 역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재미와 교훈을 얻습니다.
  우리 옛 조상들도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즐겼지요.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과 같은 기계의 도움을 받지만, 옛날 사람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전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 가운데에는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와서 책으로 엮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흥부전'과 '장화홍련전' 역시 조선시대 후기의 작품입니다. 둘 다 지은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또한 주인공 모두가 착하고, 나중엔 모두 행복하게 산다는 점도 같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여러분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여겼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당시 사람들의 소망이나, 생활 방식도 엿볼 수 있지요.
  '흥부전'과 '장화홍련전'이 우리 조상들의 삶과 소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장화와 홍련을 잘 부탁해요

  조선의 네 번째 임금인 세종대왕 때의 일입니다.
  평안도 철산군에 배무룡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좌수를 지냈기 때문에 배 좌수라고 불렀습니다. 배 좌수는 넉넉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또 장씨라는 어질고 착한 아내도 있었지요.
  그러나 배 좌수에게는 걱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 내 나이가 벌써 몇인가? 그런데 아직 자식이 없으니…….'
  이런 배 좌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던 장씨 부인은 배 좌수 보기가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아이를 두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탓 같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리 몸이 고단하지?"
  장씨 부인은 잠시 쉬기 위해 마루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장씨 부인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저게 뭐야?"
  장씨 부인은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하늘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연기 속에서 작은 구름 하나가 튀어나왔습니다. 순간 장씨 부인은 흠칫 놀랐습니다. 그 구름 위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허연 수염을 가진 신선이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선은 장씨 부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장씨 부인은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습니다. 잠시 뒤, 장씨 부인에게 다가온 신선은 꽃 한 송이를 내밀었습니다.
  "이 꽃을 제게 주시는 건가요?"
  신선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장씨 부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꽃송이를 받아 들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꽃송이가 선녀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씨 부인은 너무 놀라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선녀가 장씨 부인의 품속을 살며시 파고들었습니다.
  "어머!"
  장씨 부인은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모든 것이 한바탕의 꿈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꿈치고는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아직도 꽃송이가 선녀로 변할 때의 그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장씨 부인은 곧 배 좌수에게 달려갔습니다.
  "서방님, 제가 너무나 신비한 꿈을 꾸었어요."
  장씨 부인의 꿈 이야기를 들은 배 좌수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자식을 주시려는가 보오."
  배 좌수의 말은 꼭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로부터 열 달 뒤, 장씨 부인이 딸을 낳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이는 처음 보는구려."

  배 좌수는 기뻐하며 딸의 이름을 장화라고 지었습니다. 장화는 장미꽃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장화가 두 살이 되던 해, 장씨 부인 또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이었으면 좋으련만…….'
  배 좌수는 아내가 아들을 낳기를 바랐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반드시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배 좌수는 아이가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열 달이 흘렀습니다.
  "응애, 응애."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배 좌수는 쏜살같이 장씨 부인에게 달려갔습니다.
  "어쩌지요? 이번에도 딸이에요."
  장씨 부인은 미안한 듯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배 좌수는 장씨 부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들을 낳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딸이면 어떻소? 아들이야 또 낳으면 되는 것을."
  배 좌수는 이렇게 아내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둘째 딸에게 홍련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홍련은 붉은 연꽃이란 뜻입니다.
  장화와 홍련은 이름처럼 꽃같이 아름답게 자라났습니다. 그런데 장화가 일곱 살 되던 해, 장씨 부인이 그만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부인, 기운을 차리시오."
  배 좌수는 장씨 부인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일곱 살, 나이 어린 장화도 어머니의 곁을 지켰습니다.
  "어머니, 어서 기운을 차리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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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왕자 로렌스 | 인문

2010.06.03 11:37:44

등록된 글자수 : 5399 글자

사막의 왕자 로렌스
두산동아편집부 편집 | 두산동아 펴냄

로렌스

정재관 엮음

두산동아

로렌스

차 례

잡동사니를 모으는 소년
로렌스와 아라비아인
세계 대전이 일어나다
반란을 일으킴
달빛의 사막길
파이잘의 군대
아라비아군의 참모로
웨지에의 진군
병을 앓으며
아카바에의 선발대
아카바의 공격
로렌스의 고심과 활약
결전의 시기
덧없는 죽음
해설

  영국인인 로렌스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느니, ’피부색이 흰 아라비아인’이라느니 하고 불려지고 있다. 왜 그럴까?
  로렌스는 싸웠던 것이다. 문화 정도가 낮고, 이웃 나라들로부터 멸시를 받아 온 아라비아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것이다.
  넓은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용기와 사랑에 찬 이야기는, 여러분의 가슴을 사뭇 뒤흔들어 줄 것이다.

잡동사니를 모으는 소년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는 1888년 8월 19일, 영국 웨일스의 카나번 주에 있는 조그만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들만 다섯 형제 있는 집의 둘째였다.
  로렌스의 아버지는 아일랜드 계통의 남작의 피를 이어받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재산도 상당히 있었다. 그리고 취미가 많은 사람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는 가족을 데리고, 아일랜드의 더블린, 웨일스의 카나번, 스코틀랜드의 커쿠브리 등 영국 각지의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내아들인 다섯째가 태어난 후부터는, 런던 가까이에 있는 옥스퍼드에 눌러 살게 되었다.
  옥스퍼드라고 하면, 영국에서도 학문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이사 다니기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여기서 눌러 살게 된 것은, 이제부터의 아이들 교육을 생각해서인 것 같았다.
  로렌스는 8살이 되자, 옥스퍼드의 초등 학교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이 학교를 고른 것은 물론 명문 학교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무렵에는 재산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학비가 싼 것도 이유의 하나인 것 같았다.
  학교에서의 로렌스는 동급생 가운데서 가장 작았다. 그러나 나무 오르기, 자전거 타기, 수영, 말타기 등 스포츠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말이 적었기 때문인지, 특히 사이좋은 친구는 없었지만, 정의감이 강한 고집 센 학생이었다.
  로렌스가 13살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동급생 한 사람이 상급생에게 당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무렵의 영국의 학교, 특히 명문 학교일수록 상급생과 하급생의 차별이 심하였다. 그리하여 상급생이 하급생을 못살게 구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로렌스는 당하고 있는 동급생이 불쌍했다. 그리고 대단한 이유도 없이 하급생을 못살게 구는 상급생들이 미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그러는 거야? 그 이유를 좀 들어 보자."
  로렌스는 상급생한테 따지고 들었다.
  "뭐야? 이 자식, 상급생에게 건방지게시리!"
  어떤 상급생의 손이 로렌스의 얼굴로 날아왔다.
  "이유도 없이 하급생을 못살게 구는 것은 비겁한 짓이 아니야? 부끄러운 줄을 좀 알아라. 자, 받아라!"
  로렌스는 그 상급생을 후려쳤다.
  자, 이렇게 되었으니, 주위에 있던 상급생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로렌스는 그들에게 뭇매를 맞아,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상급생들은 물러갔다. 곧 수업을 시작하는 벨이 울렸다.
  "지독한 놈들이다. 얘,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니?"
  도움을 받았던 동급생이 로렌스의 몸을 걱정해서 자꾸 물었다.
  "응, 괜찮아."
  로렌스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교실로 들어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다리의 아픔을 꾹 참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나 선생님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한쪽 다리를 끌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결국 그로부터 한 열흘쯤 학교를 쉬어야 했다.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한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져, 로렌스의 용감한 행동이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리하여 동급생들은 그에게 ’작은 영웅’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나중에 로렌스가 어른이 되어서도 바싹 마르고 몸집이 작았던 것은 이 때 부러진 다리가 원인이 되어 키가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으나, 물론 그건 그럴 듯하게 갖다 붙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건 어쨌든, 소년 시절의 로렌스에게는 한 가지 별난 취미가 있었다.
  물건 모으기를 좋아하여, 그의 주머니에는 언제나 오지그릇 조각이나 자전거 부품 등의 잡동사니가 잔뜩 들어 있었다.
  남의 눈에는 그저 잡동사니로만 보이는 물건이었지만, 고고학(옛날 물건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로렌스에게는 소중한 연구물이었을 것이다.
  15살에서 16살이 될 무렵의 로렌스는, 틈만 있으면 사진기와 잡동사니 자루를 들고, 자전거로 영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아니, 영국 각지만이 아니었다. 프랑스에도 여덟 번이나 원정을 나갔다. 프랑스의 오래 된 교회나 성터 같은 중세기의 건물은, 특히 로렌스의 연구심을 부채질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 프랑스의 옛 교회를 보고, 그 사진을 찍으려고 지붕에 기어 올라갔다. 그런데 그 오르는 솜씨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정도의 것이어서, 구경꾼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삐쭉한 지붕 위에 선 로렌스의 위험한 모습을 보고 놀란 나머지 기절해 버린 노인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잡동사니 수집가인 소년 로렌스의 꿈은 차차 부풀어올라서 마침내는 역사 연구에 몰두해 나아갔다. 그리하여 1907년, 로렌스는 고등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영국의 명문교인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 전공 장학생 시험에 합격했다.

로렌스와 아라비아인

  로렌스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는 그전부터 아는 사이인 옥스퍼드의 아슈모리안 박물관의 호거스 관장에게, 아들을 잘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물관장인 호거스 박사는 훌륭한 고고학자였다. 더구나 어학에 뛰어나, 프랑스어, 도이칠란트어, 이탈리아어를 비롯하여, 터키어와 아라비아어까지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영국 정부의 정치정보 기관의 요원이기도 하였다.
  로렌스가 뒷날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일컬어지는 큰 인물이 된 것도 이 호거스 박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로렌스는 호거스 박사에 대해서,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마음의 아버지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한 로렌스는 대학 안에 있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기숙사에는 학생으로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규칙이 있었다. 로렌스는 그것이 귀찮았다. 그러나 석 달 가량은 참고 견뎠지만, 끝내는 기숙사에서 도망쳐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자기 집이라고는 하지만, 마당 구석에 세운 조그만 방갈로(간이 주택) 속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었다.
  게다가, 학교에 가는 날보다는 방에 드러누워서 책을 읽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나 옥스퍼드 대학에는, 로렌스처럼 학교에 많이 나가지 않고서도 졸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즉, 어떤 특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졸업 논문의 성적이 좋으면 졸업 증서를 받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로렌스는 처음부터 그런 방법으로 졸업할 작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중세 유럽에 있어서의 축성술(성을 건축하는 기술)과 십자군의 영향’이라는 과제에 달라붙어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1909년 여름, 드디어 대학 생활의 마지막 여름방학이 되었다. 졸업 논문의 마지막 손질을 위하여, 로렌스는 아라비아의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 무렵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각국의 고고학자들이 고대 문화의 발굴 작업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렌스는 호거스 박사에게 여행 계획을 말했다. 그러자 호거스 박사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로서는 그 여행에 찬성할 수 없네. 자네는 메소포타미아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간단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첫째, 그 나라의 여름철 기후는 외국인에게는 너무나 조건이 나빠서 대번에 열병에 걸리고 말 거야. 그리고 준비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고, 또 그 곳에서는 안내인이나 짐 나르는 인부도 써야 해. 그걸 생각하면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단 말이야."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몸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내인도 필요 없고, 짐 나르는 인부도 안 쓸 겁니다. 혼자서 걸어다닐 작정입니다."
  "뭐, 아라비아의 사막을 혼자 걸어다니겠다고? 자네, 그런 엉뚱한 소릴……."
  "그러나 저는 결정했습니다. 내일 떠납니다."
  "뭐라고, 내일이라고? 그럼, 어떤 일이 있어도 떠난다는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이런 로렌스의 기세에 호거스 박사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로렌스는 떠났다. 그러나 가지고 가는 물건이라고는 사진기 하나와 약간의 식료품뿐이었다. 마치 근처에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 같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로렌스는 먼저 지중해 동쪽 해안에 있는 베이루트에 상륙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트란스요르단 지방으로부터 시리아 지방(지금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의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다)을 넘어가, 다시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메소포타미아로 들어갔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발굴 작업이 중단되어 있었으나, 그래도 귀중한 고대의 유적을 견학했고, 진귀한 유물을 몇 가지 손에 넣었다.
  이 여행은 겨우 두 달 정도의 것이었지만, 그 동안 1천 6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거의 혼자서 걸어다녔다. 그것도 도시에서 도시로의 여행이 아니고, 외진 시골 마을만을 걸어다녔다.
  그리하여 원주민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 그들 집에서 묵고, 손으로 그냥 집어서 먹는 아라비아인의 식사도 예사로 해냈다. 그것은 원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아라비아어는 대학에서 겨우 몇 마디 배운 것뿐이었으므로, 특히 말을 익히는 데 힘썼다.
  그러나 여러 차례 생사의 갈림길을 왔다갔다하였는데, 그 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유프라테스 강가의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었다. 고대의 질그릇을 수집하고 있던 로렌스의 등 뒤로, 한 사나이가 다가왔다. 로렌스의 구리 시계를 금시계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빼앗으려고 달려든 사나이는, 먼저 로렌스의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로렌스의 가슴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권총의 안전 장치를 몰랐던 것이다.
  방아쇠를 아무리 당겨도 소용이 없는 것을 알자, 사나이는 화가 나서 권총을 내던졌다. 그리고는 돌로 로렌스의 머리를 쳐서 실신시키고는, 시계뿐이 아니고, 몸에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몽땅 빼앗아서 달아났다.
  다행히, 조금 후에 어떤 양치기가 지나가다가, 피투성이가 된 로렌스를 발견하고, 곧 마을로 달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로렌스를 어떤 오두막집으로 옮겨 치료를 해 준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위험이 많았던 두 달 동안의 여행이었으나, 로렌스로서는 얻은 것도 많았다. 그 해 겨울에서 이듬해 봄에 걸쳐서 쓴 논문은 최우수상에 뽑혔다.
  1910년 봄에, 별로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던 로렌스도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을 나온 로렌스는 호거스 박사의 조수가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의 일이었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의 고고학 발굴대가 3년 계획으로 유프라테스 강 상류 지방의 발굴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 대장이 다름아닌 호거스 박사였다.
  이런 일로 해서, 로렌스도 당연히 그 원정대의 한 대원이 될 수가 있었다. 로렌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두 번째의 아라비아 여행이었다.
  원정대는 1911년 1월에 출발했다.
  이 발굴 현장에서 로렌스가 맡은 일은, 발굴해 낸 물건의 정리와 현장의 사진 촬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라비아인들을 조종하는 일이 있었다. 이 아라비아인들을 다루는 일은, 전에 이 곳에 온 적이 있는 로렌스가 아니고는 해낼 수 없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의 발굴 작업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6월부터 9월까지는 이 지방의 농번기였기 때문에, 아라비아인 인부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11월에서 3월까지는 장마철이어서 작업을 중지해야만 했다.
  이런 일로 해서, 실제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동안에 고작 4개월 정도뿐이었다.
  "그럼, 일단 돌아가기로 하자."
  발굴 작업이 중지되는 동안에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영국으로 돌아갔다. 호거스 박사도 돌아갔다.
  그러나 로렌스는 돌아가지 않았다. 로렌스는 그 동안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외에 소아시아, 그리스, 이집트 등지로 아라비아인과 크루트인 등의 생활을 조사하고 다녔다.
  그리고 아라비아인의 생활 습관에 젖어들기 위하여 아라비아인의 옷을 입고, 아라비아인의 불편한 생활에도 참고 견디었다.
  이런 로렌스에게 이윽고 두 사람의 아라비아인 친구가 생겼다. 하나는 햄디라는 30살 가량 된 인부 반장이었고, 또 하나는 다훔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사환처럼 일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이 두 사람은 로렌스를 잘 따랐고, 또 존경하였다. 로렌스 역시 그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였다.
  인종이나 신분 같은 것을 뛰어넘은,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 이어진 것이었다.
  그리하여 로렌스는 거의 죽게 된 위험 속에서 두 번이나 이 다훔 소년에게 구조되었던 것이다.
  뒷날, 로렌스는 이 소년을 영국 집으로 초대하여 아주 후하게 대접하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어째서 로렌스를 좋아하느냐?"
  라고 묻자, 다훔 소년은,
  "그분은 우리 형제이고, 또 선생님이기도 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그분이 못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아니, 우리보다도 더 잘해요. 그리고 우리들 일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우리들의 행복을 걱정해 주어요. 그래서 그분을 위한 일이라면 목숨을 버려도 아깝지 않아요."
  하고, 분명히 말했다는 것이다.
  또, 아라비아인들이 그렇게 로렌스를 믿고 따르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아라비아인들에게는 용감한 사람을 정하는 하나의 시험이 있었다.
  달리는 낙타에서 뛰어내리면서 그대로 한 손으로 안장을 쥐고, 또 한 손으로는 총을 주워 들어, 다시 훌쩍 낙타에 뛰어 올라타는 기술이었다.
  로렌스는 이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냥 합격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아라비아인 누구보다도 훌륭했던 것이다. 소년 시절부터 나무 오르기나 말타기를 잘했던 로렌스로서는, 이 정도의 기술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이리하여, 로렌스와 아라비아인들과의 친분은 날로 두터워졌다. 그러나 한편, 이 넓은 아라비아 사막 가운데는, 인간끼리의 무서운 폭풍 - 세계 대전의 먹구름이 감돌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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