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로 듣는 영화음악이라 해서 더 좋았던 점은 부담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현을 스치는 활의 마찰을 느끼면서 머릿 속에선 어느 새 영상이 가득히 그려져요. 더군다나 첫 곡인 영화 "포레스트 검프" 10번 넘게 본 영화거든요. 긴 의자에 앉아있는 포레스트 검프의 포스트가 떠오르고, 그 포스트를 처음 본 반포고속버스터미널이 떠오르고...살포시 날아가 검프의 발 아래 떨어지는 깃털이 떠오릅니다. 극장에서 볼 때 앞 좌석에 앉은 이들이 그 깃털이 어떻게 발 아래 떨어지는지 엄청나게 여러번 시도했을거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때, 전 뒤에서 컴퓨터조작으로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까지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며 얼굴엔 미소가 마음엔 평온함이 여유가 생기더군요.
잠든 남편 곁에서 새벽 한시를 향해 가는 시간 작은 스탠드 불에 의지해 빨래를 개며 처음으로 음악을 듣는데 행복감이 밀려왔어요.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살아도 그 시간까지 빨래를 개며 하루 일을 마치지 못한 고단함도 잊은 채 잠든 남편의 얼굴도 새롭게 보이고 십여년 전의 나의 감정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나친 과장 아니냐구요? 첼로를 좋아해요. 그래서 첼로곡을 즐겨 듣지만 영화와 만난 첼로는 일반 연주곡들과는 정말 다른 느낌을 주었어요.
곡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유명한 곡들이죠...
’여인의 향기’의 "Por Una Cabeza"를 듣고 있으니 절로 춤이 추고 싶어지더라구요...이 영화 또한 열번쯤 본 영화거든요... "파리넬리"의 헨델 "울게하소서"는 듣고 있는데 왠지 모를 찡~ 함이 밀려들어왔어요...그러고 제목을 보니 "울게하소서" 였어요. 영화는 보았지만 곡명까지 기억은 못했는데...
혼자만 들떠 행복감에 취하기 아까워 아침부터 또 틀었답니다. 남편이 배워보고 싶은 악기가 첼로였다네요. 누워서 눈감고 듣고 있자니 자기가 연주하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막상 영상으로 떠오르는건 첼로가 아니라 다룰 수 있는 기타가 떠올라 첼로에 대한 아쉬움을 더해줬다고 했어요. 평온하고 좋다고...
처음 리뷰단 모집을 보았을 때 ’가을도 아닌데 왠 첼로곡?’ 했었는데 가을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고정관념은 이젠 버려야할까봐요. 집 근처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초청공연도 있더라구요.. 그 것을 첨 본 때도 ’초여름에 왠 첼로?’ 했었는데...첼로..어느 계절에 들어도 정말 좋습니다...
9살 첫째는 처음엔 좋은데 끝에 곡들은 좀 어렵다고 했어요...
연주를 잘 하신건지.....정말 평온하고 좋습니다. 마음이 많이 복잡하여 평온한 시간을 갖고 싶은 분들께는 특별하게 더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추억 속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 분들께도...좋은 곡들과 행복한 시간 가져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