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4월 26일 화요일 새벽...곤한 잠에 빠져있었다. 일요일 새벽 세시반에 출발해 아빠를 뵙고 월요일 새벽 한시반에 들어왔는데 월요일 쉬지 못하고 움직이다 새벽 두시경에 잠들었기에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새벽 4시를 지나 전화가 한 번 울렸는데 받으려니 끊어진다. 평소같음 아빠께 무슨 일이라도 있었을까봐 벌떡 일어났을텐데 그날 따라 잠에 취해 못 일어나는데 두번째로 전화가 울렸다. 아빠가 4시8분 임종하셨다고 하시며 급하게 서둘지 말고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오라는 엄마 말씀.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 닥치는대로 주어담고 아이들을 깨워 달렸다.

네비는 경부를 선택했지만 난 산길을 선택했다. 경험이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쌓여있어서 그런지 내려가는 길엔 그 때까지도 개나리가 만개하고 있었다. 모락모락 안개, 이전 같음 예쁘다고 환호하며 달릴 길인데 그 날엔 그냥 스쳐가는 풍경일뿐이었다. 아빠의 임종을 슬퍼해주는 비와 날씨 같았을 뿐. 장례식장에 도착했는데 아빠를 뵐 수가 없었다. 아빠 사진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미국 고모가 오시면 그 때야 입관을 하시겠다고 해서 첫날은 아빠를 뵐 수가 없었다. 아빠사진을 마주하고 있음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데, 빈소를 나오면 생글생글....슬퍼하고 눈물흘리는 감정 표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인지....상주가 조문객들을 위로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되어버린 우리집.

63세. 젊은 나이에 가셨다. 이삼년 편찮으시면서 가족들에게 언젠가 닥쳐올 일에 대해 마음의 준비까지 시켜주셨다. 평소 철저하게 계획하기를 좋아하시는 아빠. 가시는 길도 그렇게 철저하게 계획하셨나보다. 늘 잠시 다녀만 가는 딸이 이유없이 새벽같이 날아와 지난 일요일날 온종일 아빠랑 함께 있다갔고, 아들이 월요일날 아빠께 다녀가고, 보고싶어 하시던 친구분들도 다녀가셨고...그러고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평온하셨다고 했다. 위급하다고 연락을 받고 엄마랑 큰아버지께서 달려가셨지만 천둥 번개 비바람 억수같은 비에 엄마 또한 임종을 뵙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큰아버지께서 겨우 임종을 지키셨다고 했다. 새벽에 아빠께로 가며 "딸램이 차 막히지 말고 오라고 이 시간에 가셨어요?" 멀어서 임종을 뵙지 못할까 늘 안절부절했던 나였지만 그래도 그제 온종일 함께 있어드렸다는 것이 내게 작은 위안이 되었나보다. 장례식장에 계시는 동안 날씨가 좋았다. 푸른하늘도 보고 소나기도 오고 그러면서도 좋았다. 장지로 모시는 날은 정말 화사한 날이었다. 삼오날은 비바람이 심했는데 예배를 드리는 순간엔 비바람이 다 멎어줘서 어렵지 않게 예배드릴 수 있었다. 일요일 올라와야하는데 비바람치고 날씨가 안좋을거란 일기예보와는 달리 화창한 날을 맞았다. 아! 가는길까지 계획해두셨나? 지지난주 남편에게 진흙구이 오리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삼오마치고 집안 어른들이 결정하신 곳이 진흙구이 오리집이 아닌가? 울 아빠...것까지도 먹여 보내려 하셨구나....요즘 사위가 회사공장을 짓는 위치인지라 화환도 넘치도록 들어왔고, 사위 타이밍까지 잡으셨구나...

둘째날 미국서 고모가 오시고 입관을 하러 들어가는데 아빠가 누워계셨다. 보는 순간 반가움에 ’앗! 아빠다. 아빠~’ 마음 속에서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다. 슬프기보다 그 순간은 정말 반가웠다. 돌아가셨는데 이틀동안 아빠의 마지막 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사진만 보고 있었기에 난 반가웠다. 엄마가 우시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옷을 곱게 차려입은 아빠가 보이고 아빠 얼굴은 만져보니 차긴 하지만 피부도 그대로고 평온하시고 좋아보였다. 입관을 하고 나온 후론 모든 모습은 잊어지고 오직 그 모습만이 자꾸 떠오른다.

장례식장 전체를 대여한 것은 아닌데 그 병원 의사인 사촌동생의 빽으로 거의 전체를 쓰다싶이하여 넓고 쾌적하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가 있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일을 도와주시는 도우미분들도 정말 친절했다. 가시는 길 소란없이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닿았는지 큰 소리 한 번없이 일 처리 또한 물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현재 김해가 주소라 부산의 화장장을 바로 사용하기 힘들었는데 거긴 또 큰아버지의 힘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장지까지 모셔다 주시는 기사님도 친절하셨고, 항상 최고로 해주셨던 아빠의 마지막 길에 최고의 선택을 못해드린 것은 마음아프지만 조용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진행되어 가시는 길 정말 편안하셨을듯하다.

장례식장을 찾아주셨던 분들께서 슬퍼하기 이전에 아빠의 빈소에 앉으셔서 아빠를 보고서 굳이 감사의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짧은 생을 사셨지만 헛되게 살지는 않으셨다는 생각에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병원에서 하나님을 영접하셨고, 돌아가시는 날 점심때쯤 병원에서 목사님 세례를 받기로 하셨는데, 무어그리 바쁘셨는지 미처 받지 못하고 가신 것이 아쉽지만 영접을 하시고 입으로 시인하셨다는 기쁨이다. 부산에서 엄마가 다니시던 교회에서 목사님이랑 성도님들이 오셔서 예배해주시고, 지금 장유 교회의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오셔서 예배해주시고, 이모 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오셔서 예배해주시고...가족 예배도 드리고..울 여가가 없었다. 늘 예배하고 찬송하고 있었으니까. 납골묘에서는 절친인 친구분께서 장로님이시라고 직접 예배를 주관해주시며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하기를 흠도 티도 잡을 것 없는 친구였다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했다. 아빠의 납골묘는 또 다른 친구분께서 관리하고 지켜주실거다. 삼오 때는 장로님이신 고모부께서 예배인도해주시고 뭔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다 예비하신대로 이루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찬송과 예배로 눈물을 대신하며 축제같이 아빠를 모시고 왔다.
아빠가 계신 곳에 네비를 등록했다 "대정 아빠집". 담엔 장유 엄마집과 대정 아빠집을 오가게 될 것 같다.....